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목적은 핵무기 양산체제 마련”

(세계일보 2005-02-23)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진정한 의도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임기말까지 현재와 같은 북핵 문제의 장기 교착 상태를 이어가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벌면서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핵무기 양산 체제를 갖춰 놓겠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중국 왕자루이 공산당 중앙위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당시 김 위원장이 전달해온 메시지는 지난 10일의 외교부 성명과 비교할때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래리 닉쉬 미 의회조사국(CRS) 선임 연구원은 2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강조했다.

북한 김위원장이 조건이 되면 6자 회담에 나가겠다고 했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언론은 6자 회담에 나가겠다는데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조건’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위원장이 말하는 조건의 성숙이란 미국의 양보를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이 적대 정책을 포기하고 북한에대해 신뢰성과 진지성을 보여달라는 얘기다.

김 위원장이 ‘유관측(국)들 공동의 노력’을 강조했는데 그 의미는.

김 위원장이 보낸 메시지의 핵심이 바로 유관국들의 공동 노력이라는 대목이다. 여기서 유관국이란 한국, 중국, 러시아와 일본을 의미한다. 하지만 북한이 일본에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고 있다. 때문에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세나라가 북한의 입장에 동조해야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들 3개국이 북한의 핵 동결에따른 보상, 고농축우라늄 핵 시설 존재 부인 등에 동조해주면 6자 회담 재개의 조건이 성숙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현단계에서 한국, 중국, 러시아가 북한 편을 들어줄 수 있다고 보는가.

물론 그렇지 않다. 한국, 중국, 러시아가 핵 보유 선언을 한 북한을 지지하기 보다는 오히려 미국편을 드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북한을 제외한 6자 회담 참가국들이 지난 10일의 핵 보유 선언에 너무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 처음이 아니지 않는가. 북한의 의도는 6자 회담을 지연시키는데 있다.

한국, 중국 일각에서 미국이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 아닌가.

미국이 북핵 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면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한국, 중국이 미국에 보다 창의적인 제안을 내놓도록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다만 한국과 중국이 미국에 그런 요구를 할때 북한에대해서도 동등하게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해야한다.

북한이 6자 회담을 거부하는 배경을 어떻게 이해해야 되나.

이는 북한의 진정한 의도및 목표와 관련이 돼 있는 문제이다. 북한은 부시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장기 교착 국면을 유지해 가면서 다량의 핵무기를 제조할 시간을 벌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특히 플루토늄 핵 폭탄 보다는 고농축우라늄 폭탄 제조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플루토늄을 생산하는데 5MWe 실험용 원자로 밖에 갖고 있지 않다. 이 원자로를 가동해서는 1년에 1개 정도의 핵폭탄 밖에 만들 수 없다. 반면 HEU 프로그램을 가동하면 1년에 2∼3개씩의 핵 폭탄을 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메시지로 공은 다시 미국으로 넘어왔나.

반드시 그렇게 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진정한 의도를 분석한뒤 보다 현실적으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는 (reformulating) 작업에 착수해야한다. 미국이 지난해 6월 제 3차 6자 회담에서 내놓은 제안을 토대로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 보다 구체적인 세부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같은 재정립 과정에서 한국, 중국 등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부시 대통령 정부가 현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이다.

미국이 대북 정책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남북 경협 문제가 한미간에 쟁점이 될 것으로 보는가.

한미 양국이 6자 회담과 북핵 문제의 장·단기 전망에대한 분명한 기준점을 마련해야 한다. 한미 양국이 가까운 장래에 6자 회담 진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게 되면 한국은 대북 경제 지원과 경협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가야할 것이다.

북한의 핵 보유 선언 이후 중국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강력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현 사태의 책임이 북한과 미국에 동시에 있다는 양비론을 취하고 있다.

◇닉쉬 박사 약력 △미 버틀러대 졸 △조지타운대 국제정치학 석사및 박사 △PRS 그룹 동아시아 담당 선임 고문 △로이드, 토머스 앤드 볼사 고문 △미 의회조사국 선임 연구원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