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기존 입장 되풀이…사찰단 복귀 허용할 수도”

김정일이 오는 24~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제2차 고위급 미북회담에 앞서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 개최 입장을 재확인해 향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되고 있다. 전제 조건 없는 회담은 한미가 요구하는 사전조치(우라늄 농축 중단 등)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김정일은 19일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과 서면인터뷰에서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고 우리 공화국 정부의 시종일관한 입장”이라며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을 하루빨리 재개하고 9·19공동성명을 이행함으로써 전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해 나간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 핵은) 우리 인민의 자주권과 안전을 항시적으로 위협하는 미국에 의해 산생됐다”며 “미국의 핵위협과 가증되는 적대시 정책으로부터 자주권을 지키기 위해 핵억제력을 보유하게 됐다”고 핵개발의 원인을 미국에게 떠넘겼다.


북한은 지난 7월 말 뉴욕에서 진행된 1차 미북대화에서도 전제 조건 없이 6자회담을 열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등 쟁점 현안을 일괄 타결하자는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핵과 미사일의 모라토리엄 선언 등 북한의 선행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며 양측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와 관련 김정일이 공개적으로 6자회담 전제조건 실행을 거부하고 나서며 이번 2차 미북대화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공회전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대화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IAEA 사찰단 복귀나 핵과 미사일의 모라토리엄 선언 등을 사전조치 형식으로 수용하고 UEP문제는 6자회담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김정일의 이번 발언과 관련 “기존의 입장을 반복한 것”이라면서도 “대화 의지가 있어 보이지만, 내용을 보면 태도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도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측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인터뷰 형식으로 한 것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지만 내용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또한 미북대화의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북한이 미국측의 요구를 한 두 개 정도는 수용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 IAEA 사찰단 복귀 정도는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UEP문제는 가동을 중단하면 검증을 받아야 하므로 6자회담에서 논의하는 차원으로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일종의 생색내기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도 이번 발언에 대해 “중국의 지원과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에 북한이 화답할 수 있는 것은 6자회담 뿐”이라며 “(김정일 인터뷰는) 대외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분석했다. 


김 교수는 “김정일은 북-러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에 가면 핵시설 중단, 핵과 미사일 모라토리엄 선언 등을 하겠다고 했다”며, 그런 면에서 “IAEA 사찰단 복귀나 핵시설 동결 문제 정도는 수용할 수도 있겠지만 UEP 문제는 협상카드로 가지고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정일이 제2차 미북대화를 앞두고 외신과 인터뷰를 한 것은 대외관계 개선 의지를 의식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마크 토너 국무부 부 대변인은 이날(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목적의 진정성이며, 그동안 여러 차례 언급한 것처럼 북한이 회담 테이블로 돌아온다고 해서, 그리고 이행하기로 한 것을 했다고 해서 북한에 보상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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