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기자 따돌리기…5년前 상하이 방불

지난 10일 극비리에 중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행적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자 5년전 김 위원장의 ’상하이(上海) 방문’ 경험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01년 1월 김 위원장은 중국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를 전격 방문했었다.

북한의 군.관.정계 고위인사들을 대거 수행하고 15일 북한을 출발한 김 위원장은 베이징(北京)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열차를 타고 16일 상하이에 도착해 19일까지 머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는 20일 귀국길에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만 만난 뒤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은 2000년 5월 말에도 중국을 방문했었기 때문에 불과 7개월 만에 다시 중국을 방문하게 된 당시 김위원장의 행보는 세계적인 화제였다. 당연히 세계의 주요 매체들의 취재전쟁이 불을 뿜었다.

이른바 ‘천지개벽 행보’는 당시 김 위원장의 상하이 일정을 한마디로 압축했다.

특히 2000년 6월의 남북정상회담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 시점인데다 북한이 중국의 뒤를 이어 사회주의식 시장경제체제를 전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에 그가 가는 길은 향후 북한의 미래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김 위원장의 행적은 하지만 쉽게 포착되지 않았다.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한 서방권 기자는 “중국권내 가용할 수있는 기자들은 모두 동원해 취재를 했지만 그의 동선(動線)을 찾는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을 담으려고 전세계의 카메라 기자들이 상하이의 영빈관 등에 진을 치고 있었지만 푸둥(浦東)의 한 호텔에 머물면서 기자들을 따돌렸다고 상하이 한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언론의 예상과 달리 여유있게 상하이의 주요 시설들을 둘러봤다. 일반인들의 접근은 대체로 통제됐지만 워낙 많은 인사들이 행사에 동원돼 ’알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김 위원장의 움직임을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주롱지(朱鎔基) 당시 중국 국무원 총리의 안내로 상하이의 도시건설계획전시관과 제너럴모터스(GM) 화홍(華虹)전자유한회사를 방문했다.

또 황쥐(黃菊) 상하이시 당서기 등의 안내를 받으며 바오산(寶山)철강공사와 벨유한공사, 손교현대농장개발구역, 푸둥 행정구 청사, 푸둥 주택단지, 지하철, 인간게놈연구센터, 상하이 대극장, 둥팡밍주(東方明珠) 등 상하이를 상징하는 모든 시설은 대부분 시찰했다.

특히 상하이 증권거래소의 경우 중국측이 잡아준 일정 외에도 한번 더 시찰하는 열의를 보여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상하이시 관계자는 “증권거래소를 두번 방문한 것은 김 위원장의 요청 때문이었다”고 소개한 뒤 김 위원장이 상하이의 외자유치와 함께 첨단 기술발전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적 행보’는 결국 일본의 한 방송사에 의해 포착됐다. ‘대특종’을 낚은 그 방송사는 카메라 10대를 요소요소에 배치하고 며칠을 지샜다는 후문이다.

김 위원장 상하이 방문행사에 직접 참석했다는 한 공무원은 ”사실 그의 행사가 그다지 극비리에 치러진 것도 아니었는데 언론들은 제대로 추적하지 못하더라“고 말했다. 사회주의 중국의 특성상 정보 통제가 용이하긴 하지만 길목을 제대로 지키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이 공무원은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일각의 관측대로 상하이에 있든 아직 중국 북방에 있든 조금만 세심하게 확인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상하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