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명절선물, 2만명에 2천만 달러

▲ 김정일이 비전향장기수들에게 선물 한 곰뼈약술

김정일의 선물정치는 유명하다. 김일성, 김정일 생일 등 북한의 최대명절은 물론이고 당창건 기념일을 비롯한 국경절에도 선물을 돌린다.

김정일이 선물을 돌리는 이유는 선물을 줌으로써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하고 받는 사람에게 ‘장군님의 특별한 은혜’에 감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남한 사람들에게는 ‘유치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수령제 북한사회에서는 이미 오래된 관례다. ‘아리랑’ 공연 참가자에게 TV 등 선물을 돌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구공산권 사회에서도 있었던 일이지만 김정일의 선물정치는 유독 심하다.

명절 때 김정일이 선물을 돌리는 대상은 무려 2만여 명, 매해 선물비는 2천만 달러 정도다.

이번 10월 10일 당창건 60돌에도 북한주민들에게 ‘특별배급’이 주어졌다. 배급 외에 ‘특별선물’을 받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 그 숫자는 약 2만 여명이고 이들이 김정일 독재체제를 떠받드는 핵심들이다.

항일 빨치산들과 가족, 유가족, 당, 정, 군의 선택된 간부들이 속한다. 빨치산 출신들과 그의 가족들은 약 300여 명이다. 김일성의 “빨치산 자녀들을 3대(代)까지 당에서 키워주라”는 교시에 따라 이들은 특별대상이다.

이들에 대한 생활보장과 대우는 노동당 혁명열사 유가족 부서에서 맡아 한다. 그의 자손들은 대학과 직장은 물론 승용차와 집을 무료로 공급받고 있다.

특별 공급 대상은 5천 여명

특별공급 대상은 약 5천여 명. 중앙당 간부들과 인민무력부장, 호위사령관, 군사령관급 간부들은 1일 공급, 주(週)공급 대상이다. 내각의 상(相), 부상급은 당, 군보다 숫자가 적고 몇 명 되지 않는다.

3대 명절(양력설, 김父子 생일)에 선물을 받는 대상은 약 1만 5천여 명. 내각 간부들과 연대장급 이상 군 간부들, 그리고 ‘호 대상’(1호, 2호, 3호)에 따라 받는 간부들이다. 한국과 해외에 파견된 대남연락소(정보원 및 첩자), 대외사업 일꾼들과 유가족들이 정기적으로 선물을 받는다.

지방에 있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과 도당 책임비서, 인민위원장, 검찰소장, 재판소장, 보위부장, 보안부장 등과 같은 도급기관 일꾼들도 3대 명절에는 김정일 명의의 선물을 받는다. 시, 군급의 비서국 대상(중앙당 비서처 비준간부)들도 선물대상 명단에 포함된다.

금수산 경리부가 총괄지휘

김정일 명의로 공급되는 선물은 금수산의사당 경리부가 전담하고 있다. 중앙당 조직지도부 과장급 간부들은 가전제품이나 의류, 식품에 이르기까지 일제와 한국제를 배정받고 있다. 조직지도부 간부들은 “이번엔 식품 말고, 전자제품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먹는 데는 근심이 없다.

노동당 비서들과 내각총리는 최고급 수준의 선물을 받는다. 선물 품목은 양복지 2벌, 외제 고급술 2병, 고급내의류, 명함시계(김일성, 김정일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 고급 냉장고와 컬러TV 등이 속한다.

중앙당 부장과 부부장, 내각상과 부상들이 받는 선물은 이보다 등급이 낮다. 그러나 같은 요직인 조직지도부 부부장이나, 인민무력부장, 호위사령관, 국가안전보위부 1부부장과 같은 사람들은 당비서와 내각총리 등급의 선물을 받는다.

금수산의사당 경리부 일꾼들은 선물을 전용 냉동차에 싣고 각 기관을 방문한다. 선물 대상자들을 비공개로 모아놓고 김정일의 명의로 된 선물을 증서와 함께 수여한다.

이때 수령자(受領者)들은 김정일의 초상화를 향해 인사와, 거수경례(군의 경우)를 하고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장군님의 높은 정치적 신임과 배려에 충성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내각이나 군부대처럼 수령자가 몇 명 안 되는 경우에는 금수산의사당 경리부 차가 집을 돌면서 개별적으로 전달한다. 지방의 간부들은 도당이나, 시군 당 책임비서 방에 모여 전달식을 갖고 나누어준다. 시, 군당 비서급 대상의 선물은 고급 술 2병, 귤 한상자, 외국산 당과류, 양복지 1벌, ‘평양’ 담배 한 보루 등이다.

선물구입비 매년 약 2000만 달러

김정일이 쓰는 선물비용은 매년 2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이 분야에 정통한 탈북자는 말한다. 금수산의사당 경리부는 김일성 때부터 국가예산에서 약 1%씩 떼어 외국으로부터 선물용 물건들을 집체적으로 주문, 운송해온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앙당 통일전선부에서 ‘선물’을 마련한다고 한다. “통전부가 남북교류를 맡게 되면서 남한에서 보낸 지원물자들이 김정일 명의로 하사되는 선물에 포함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선물 중에는 ‘충성의 선물운동’으로 일반주민들이 김정일에게 진상하는 꿩, 노루고기, 꿀, 산삼 같은 것들이 다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간부들은 선물 내역을 서로 밝히지 않는다. 80년대 초 김정일의 배려로 중앙당 조직부와 선전부 간부들에게 벤츠 승용차를 주었는데, 색깔을 두고 서로 다툰 적도 있었다. 그후 김정일의 비판을 받고 선물을 두고 크다, 작다를 밝히지 못하게 했다. 선물내역을 공개하면 오히려 차등에 의한 불만이 나올 것을 우려한 조치다.

그러나 선물받은 간부는 부서 사람들에게 선물이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간부들은 자기 부서 사람들을 집이나 사무실로 불러 귤 한 알, 당과류 일부를 함께 먹는 방식으로 ‘장군님의 선물’을 같이 나누기도 한다.

당의 배려가 책임일꾼들에게 따로 공급된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당에 대한 경쟁적 충성심을 불러 일으키고, 김정일이 일꾼들을 사랑하고 믿어준다는 것을 인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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