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중을 두고 여야 정치권이 엇갈린 기대치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천안함 침몰에 따른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며 방중 수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반면, 민주당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인 박진 한나라당 의원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4차 서울-워싱턴포럼’ 기조연설에서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천안함 사태 이후 대단히 민감한 시기에 이뤄지고 있다”면서 “중국은 특히 이번에 북한에 대해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중국이 미국과 함께 동북아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하려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도전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도 북한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중국과 전략적 대화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 “중국이 뭔가 이 난국을 풀어보겠다는 생각이 상당히 강한 것 같은데, 이렇게 나가면 나중에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민감한 시기에 김정일 방중을 수용한 중국을 압박했다.
앞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천안함 사태 와중에 중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문을 받아들여 실망스럽고 우려스럽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면서 “김 위원장에 대해 중국이 확실한 태도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을 통해 북한의 개혁 개방이 촉진되기를 바라고, 6자회담의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후진타오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사이 공식적으로 천안함 사태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이 제3자적인 입장에서, 또 중립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이고 냉철한 자세를 취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가 감정에 치우쳐서, 일부 보수세력들이 이미 내려놓은 결론에 짜 맞춰서 천안함 사태를 대응하게 되면 중국, 미국과의 국제공조에서 차질이 빚어질 것이고, 6자회담에서 고립상태를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천안함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된 후에야 6자회담 재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