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군중대회 참석‥`업적’ 행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상 처음으로 경제분야의 군중대회에 참석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6일 현대화 공사를 마치고 16년만에 재가동에 들어간 함경남도 함흥시 2.8비날론연합기업소 준공 축하 군중대회에 참석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군중대회’라는 명칭의 행사에 참석한 것은 2000년 10월 츠하오톈(遲浩田) 중국 국방부장과 함께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중국인민지원군 참전 50주년 기념 군중대회에 불과하다.


외빈 환영 같은 외교적 성격의 군중대회에는 드물게나마 참석했지만 경제분야의 군중대회, 그것도 지방에서 열린 군중대회에 참석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 위원장은 1974년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김일성 생일이나 정권 수립, 인민군 및 노동당 창건 등 주요 기념일을 맞아 평양에서 진행된 퍼레이드나 열병식, 횃불시위 같은 정치적 성격의 행사에만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이번 파격 행보는 건강이 좋지 않은 가운데 부친인 김 주석의 `유훈’을 실천해 `업적’을 남기겠다는 조급증에 사로잡혀 있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961년 5월 준공된 2.8비날론은 연산 5만t의 시설로 김 주석의 업적 중 하나로 꼽히지만 생산시설의 노후화와 원료 부족으로 김 주석 사망 해이자 `고난의 행군’ 시작 시점인 1994년부터 가동을 완전히 멈춘만큼 김 위원장의 입장에선 부친의 업적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컸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방북한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함흥에 불러들이는 외교적 결례를 보이면서까지 재가동에 들어간 이 기업소를 이틀 연속 찾은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분석은 북한 언론매체가 쏟아내는 `찬양조’의 기사 속에서도 쉽게 읽힌다.


북한 언론은 2.8비날론 재가동을 김 주석이 생전에 만든 것을 지키려는 김 위원장의 노력의 산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김 위원장 스스로도 이 공장에 보낸 특별감사문에서 “새로운 원자탄을 쏜 것과 같은 특대형 사변”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현대화 공사는 비날론 공업의 첫 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어제날의 공장들을 빠짐없이 살리겠다는 영도자(김정일)의 의향에 따라 추진됐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최근 “수령님(김일성)은 인민들이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이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이 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 원세훈 국가정보원장도 지난달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김일성)유훈을 관철하지 못했다는 자탄 등 현안 해결에 대한 초조감을 많이 피력하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전례없는 경제부문 관련 군중대회 참석을 통해 주민생활 향상에 주력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화폐개혁 이후 악화된 민심을 다독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후계구축 차원에서 서둘러 단행한 화폐개혁과 시장 폐쇄 등의 조치가 오히려 식량난을 가중하고 민심마저 악화시켜 역효과를 가져온 현실을 감안한 듯 주민 생활 향상을 위해 고심하고 있음을 부각시키려는 속내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 언론이 연일 특집기사를 통해 “비날론솜과 농약 등 화학제품 420여종을 생산해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할 수 있는 확고한 전망을 열어놓았다”고 선전하고 김 위원장도 `입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쁨에 눈물을 흘렸다고 홍보전을 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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