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 북핵 논의는 어떻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중국 선전 일대를 시찰하고 방중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국제사회의 최대 관심사인 북핵 문제와 관련, 북중 간에 어떤 논의가 있었을 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9일 시작된 김 위원장의 방중이 외견상 일주일여 중국의 ‘개혁.개방의 1번지’인 남부도시에 집중되면서 북중 간에 북핵문제에 관한 논의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이 문제가 북한 개혁.개방의 ‘핵심고리’라는 점에서 북중 간에 이와 관련한 해법을 찾으려는 논의가 어떤 형식으로든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에서다.

특히 위폐제조 논란과 이에 따른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공방으로 차기 6자회담 의 재개가 지연되는 등 북핵문제가 안갯속으로 빠져들면서 6자회담의 모멘텀 상실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북중 정상이 직접 나서 머리를 맞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일-후진타오(胡錦濤)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관련, 아직 북중 양국의 공식적인 확인은 없는 상태다.

다만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14일 돌연 김 위원장의 시찰지인 광저우(廣州)와 선전 부근인 셔먼(廈門)을 방문한 점으로 미뤄 두 정상이 그 부근에서 회담을 가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미 15일 밤 남부도시 선전을 떠나는 등 그의 방중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점도 그런 관측을 하는 논거가 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6일 “김 위원장이 하루 이틀 사이에 귀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에서 단둥(丹東)까지는 열차로 33시간 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들를 시간적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그러나 지난 1주동안 정상회담이 없었다면, 전용열차를 이용해 귀국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 위원장이 귀로에 베이징(北京)에 들러 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북중 정상회담이 이미 열렸든, 아니면 조만간 열리든 그 의제는 크게 북한의 경제 개혁.개방 문제와 북핵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추정된다.

2002년 7월1일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계기로 맹아적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이미 ‘경제 변화’를 겪고 있는 북한으로선 추가적인 경제개혁이 우선적인 관심사일 것이고 북핵 해결은 이를 위한 선결조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김 위원장은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南巡) 경로와 유사한 선전과 광저우 등의 시찰에 집중해 7.1 조치에 이은 ‘제2의 경제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따라서 정상회담시에 북한은 중국 측에 남순을 바탕으로 자국의 발전 모델을 구상하고 그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데 가장 큰 비중을 두었을 개연성이 크다.

나아가 덩샤오핑이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 지도부 내부에 보수주의가 팽배하면서 개혁.개방에 대한 회의적인 논란이 일자, 남순을 계기로 일소하고 다시금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고삐를 죄어갔다는 점에서 그 경험을 전수받으려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오갈 수 있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크게 작년 ‘9.19 공동성명’으로 합의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작게는 공동성명의 이행방안 논의 착수를 막고 있는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의견 교환이 이뤄졌거나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공동성명이 북한의 핵포기와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 5개국의 에너지와 경제 지원, 그리고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를 뼈대로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 북한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북한은 자국의 열세를 극복하기위해 중국의 지원을 요청할 공산이 커 보인다.

특히 인권, 미사일 등의 다른 북미 양자현안과는 달리 위폐사건은 국가 신인도와 직결돼 ‘포스트 북핵’ 시기에도 국제사회 편입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어 김 위원장이 중국을 상대로 ‘현명한 방책’을 구하고자 했을 가능성도 있다.

12일 “북한의 불법활동이 개별기업을 통해 이뤄졌을 수도 있다”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의 위폐문제 발언에 비춰볼 때 미 행정부가 해결의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위폐 관련자 처벌과 재발방지를 약속한다면 절충점이 찾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북핵 6자회담과 북한의 불법 행위는 분리, 논의되어야 하며,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오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위폐문제의 해법의 고리라고 할 수 있는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 아시아(BDA) 사건에 대해 중국측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 하는 것이다.

중국측은 자국의 조사 결과를 북한이 수긍하면서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하고 미국은 이에 동의할 경우 BDA 동결 조치를 해제함으로써 차기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시키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완전히 마칠 때까지는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는 관례로 미뤄 북중 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그 내용은 빨라야 하루 이틀 후가 될 것”이라면서 “적극적인 개혁 행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감’(感)은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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