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매제 장성택, 실세로 완전 부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이 지난달초 노동당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 제1부부장에서 사법 및 검찰, 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부를 관장하는 노동당 행정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대북소식통은 21일 “김정일 위원장이 10월초 해체됐던 노동당 행정부를 부활시키고 부장에 장성택을 임명했을 뿐 아니라, 장성택과의 친분 때문에 처벌받고 좌천됐던 수십명도 전부 요직으로 복귀함으로써 노동당 행정부는 사실상 전부 철직됐던 장성택 사람들로 구성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장 부장의 최측근들로 2004년 지방 노동자로 좌천됐던 이영복 전 남포시당 책임비서, 리영수 전 당 행정부 부부장도 행정부로 복귀했으며, 지재룡 당 국제부 부부장이 최근 복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장(정치국 위원)을 면담하는 자리에 배석하기도 했다.

소식통들은 “장성택의 행정부장 승진과 특히 장성택의 측근 전부가 원위치한 것은 장성택이 권력의 중심에 완전히 복귀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장 부장은 2004년초부터 ‘권력욕에 의한 분파행위’를 한 이유 등으로 2년간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라는 직함을 유지한 채 업무정지 처벌을 받아 사실상 실각했었고, 2005년 12월 말 처벌조치가 해제됐으나 당내에서 비중이 현저히 떨어지는 근로단체 및 수도건설부(부장 김중린) 제1부부장으로 기용돼 권력의 중심에서 한발 밀려나 있었다.

장 부장의 실각과 함께 그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관장해왔던 당 행정부도 직격탄을 맞아 업무중단 상태에 들어갔다가 결국 해체되고, 이 부서의 당료들은 지방으로 추방되거나 한직으로 좌천됐었다.

이에 따라, 당 행정부의 부활, 장성택의 행정부장 임명과 측근들의 복귀는 장 부장이 김정일 위원장의 신임을 회복하고 다시 권력의 실세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대북소식통들의 일치한 평가다.

장 부장은 지난달초 ‘2007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방북한 노무현 대통령을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영접할 때 이 환영식에 참석했으며, 김 위원장 주최 환송 오찬에도 참석했다.

장 부장의 복귀 배경과 관련, 대북소식통들은 “어느 한쪽에 힘이 쏠리지 않게 하려는 김정일 위원장의 측근 관리 스타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북소식통은 “장성택 부장의 실각 후 리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장 부장의 업무까지 전부 가져가면서 ‘노동당내 총독’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가졌었다”며 “결국 장 부장의 승진은 리제강 제1부부장의 업무 영역을 떼어내고 그의 힘을 약화시켜 당내 힘의 균형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부장의 승진은 또 최근 북한 당국이 사회 전반에 만연한 배금주의 현상과 부정부패, 외부사조의 유입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주민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북미 및 남북관계가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해가는 현실에서 체제고수를 위해 내부단속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만큼, 당이 사법, 검찰, 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부를 총괄 지휘할 수 있는 행정부의 부활이 필요했고 여기엔 매제이자 오랫동안 이 분야를 맡아온 장 부장이 적임자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다른 소식통은 “장성택의 파워가 커질 때면 김정일 위원장의 견제를 받아 ‘혁명화’를 하기도 하지만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그래도 유일한 매제인 장성택이 그 어느 측근보다 믿음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장 부장의 측근중 한 사람으로 장 부장의 실각과 함께 해임됐던 최춘황 전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은 평안남도 당 선전비서로 좌천된 직후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