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러 극동 방문說…”中 견제 위한 ‘이이제이'”

김정일과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조만간 러시아 극동 연해 지방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이라는 설이 흘러 나옴에 따라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 언론들은 복수의 연해 지방 당국자와 러시아 치안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과 러시아가 오는 30일께 블라디보스토크 교외나 북한 국경에 인접한 하산 지역에서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설은 현지 지역 언론에서 먼저 나온 것으로 보이는데 구체적인 사실여부에 대해 현지 공관을 통해 확인 중”이라고 24일 말했다.


현지 언론을 통해 구체적인 준비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 만큼 북-러 정상회담 개최설이 단순히 소문에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때마침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내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준비 상황 점검 차 이달 29일에서 다음달 1일 사이 극동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해 6천km에 달하는 긴 여정을 소화한 김정일이 또다시 해외 순방에 나서는 것은 다소 무리한 일정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회담 장소가 러시아 극동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동 거리를 최소화 한다면 김정일의 건강이나 보안 면에서 큰 문제가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회담이 성사될 경우 김정일은 2002년 8월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동한 이래 9년 만에 러시아를 방문하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 위주의 외교를 펼쳐왔던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두만강을 인접하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는 라선 특구 투자 등 경제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정일은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미하일 프라드코프 대외정보국(SVR) 국장과 만나 인도적 지원, 경제 프로젝트, 북핵을 주제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최용환 경기개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이이제이(以夷制夷. 오랑캐로써 오랑캐를 제압한다)’ 전술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러시아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최근 중국 정부가 황금평과 나선특구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이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러시아는 나진항 3호 부두를 임대하고 있고 정유시설 설비 등 북한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특히 6자회담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키움으로써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관계 유지는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 연구위원은 “현재 국면에서 북한의 유일한 통로는 중국과 러시아 뿐인 상황”이라며 “북한의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유일한 국가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이 코 앞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