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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이 선호하는 개혁·개방의 모델이 지난해부터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바뀌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베이징 특파원 등을 지내며 북한을 14차례나 방문 취재한 마이클 치노이 전(前) CNN 아시아 담당 수석기자가 5일 발매된 저서 ‘멜트다운(Meltdown):북한 핵위기의 속얘기’에서 미국의 대북정책 전문가 100명 이상의 인터뷰를 토대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평양에 있는 서방 외교관의 말을 인용, “북한은 베트남이 어떻게 개혁·개방을 했는지 지켜보고 있다”면서 “정치적 변화 없이 어떻게 경제적 변화를 도입하느냐가 당면한 문제”라고 전했다.
치노이는 그동안 김정일이 중국의 상하이, 선전 등지를 방문해 중국의 성공적인 개혁·개방을 칭찬하며 중국식 모델에 관심을 보였지만 2007년말에 그의 관심의 초점은 베트남의 경제개혁 경험으로 옮겨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년 10월 초 북한과 베트남 간 50년 외교관계 사상 최고위급 인사인 농득만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북한을 방문했고, 곧바로 김영일 총리가 같은 해 10월 베트남을 방문했다는 것.
특히 중국과 북한 간 관계가 나빠져 긴장이 조성되면서 김정일이 점차적으로 북한의 개혁·개방 모델로 베트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치노이는 분석했다.
치노이는 북한과 베트남은 냉전에 의해 분단되고, 미국과 피를 흘리는 전쟁을 벌였으며 오랫동안 미국의 제재와 압력에 맞서 싸운 작은 공산주의국가라는 점 등 공통점이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베트남이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했고 시장중심적인 개혁을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외국투자를 유치하고, 전쟁으로 피폐화된 경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됐다는 점 등도 김정일의 관심을 끌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치노이는 또한 조지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미 행정부 내 내부논쟁에서 강.온파들이 서로 한 방을 먹이기 위해 이전투구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앞뒤가 맞지 않고 자기파멸적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2002년 북핵 위기와 관련해 협상을 거부하며 지리멸렬해진 부시 행정부의 외교적 상황을 이용해 북한은 37~38㎏의 플루토늄을 확보했고 핵실험까지 한 핵보유국이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치노이는 “이런 점에서 역사가들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보다도 대북정책을 더 비판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일의 후계 문제와 관련, 치노이는 “김 위원장에겐 2명의 부인으로부터 얻은 3명의 아들이 있지만 아직 확실한 후계자는 없다”면서 “어느 누구도 통치권을 차지하도록 여러 해 동안 지도자로 육성되지는 못했다는 게 분명하다”고 관측했다.
치노이는 지난 2006년 CNN에서 퇴사한 뒤 현재 로스앤젤레스 태평양국제정책위원회에서 한반도 안보담당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