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도청 겁내 야외서 인사논의

▲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일은 당 군 행정기관 간부들에 대한 인사이동을 절대 비밀에 부친다. 김일성이 살아있을 때도 그랬다.

간부문제는 사람을 다루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전에 비밀이 새면 반대파가 생길까 우려하는 것이다.

김일성, 김정일은 간부문제를 상의할 때 사무실에서 하지 않고 주로 밖에 나가서 했다. 김일성, 김정일이 도청당할까봐 걱정했다는 이야기는 남한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안 되겠지만. 이는 사실이다.

김정일 야외에서 김일성과 간부인사 논의

김정일은 자기 사무실이나 개인 별장에 누군가 도청기를 설치할까봐 늘 걱정했다. 이 때문에 특히 간부 인사이동이 있을 때는 복도나 실외에서 김일성과 상의했던 것이다. 일반적인 당 사업을 토의할 때는 사무실에서 하다가도 인사문제가 나오면 바깥으로 나왔다.

북한에는 가정집마다 초상화 3개를 거는데 김일성은 왼쪽에, 김정일은 가운데, 오른쪽 한 개는 둘이서 뭔가 토의하는 모습이다. 92년까지는 창성별장(평북 창성군 약수리 소재)에서 토의하는 사진을 걸었다. 그후에는 사무실이 아닌 복도에서 토론하는 사진을 걸었다. 이 사진들은 아마도 둘이서 인사문제를 상의하는 장면일 가능성이 높다.

간부 인사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배경에 50, 60년대 소련파, 연안파, 갑산파 등 이른바 ‘종파’들이 김일성에게 대들었던 경험이 있었던 것 같다.

한번은 캄보디아의 시아누크가 김일성에게 “나이에 비해 머리가 희었다”고 하자, 김일성이 “조선노동당의 역사는 종파들과의 투쟁의 역사다. 종파 놈들이 솔라닥거려(책동하여) 내 머리가 10년은 빨리 세어졌다”고 말한 적도 있다.

‘오른팔’ 이하일, 김정일 별장 무단사용하다 2년 직무정지

김정일은 특히 별장관리를 철저히 했다. 언젠가 이복동생 김평일이 별장을 찾았는데, 김정일이 들여놓지 않았다고 한다. 김정일은 심지어 자기 가족들을 경호하는 사람들까지 별장에 도청기를 설치할까봐 의심했다고 한다.

기자가 북한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1995년 국방위원 겸 당 군사부장인 이하일이 한동안 공석에 나타나지 않았던 적이 있었는데, 항간에는 이하일이 간첩으로 숙청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런데 간첩은 아니었던 모양인지 2년 뒤에 다시 나타났다. 김정일이 ‘오른팔’로 믿던 그가 허락 없이 김정일의 별장에 들어가 2시간 동안 나오지 않았던 일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하일은 2년 동안 직무가 정지된 것이다.

남한에 와서 알게 되었지만, 당시 남한언론에서는 ‘이하일 군사쿠데타 모의로 숙청됐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한다.

김정일 친인척 간부직 20% 점유

북한에서 당, 행정기관 간부에 대한 선발과 배치는 노동당의 간부선발 원칙에 따라 중앙당 간부부가 진행한다. 남한으로 말하면 인사부처다. 중앙당은 간부부에서 조직비서(김정일)에게 인사내용을 올리면 총비서(김정일)가 결정한다. 결국 김정일이 다 하는 것이다.

간부부는 밑에서 올라온 간부 추천서와 김정일이 내정한 후보들을 최종 심의하여 간부로 선발한다. 중앙당 간부부로부터 지방당 간부부까지 이런 룰(rule)에서 진행한다. 간부부가 자기업무상 인사선발을 하지만, 대체로 김정일이 직접 고르거나 최종 비준을 통해 임명된다.

김정일이 추천한 간부들은 예외 없이 임명된다. 노동당을 독점한 김정일은 자기의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기용하고, 자기의 측근으로는 친인척들을 주로 배치한다. 김일성, 김정일과 연관된 친인척들이 요직의 20%에 이른다고 한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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