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방러·방중 행보 ‘의도적 노출’…왜?

북한 김정일이 러시아 방문에 이어 2박 3일 간의 중국 방문을 마치고 27일 오후 5시께 압록강 중류의 지안(集安)을 거쳐 만포로 귀국했다. 북한은 이 같은 김정일의 노정을 대내외 매체를 통해 연일 보도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정일은 러시아 방문에 이어 귀국 길에 중국을 경유하면서 6자회담 복귀를 언급한 점이나 경제 시찰 등의 모습을 연출했다. 이는 국제사회와 북한 내부에 자신의 방러, 방중 성과를 극대화해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결속을 다지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김정일은 방중 기간 치치하얼에서 제2공작기계그룹(集團)과 멍뉴(蒙牛)유업을 돌아보고 다칭(大慶)에서 도시계획 전시관과 주택 건설현장을 시찰했다.


앞서 김정일은 러시아 방문에서 극동지역 최대 수력 발전소인 ‘부레이 발전소’를 방문하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러시아-북한-한국 3국간 가스관 건설에 동의하는 등 에너지 관심 행보를 보였다.


이 같은 김정일의 경제 행보는 고스란히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의 대내외 매체를 통해 신속하게 보도됐다. 그동안 신변안전 등을 이유로 김정일의 방중 행보 등에 대해 함구해 왔던 점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이 같은 행보는 대내외에 자신이 ‘경제를 챙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경제난에 따른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는 또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포함한 중국 고위층을 만났다. 김정일은  이 자리에서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북중 매체들은 김정일·다이빙궈 회동후 “김 위원장이 조건 없이 6자회담을 재개하고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에 이어 중국과도 6자회담과 관련해 이견이 없음을 국제사회에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핵과 미사일 생산과 실험 중단, 우라늄 농축 핵 프로그램(UEP) 사찰을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북한 복귀 등을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한·미·일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김정일은 6자회담에 아무런 조건 없이 참여하겠다고 밝힘으로써 한국 정부를 비롯해 미국, 일본을 6자회담에 나서게 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며 “북한도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선전하는 효과를 얻으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지난 5월 김정일이 방중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김정은이 국경에서 영접했다는 소식도 중앙통신을 통해 신속하게 보도됐다. 이는 김정일의 방러, 방중 성과에 후계자 김정은을 편승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연구위원은 “후계자인 김정은도 김정일과 함께 주민들의 생계문제를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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