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낙담한 최은희에게 “신감독 데려다 줄까요?”

▲ 연회장에서 김정일(가운데)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출처 : 수기 '우리의 탈출은 끝나지 않았다')

북한에 납치된 후 8년만에 탈출, 김정일 비밀파티 참석 등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영화배우 최은희씨가 북한에 있을 당시 “김정일이 나를 자기 아버지한테 바치려고 한다는 공포를 느꼈다”고 밝혔다.

지난 달 별세한 남편 신상옥 감독과 최 씨는 김정일의 지령에 의해 1978년 북한에 납치됐다가, 8년만에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최 씨는 신동아 6월호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양복감과 한복감을 산더미처럼 갖다 주고 옷을 해 입게 한 뒤 사진을 수없이 찍었다”면서 “김정일은 쇼트 헤어에 한복을 입은 모습을 보고 ‘머리가 짧은데도 한복이 잘 어울립니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김정일이 이 사진을 김일성에게 보여주자 김일성이 ‘괜찮구먼’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줘 최씨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한다.

최 씨는 북한에서 지낸 8년 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펴낸 수기집「우리의 탈출은 끝나지 않았다」에서도 이 장면을 회고하고 있다.

중국 화궈펑(華國鋒) 총리 환영 만참에 참석한 최 씨는 “나 혼자만의 일방적인 속단일는지는 모르겠으나 혹시 (로얄석에 앉은) 김일성이 내 얼굴을 찾아보려고 우리 쪽으로 시선을 자주 보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 “지난 번 내가 새 옷들을 맞춰 있었을 때 찍은 사진을 김정일이 아버지에게 보여주었더니 ‘참 미인이군’ 했다는 이야기가 머리에 떠올랐다. 혹시 김정일이 내 좌석 위치를 아버지에게 알려주면서 직접 실물을 한 번 보라고 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 씨는 남편인 신 감독이 납북된 것은 자신이 북한에서 영화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납치 후 북쪽 사람들이 영화 일을 해보라고 권고해 “남과 북이 몇 십년을 갈라 져 있었다. 서로 호흡이 맞아야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

그녀가 이렇게 낙담과 실의에 빠져 있자 김정일이 지나가는 말처럼 “신감독 데려다줄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신 감독이 북한에 납치 된 뒤, 5년이 지나서야 재회한 부부는 김정일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여러 편의 영화를 함께 만들어냈다.

최 씨는 또 신 감독의 자진 월북설에 대해서도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거짓말 탐지기 조사까지 받았다”며 납북이 분명하다고 못 박았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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