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단골시찰 ‘534부대’는 유령?

▲ 18일 노동신문에 나온 ‘534군부대’ 즉석쌀밥 공장을 시찰하는 김정일

<노동신문> 18일자는 김정일이 17일 이명수, 현철해, 박재경과 노동당 제 1부부장인 이용철, 이재일과 동행, 제534군부대 산하 식료종합가공공장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18일 아침 남한언론에도 김정일이 즉석쌀밥(햇반)을 들고 있는 사진이 나왔다.

즉석쌀밥은 비상시에만 사용하는 전투식량이다. ‘식료종합가공공장’은 군용 즉석쌀밥, 건빵종류, 건 부식물들을 생산하는 인민군 후방총국(남한의 군수사령부에 해당) 산하 전략물자 생산기지로 추정된다. 90년대 중반 식량난 시기 북한군은 전시에 쓸 즉석쌀밥, 건빵, 건부식물이 턱없이 부족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13만㎡의 부지를 가진 이 공장을 상세히 보도했다.

김정일의 시찰은 날짜, 동행인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외부에 정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 관례에 비춰보면 김정일의 군부대 방문을 자세히 공개한 것은 드문 일이다. 앞으로 <노동신문>은 사실보도(?)를 하기로 결정한 것인가? 그게 아닌 것 같다.

이날 <노동신문>에 등장한 ‘제534군부대’라는 명칭이 아무래도 이상해 보인다.

534군부대는 80년대 초에 없어진 부대

조선인민군 제534군부대는 이미 80년대 초에 없어진 북한 특수부대다. 선군정치가 시작된 이래 김정일이 자주 방문한 군부대는 821군부대, 894군부대, 534군부대 등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김정일은 유독 534군부대 시찰이 많았다. 군부대 시찰이 보도될 때마다 ‘534군부대가 반복된다. DailyNK 자체 집계에 따르면 김정일은 지난 2001년 5월 14일 534군부대 메기공장을 방문한 이래 어제(17일)까지 무려 11차례 이 부대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534군부대가 김정일의 ‘총애’를 받는다 해도 4년간 11번이라는 것은 ‘장군님 지도’ 관례에 비춰볼 때 말이 안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534군부대는 조선인민군에 없는 ‘유령부대’ 이름이다. <노동신문>이 김정일의 행적을 감추기 위해 위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신문> 보도를 분석하면 11차례 방문 중 오리농장, 메기공장, 보리농장, 벼농장 등등 똑같은 534부대인데 방문장소가 너무 다양하여 그 규모를 종잡기 어렵다. 따라서 김정일이 다른 군부대를 방문하고도 534부대 명칭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든가, 아니면 후방총국의 종합농장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그러면 김정일의 ‘단골시찰’ 534군부대와 과거에 있었던 진짜 534군부대는 어떻게 다른가?

과거 진짜 534군부대는 ‘공수특전단’

534군부대는 60년대 김일성이 기본 전투군단 외에 따로 특수작전부대들을 만들던 시기에 창설된 특수부대다. 군단 규모의 이 특수부대는 함경남도 부전군, 장진군에 기지를 두고 게릴라전을 전문으로 하는 항공육전부대였다. 남한으로 치면 공수특전단에 해당한다.

훈련강도도 몹시 강했다. 30kg의 무기 장구류를 지고 하루밤 1백리 행군, 강하(降下)훈련을 위주로 했고 각종 환경에 적응하는 스키, 기마, 자전거, 자동차 운전 다양한 훈련을 받는다. 겨울철 훈련 때 한번씩 기지를 떠나 훈련코스를 행군하는데, 그때나 한번 주민들을 구경하던 감춰진 부대다.

기자가 북한에 있을 때 534군부대 군인들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군수물자 지원담당인 후방총국조차 534군부대 인원이 정확히 파악이 안돼 군수물자도 대강 헬기에 싣고 와서 떨구어 주고 갔다”고 했다.

김정일은 이들의 훈련모습을 보고 “534군부대 하나만 가지고도 조국통일을 할 수 있다”는 신뢰를 주었다고 한다.

고등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534 특수부대에 가는 것을 열렬히 희망했다. 길에서 시비가 붙으면 상대방을 겁주기 위해 “나, 534 복무했어!”라고 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82년 경 남한의 정보기관에 비밀이 노출되면서 534군부대도 부대이름을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534군부대는 그 후 ‘108 훈련소’로 명칭을 바꾸고 일반 부대로 강등됐다.

534군부대는 유령부대임에 틀림없어

북한은 이미 한번 사용한 군부대 명칭을 잘 쓰지 않는다. <노동신문>에 단골로 등장하는 534군부대가 의심스러운 것도 바로 이점이다. 하물며 적들에게 비밀이 넘어간 군부대 대호(代號)를 다시 살려 김정일이 ‘단골손님’이 되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사실이다.

특히 김정일은 ‘우리 내부의 비밀이 적들에게 절대 알려져서 안 된다”고 누누히 측근들에게 강조해왔다. 따라서 북한의 보도기관에 자주 등장하는 534군부대는 ‘유령부대’임이 틀림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영진 기자(평양 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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