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평가 및 남북관계 전망’ 좌담회 전문

유호열 교수(이하 유) :김정일 방중을 평가하기 이른 측면이 있지만 좌담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보자. 김정일이 7박 8일간 중국을 방문했는데, 표면상으로는 전통적인 우의협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측면이 있다. 1년도 안 돼 3번이나 만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정상회담의 경우 한번 초청하면 답방하는 것이 기본인데 북한이 일방적으로 3차례나 중국을 방문한 의도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손광주 연구위원(이하 손) : 김정일 방중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3대세습 체제의 보존을 위한 북중우호협력 관계를 강화하면서 체제을 보존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제·군사적 지원, 그 다음이 외교 문제인 6자회담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방중결과에 관한) 팩트가 나오지 않아 구체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로 보았을 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데 동의된다. 1년 간 3번이나 방중했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는 북중간 우호가 다져지고 있다는 것을 반론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내용면에선 과연 북중우호관계가 공고해질 것인지 두고 봐야한다. 과거 북중관계를 염두에 둔다면 이번 김정일 방문은 적어도 김정일이 의도했던 만큼의 결과는 얻지 못했다고 본다.
 
김연수 교수(이하 김) : 지난해 한반도가 어느 때보다 긴장상태에 있었던 만큼 지난 1월 19일 미중이 한반도 정세 안정화에 합의했다. (김정일 방중은 미중이)남북관계를 촉진시키는 6자회담 조기 재개문제, UEP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고 한반도 정세안정의 흐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나왔기 때문에 이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첫 번째로는 한반도 정세안정과 관련된 포괄적인 논의를 했을 것이다. 두 번째로 6자회담 관련 중국 측의 요구에 대해서 북측이 전적으로 받아 들이진  않았을 것 같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한반도 정세안정화를 위해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희망한다고 나왔지만 북한에서는 조속한 재개라는 단어가 빠졌고 대화를 통한 평화대담이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볼 때 갈등의 불씨가 있다고 본다.


또 남북간 대화 재개문제 관련해서도 김정일 방중 이후 북한은 남북관계 악화 조치를 취했고 정상회담 요구와 같은 남북관계 이면적 내용을 밝힌 것도 판을 깨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따라서 남북관계 재개에 대한 중국의 요구에 대해서도 북한 나름대로 완곡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나 싶다. 한반도 정세 안정에 대한 북중간 인식에는 이처럼 간극이 있었다. 그 다음으로 북한 후계체제와 경제문제 등 북한 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후계체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김정일이 ‘조중친선 대를 이어가는 데 있어 역사적 책임을 해야 한다’고 하자 후진타오도 ‘역사적 책임을 다하겠다’ ‘전망적이고 전략적인 각도에서 중조관계를 틀어쥐고 수호하고 추종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북한 체제 안정 보장에 관련해서는 북한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지 않았나 싶다.


지난해 두 차례 방중의 경우 북한이 싫어하는 개혁개방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으므로 이번에도 중국이 재차 강하게 나오지 않았겠는가 예상된다. 사실 방중 직전인 5월 16일 노동신문 논설에 ‘우리인민은 사회주의 노선을 영원히 지켜나갈 것이다’라는 중국식의 개혁개방을 안하겠다라는 의지가 표현됐다. 또한 후진타오 언급에서도 자신 나라의 실정에 맞게 발전의 길을 가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것에 대해서 북한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시 말해 지난해와 같은 북한을 당황스럽게 하는 중국식 개혁개방에 대한 압박의 모습들은 노골적으로 보여지지 않고 북한의 사정에 맞게 특수성을 인정하는 측면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 세 번째로는 북중 협력의 문제인데, 경제협력과 안보협력에 대한 이슈다. 경제 이슈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큰 성과는 없었다. 특히 원자바오 주석과의 공식회담이 장성택, 문경덕, 박도춘의 라인업을 갖춰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매체에서는 공식회담을 했다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원자바오 총리는 정상적인 시스템에 의해서 경제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상적인 시스템이라는 것은 시장원리라는 생각이 든다. 안보협력과 관련해서는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올해 조중우호협력 50주년인데, 김정일이 후진타오 주석을 평양에 공식 초청했고 중국도 승낙했다고 북한 매체가 밝히고 있다. 만약 이렇게 어려운 시점에 후진타오 주석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큰 선물이고 또 빈손으로 가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에서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이번 김정일 방중의 성과는 북한의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점도 같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유: 중국이 북한에 기대하는 바도 있고, 북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년 새 3차례 이뤄진 방중이 북한의 절박함을 나타내는지, 북한이 가고 싶을 때 가는 것인지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우리가 김정은이라고 혼란을 가진 것도 김정일이 중국을 꼭 방문할 상황이 아니었는데 방문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부적으로 그럴만한 사정이 있지 않을까?


손 :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을 형식적으로 방증하는 것이다. 과거 김정일의 방중과 최근 일년 동안 방중의 큰 차이점은 후계구도가 정식화 되어 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체제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정일 입장에서 자신의 체제 연속성을 보장해줄 현실적인 나라로 첫째 중국, 둘째 미국을 보고 있다. 한국이 자신의 체제를 보존한다고 믿지는 않기 때문에 가장 첫 번째로 중국을 통해 체제 안정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김: 최근 남북관계 핵심 이슈는 남북정상회담이다. 카터의 정상회담 메시지,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 원자바오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과의 한중정상회담에서도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원자바오 총리도 김정일의 방중 사실을 확인해주면서 북한이 중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 배우라고 초청했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5월 25일 북중정상회담이 있었다. 그 뒤 북한이 남북대화의 판을 깨는 듯한 흐름을 보인 것이다. 한반도 정세 안정화를 위한 남한의 해법, 중국의 중재, 미국과의 핵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1단계로서 남북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결단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경제문제와도 맞물린 이러한 결단을 중국을 만나고 나서 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유 : 원칙적인 면에서 후진타오하고 김정일이 회담하면서 주고받은 이야기들은 성과를 정리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방중성과가 기대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정치·경제·군사 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김정일 방중에 대한 총평, 양국이 인식하는 성과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김 : 방중 이후 북한 행보로 보자면 후진타오 주석이 공식적으로 한반도 정세안정을 위해서 냉정과 자제를 하라고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그것을 어기고 남북관를  악화시키는 조치를 내놓았다. 북중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 보도를 했는데, 확연하게 횟수나 빈도가 과거보다 양적, 질적으로 줄었다. 이미 주민들 사이에 특히 엘리트를 중심으로 이번 방중에 별로 성과가 없다는 사실이 퍼졌다. 남북관계 악화 조치도 지난해와 비슷한 패턴이다. 지난 8월 중국을 다녀온 후 연평도 포격 있었던 것처럼, 내용과 깊이는 차이가 있으나 패턴이 반복적이다. 기대 이하의 소득에 대한 불만의 표시일 수도 있다고 본다.


손 : 정확한 자료가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그 행위를 보고 평가해야 하는데 이번 북중회담에서 후진타오 측에서는 9명이 나오고 북측에서는 3명이 나왔다. 경제·군사 관련 인사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이는 적어도 경제와 군사, 대남분야에 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미 회담하기 전부터 경제 관련해서는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다음으로 김정일 방중 열차 행로에 따르면 김일성 유적지 찾은 다음에 장쩌민을 찾아 양저우로 갔다. 후진타오 입장에서 불쾌한 행보일 수 있다. 따라서 김일성 행적을 따라간 행동 자체가 후진타오가 북한에게 요구했던 것을 완곡하게 ‘원래 북중관계의 본질은 이런 것이다’라고 선전한 것이라도 본다. 지난해 중국지도부가 요구한 것이 세계 경제분야와 관련해서는 국가주도, 기업위주, 시장메커니즘, 상호이익 이렇게 4가지 원칙을 제시했는데, 김정일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큰 틀에서 볼 때 경제분야에서도 잘 안되었다고 본다.


김: 성과가 없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이번 김정일 방중이 조공외교에 가까웠다고 본다. 장쩌민과 양저우를 방문한 것은 중국에 대한 최대의 예의를 가진 것이라고 본다.


유: 장쩌민을 만났다고 보는가?


김: 장쩌민을 만났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만났든 안 만났든 김정일이 그곳을 찾아갔다는 것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는 의미다. 만약 못 만났다면 중국이 사전에 북한의 거북한 제의에 대해서 받을 의사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유: 김정일이 장쩌민을 만나지 않았을 때 북한에 주는 외교적인 파장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가서 원자바오 만나고 돌아간 것의 의미는?  


김: 지난해 원자바오는 북한에 쓴 소리를 하고 후진타오는 감싸는 식으로 북한에 역할을 달리 하는 것이다.


유: 북한은 후진타오에 대해선 회담이라 하고 원자바오는 회견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실 중국이 김정일 위원장을 세 번씩이나 불렀을 때는 원하는 것이 있었을 텐데 방중 이후 북한 태도를 보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이 적은 것은 아닌가 의문이 든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나 북중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도발적인 태도나 합의에서 약속했던 부분을 전면적으로 파괴하는 조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손 :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원하는 것은 한반도의 안정과 현상 유지다. 그러면서 점진적으로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가서 체제 공통성을 확보하고 대륙의 동쪽이 안정화 되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은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이끌려 나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중국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 지렛대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헛말이 아니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 중국의 요구에 대해서 김정일이 말을 잘 안들어 준다고 한다.

북한도 중국에 대해서 이익은 최대한 챙기지만 손해 볼 것은 안 한다. 중국에게 끌려가는 것은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필요한 것만 챙기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한 면에서 볼 때 한반도 군사 긴장 상황을 높여야 만이 내부적으로 체제 결속에 유리하다. 그러다 보니 중국이 원하는 바를 북한이 모두 들어줄 수 없다. 북한이 한반도에 군사 긴장을 얼마든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일깨우는 동시에 남한에 대해서도 압박하는 것이다. 이러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패턴이 지속된다.

유: 중국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북한이 주체적이고 자율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아니면 북한은 중국이 어떻해든 지지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을 수 있다.


손 : 한국, 미국, 중국은 북한이 군사 긴장을 일으키지 않고 북핵 문제의 진전을 가져오기를 원한다. 그러므로 김정일이 한미중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방중 성과가 미진했다고 볼 수 있다. 돌아와서는 지금까지 해오던 한반도 군사긴장을 일으키고 정세를 복잡하게 만든 다음에 그것을 매개로 자신에게 유리한 회담이라든지 외교적 상황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북한 전략과 관련해서는 김양건이 가지 않았다. 중국이 관심 갖는 것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된 한반도 안정화다. 그동안의 북한을 보자면 6자회담, 남북관계 모두를 막아 두지 않고 어느 한 통로는 열어 둔다. 중국이 가장 관심을 갖는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조율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먼저 접촉하고 북미관계, 6자회담 이렇게 가는데 북한으로써는 전략적으로 1단계인 남북관계는 뒤로 미루고 6자회담 틀을 가동시켜 남한을 압박하면 된다는 일정한 양국간 양해가 오고가지 않았겠는가 생각이 든다.


유: 북한이 남북대화를 안하고 6자회담을 먼저하겠다는 이야기를 중국에 했다는 것인가


김: 동의한 것인지 양해 한 것인지 묵인인 지 알 수 없으나 지금 북한이 남북관계를 걷어찬 것을 보면 2~3년 정도의 정세를 내다보고 한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김정일이 28일 돌아온 후 노동신문에서 반보수투쟁을 강조하는 등 남한 내부에 대한 강한 정치적 선동을 벌였다. 그것은 우리식의 남북관계 해법에 대해 북한은 동의를 안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이 제시한 6자회담 3단계 프로세스를 이행하기 어렵긴 하지만 중국의 체면도 있고 하니 6자회담 쪽으로 바로 가면 남한이 압박을 받지 않겠느냐 하는 계산이 있을 수 있다. 


유: 어떻게 보면 반대행위를 하는 것이다. 북한이 중국에 불만을 갖고 반대행위의 연장선상에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이 어느 정도 북한에 대해 액션(압박)을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런 행보를 취하는 것인가?


김: 이와 관련해 만약 군사도발을 일으키더라도 지난해같은 수준의 극화된 도발은 중국의 한반도 정세 안정화 정책에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것으로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즉 판을 깨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손 : 6자회담 관련해 사실 한미간에 일관되게 협력되는 부분이 있다. 미국은 미북대화를 위해서는 남북관계 거치고 천안함·연평도 사과를 전제했다. 또 우다웨이가 3단계에 대해 충분히 납득하고 돌아갔다는 것은 한국 입장을 적어도 절반은 수용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북한은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베이징은 잠깐 거쳐서 간다는 것이 평양의 입장이다. 중국이 6자회담 관련 과연 어느 정도까지 정치적 입장을 보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김정일의 방중 이후 북한의 행태를 볼 때 양국간 이야기가 잘 안되었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김: 북한도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대화 재개 전제로 제시하는 판을 흔들어야 자신들의 공간이 열리고 비핵화보다는 평화체제로 가는 길이 열리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지금 국면을 흔들어야 협상의 주도권자가 되기 때문에 그런 면도 있다.


유 : 중국에 대한 요청, 남한에 대한 기대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2012년 강성대국인데 북한은 현실적으로 해놓은 것이 없고 여전히 식량 원조를 받아야 되는 열악한 상황이다. 북한으로서는 중국에 대해서도 식량지원 등 경제지원을 요청했을 텐데 이에 대한 전망은?


손 :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는 것은 크게 유류와 식량 두가지다. 그러나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기도 하고 대만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북한에게 함부로 무기를 줄 수 없다. 중국이 북한에 지원할 수 있는 식량은 최대 50만 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유 : 단둥과 신의주 황금평 개발, 나선 특구 관련 의미있는 진전이 있을까 했는데 착공식이 중단되었는데 어떻게 보는가?


손 : 중국입장에서 동북지방에 곡물이 많이 난다. 그런데 항구가 대련밖에 없고 비용이 많이 들고 열차는 물류비가 비싸다. 나진항 통과해서 오면 물류비가 싸다. 어떤 나라든 간에 외항이 있어야 하는데 김정일 입장에서 중국을 군사전략적으로 바라본다. 이 때문에 북한이 중국에 나진항을 내준다는 것은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과 경쟁하는 데 큰 필드를 마련해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 나진항을 빌려주는 대신에 황금평 정도는 북한에게 유리하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 김정일의 생각일 것이다.


김: 올해와 내년 중국에서 북한에 대규모 축하사절단이 들어가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이를 통해 후계체제 안정과 관련된 중국의 보장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서 북한이 원하는 접경지역 투자는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가는 노선전환이 있고 개혁을 할 때 가능하다는 중국의 입장을 전달할 것이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전반적으로 북한 리더십의 변화다.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를 피하고 변화를 이끌기 위한 것이 대규모 경제협력 조치니까 중국이 북한을 쥐락펴락하는 것이다. 


유: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대화 가능성 없는가?


김: 북한은 긴장을 활용해 남북관계 주도권을 쥐어보겠다는 것이다. 논조를 보면 아직도 일말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대화할 가능성 있다고 본다. 내년 하반기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APEC회의가 있다. 한국 정부가 평양에 가는 것은 어렵고 판문점도 어색하다고 볼 것이다. 그렇다면 제3국일텐데 이명박 대통령도 2009년 러시아를 방문한 바 있고 지난 3월 북한도 러시아 차관이 방문했을 때 가스 파이프를 논의하자고 러시아 입을 통해서 언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열려있다.


손: 일말의 가능성은 있다. 외형적으로 볼 때 이번 남북간 비밀접촉 폭로는 말도 안되는 일이다. 전쟁중인 나라도 물밑협상을 하지만 이런식으로 밝힌 바 없고 남북간 72년부터 대화한 이후 북한이 이런식으로 한 적이 없다. 한국 정부는 천안함 사과는 물론 비밀접촉 폭로에 대한 사과도 받아야 한다. 6자회담까지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유: 북한이 대화에 나올 것 같지는 않고 정부는 대북정책 해법에 대해서 원칙적인 입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중국이 관련국간의 냉정과 자제를 주문하면서 대화를 요구하고 있고, 미국 정부는 한국에 대한 전폭적 지지는 하되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려 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6자회담 재개 필요성도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한미공조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김: 미중은 지난 1월 19일 미중정상회담과 5월 10일 미중 3차 전략회의 때도 6자회담 재개 방안을 확인했다. 북한도 미국을 불러들였고 신화통신도 북중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의 조기재개가 논의되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한국만이 남북문제 때문에 갇혀있는 상황이어서 한국 정부가 입장을 유지한다면 풀기 어렵다. 우리의 입장만 고수해 6자회담이 미뤄지면서 핵문제가 악화된다는 여론이 있다.


손 : 딜레마는 미국이다. 미국과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안정과 핵문제에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따라서 미국도 인도적 지원을 매개로 미북 사이에 채널을 뚫으려고 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과 우호관계고 다만 한국에 의해 갇혀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도 물밑 협상을 했던 것인데,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사과부터 요구했다가 북한에게 뒷통수 맞은 것이다. 이는 물론 수법은 신종수법이지만 전체적인 틀을 봤을 때 강압전술로 북한이 오랫동안 견지해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북한과 직접적인 채널보다는 미국이나 중국을 통한 우회적인 대화는 가능하다고 본다. 당장 북한 내부와의 핫라인 가동보다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미국, 중국과 공조해야 한다.


유 :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비밀접촉 폭로 사건을 두고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비판과 뒷통수 맞았다는 시각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통일을 지향해야한다고 보면 다음 정부는 천안함·연평도 사과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손 : 김정일 정권을 다루기 위해서는 힘과 돈이  필요하다. 힘을 바탕으로 그 위에서 돈을 다루어야 한다. 힘을 이용해서 무엇을 보여줄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라고 본다. 예컨대 연평도 사건 직후에 원점을 적어도 나흘 동안 확전되지 않는 범위에서 초토화 시킨다는 의지를 보였으면 적어도 북한이 이명박 정부 다루는 것을 쉽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남북관계를 바꾸고 북한을 우리의 멍석 안으로 끌어올 기회를 놓쳤다. 어떤 면에서 이 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김 : 이 정부뿐 아니라 다음 정부도 이러한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선군정치이기 때문에 외부 위기를 내부 체제 결속의 동력으로 삼는 나라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 문제는 가치의 영역이다. 그러나 통일의 영역까지 보았을 때 국익과 가치 사이에서 보자면 국익을 선택해야 한다고 본다. 내년 한국 총선과 대선 등을 앞두고 사회 갈등이 심화되고 정부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될 것이다. 주변국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도 마찬가지 상황인데 한반도 정치격동에 다른 나라들도 전력을 투자하기에는 어렵다. 따라서 북핵문제도 지금 하지 않으면 유실될 가능성이 높고 이것을 국익의 관점에서 정치적인 행위를 해야 한다.


유 : 지금까지 말을 정리하면 김정일의 방중은 3가지 중요한 현안으로 압축된다. 후계체제 문제 관련 정치적 안정이라든지 북중 우의관계, 북중경제협력을 통한 북한경제 회생, 남북관계 등의 외교·군사안보적 현안들을 북중간 논의하려고 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했다기 보다는 새로운 갈등이 생겼다고 본다. 균열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지 모르나 북중간의 관계가 썩 강화되거나 돈독해진 것은 아니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김정일 방중 이후 한반도 정세 전망을 부탁한다.


손: 북중간의 관계에도 북한이 중국을 필요로 해서 중국에 간 것이지 아니면 가지 않는다. 다만 지금은 김정일이 후진타오를 더 필요로 하는 것이 맞다. 이번 방중으로 김정일은 자신이 생각하는 조중관계가 중국이 생각하는 중조관계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을 것이다. 순망치한의 관계임은 틀림없지만 그 우선순위 차이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김정일은 중국으로부터 더욱 고립되는 쪽으로 갈 것이다.


김 : 이번 방중 행보는 동북성지역부터 멀리까지 가서 조공외교를 펼친 것이라고 본다. 중국에 예를 갖추기 위함이다. 김정일도 전략적 소통을 앞으로 더 밀접히 하자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번 방중의 성과가 있던 말던 김정일의 건강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중국의 프레임 안으로 북한이 들어가는 것은 맞다. 장기적으로 한반도 통일 정세 관점에서 어떤 비전을 가질지 논의해야 한다. 부분이 전체의 틀을 흐리는 것은 전략적으로 불리하다. 이 정부와 차기 정부가 큰 시야에서 접근법을 정하고. 전략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 : 북중정상회담과 관련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야 정확하고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다. 일단은 양 지도자들의 언급이라든지 행태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제약이 있지만 워낙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 정부에서 김정일 방중의 의도나 성과,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검토를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