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리커창 빈 손으로 보내지 않았을 것”

지난 24일 김정일을 면담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상무부총리가 베이징을 거쳐 26일 한국을 방문한다. 


중국의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리 부총리의 방북은 경협논의와 조중우호 차원만이 아닌 6자회담 재개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목적도 포함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같은 날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2차 미북 고위급 대화가 동시에 열렸다. 6자회담으로 가는 길목에서 미북, 북중 간 막판 힘겨루기가 진행되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는 첫째날 2차 미북대화 결과에 대해 “실무적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아직 입장차들이 남아 있으나 일부 진전이 있다”고 밝혀, 북측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사전조치 중 일부를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정일은 리 부총리와의 면담에서 한반도 핵문제와 관련한 6자회담 재개를 희망하면서도 6자가 동시이행이라는 원칙 하에 9·19 공동 성명을 이행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정일은 최근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전제조건 없는 6자 회담 재개’를 주장하며 2차 미북대화에서 양국간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었다.


그러나 중국이 리 부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한의 성의있는 조치를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나선다면 북한으로서도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리커창 부총리의 방북에 대해 “6자회담과 관련한 사전 조치를 설득하는 차원에서 방북한 것”이라며 “차세대 지도자로 거론되는 인물을 보낸 것은 북한을 보이지 않게 압박하는 중국식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김정일이 한국 방문을 앞둔 리 부총리에게 성의 차원에서 대외 유화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 교수는 “리 부총리와의 면담에서 김정일은 기본원칙만 얘기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리 부총리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빈손으로는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경우 북한이 한미가 요구하는 사전 조치 중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와 대량살상무기(WMD) 실험 모라토리엄 선언 정도는 수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전달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편, 리 부총리는 26~27일 방한 기간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국회의장, 김황식 국무총리를 예방해 한중관계와 한반도 정세, 지역·국제적 협력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리 부총리는 특히 김정일과의 면담 등 방북결과를 설명하고 향후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6자회담 재개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