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몰락 걱정할것 없다

우리사회에는 결코 친북적이지 않지만 김정일체제가 유지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김정일체제가 붕괴되면 엄청난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노대통령도 김정일체제의 붕괴는 재앙이라는 발언을 했다. 북한체제의 변화에 따른 우려는 크게 네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첫째, 김정일권력이 붕괴될 위험에 처하면 그 타개를 위해 대남도발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 즉 김정일이 이판사판의 심리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상 거의 모든 독재자들은 자신의 몰락을 막고자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노력에는 무자비한 탄압 혹은 때늦은 양보 같은 것이 포함되어왔다.

김정일에게 대남도발은 자신의 종말을 재촉하는 일종의 자살행위이며, 김정일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대남도발은 내부불만이나 위기를 일시적으로 덮을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선택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통상의 독재자들처럼 김정일도 위기는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끝까지 집착하다가 최후를 맞을 것이다. 이른바 자포자기에 빠질 만큼 결코 쉽게 무한권력의 매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둘째, 김정일 없는 북한은 권력의 공백이 생기면서, 권력투쟁이 벌어져 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이 시나리오는 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우선 북한에는 김정일의 절대권력체제로 인해 사실상 2인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권력이 전혀 분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김정일의 공백은 즉각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200만에 이르는 무장세력이 여러 편으로 갈려 권력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북한은 인명 경시풍조가 전 사회적으로 만연되어 있기 때문에, 내전이 시작되면 소련군 철수후의 아프가니스탄이나 아프리카의 앙골라, 르완다와 같이 엄청난 학살이 벌어질 수 있다. 또한 현재 북한은 황금만능주의가 심각한 상황인 만큼 군인들을 돈으로 유혹하여 세력확장을 꾀하는 현상도 벌어질 것이다.

북한의 내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중요하다. 북한에 이상이 발생하면 무엇보다도 우선 외부에서 군대가 들어가 북한군의 무장해제 및 해체 작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유엔의 결의를 통해 한국군이 주축이 된 다국적군이 구성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이때 북한주민들의 강한 반미정서 등을 고려하여 미군은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만약 유엔의 결의에 많은 시간이 요할 경우 우선 한국군이라도 먼저 이 작업을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셋째, 북한이 무너진 후 대량의 탈북자가 발생하고, 특히 동서독처럼 남북한이 통합하면 남한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남북한 통합에 대한 우려야 말로 김정일체제의 붕괴를 두려워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런데 이런 우려야말로 오해와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서독 모델만이 유일하게 선택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 노동자의 평균 임금이 남한 생활보호대상자 지원금의 1/20∼1/50 정도 되는 조건에서 체제를 통합하게 되면 북한에서는 남한의 사회복지시스템에만 의지하려는 불건전한 풍토가 생기게 되고, 정부는 순식간에 파산하게 될 것이며 파산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의 대대적인 축소가 불가피한데 그렇게 되면 심각한 사회불안과 정치불안이 조성될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온갖 종류의 사기꾼들이 득실거릴 것이며 지역감정도 극도에 달할 것이다. 아울러 북한에서 남한으로 이주한 여성들 다수는 매춘에 나설 것이다.

이런 상황은 남한은 물론 북한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북한에 체제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상당기간 남북한 사이에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금지되어야 하며, 상호왕래도 엄격히 제한시켜야 한다. 북한이 남한 수준에 접근하기까지 이런 정책은 지속되어야 한다. 물론 북한재건에 대한 남한의 지원은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홍콩통합 모델이 참고가 될 수 있겠다.

네 번째로 근래 김정일체제가 붕괴되면 북한을 중국이 접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는 추후 독자적 주제로 다루어 보겠다.

어떠한 권력도 외부의 힘으로 다소 연장은 가능하지만, 몰락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김정일 정권처럼 항상적으로 불안정한 체제는 더욱 그렇다. 2천만 북한주민들을 도외시하고 남한의 손해를 우려하여 김정일체제를 지원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극단의 이기주의이며, 현실적으로도 매우 어리석은 정책이다.

홍진표 논설위원 hjp@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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