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군시찰 사진 최근 것 아니다” 의혹 제기

북한 언론매체들이 11일 공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사진은 배경의 초목 상태 등으로 미뤄 최근 것이 아니며 7,8월 심지어 봄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 강력 제기되고 있다.

북한 매체들도 김 위원장이 제821군부대 산하 여성포중대를 시찰했다며 시찰 사진들을 보도했으나, 시찰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사진 촬영 시점이 최근이 아니라 8월 중순 이전이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진은 와병설의 김 위원장의 최근 건강상태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다만 북한도 외부의 이러한 분석 가능성을 인식했을 가능성이 큼에도 이번에 사진을 공개한 것은 대내적으론 장기간 은둔에 따른 북한 주민들의 동요나 불안감을 차단하고, 특히 대외적으로 북미간 핵협상 결과를 비롯해 북한의 정책결정이 김정일 위원장 중심으로 이뤄지며 따라서 안정적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14일 군부대 시찰 보도를 끝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와병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전제로, 이번 사진들에 나타난 나무와 풀 등의 상태와 색깔 등을 토대로 사진 촬영 시기가 7,8월이며, 이 경우 사진 속 김 위원장의 상태로 미뤄 그가 뇌관련 수술을 받기 전일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12일 “최근 사진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고, 한 정보 당국자는 “김정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분석한 결과 연도는 알 수 없지만 사진에 나타난 자연환경으로 미뤄 7-8월께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당국은 조경 전문가들도 동원, 촬영 시기를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근거로 촬영 날짜가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기 이전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김 위원장이 시찰한 821부대는 강원도 통천지역에 위치, 우리 군의 통신 첩보망에 노출될 수 있는 충분한 거리임에도 최근 이 지역에서 김 위원장의 시찰을 추정할 만한 단서가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는 것이 정보 당국의 지적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는 기온이 다소 높아 설악산은 예년보다 1주일가량 늦은 지난 3일 첫 단풍이 든 것으로 관측됐으나 이보다 윗쪽의 금강산은 통상 설악산보다 2-3일 일찍 단풍이 든다는 점에서 9월30일이나 10월1일 첫 단풍이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진이 공개된 11일은 이미 첫 단풍이 지난 시점임을 지적했다.

산림 전문가 A씨는 “나무나 풀은 여름을 지나면서 짙어졌다가 9월께부터는 단풍이 들지 않더라도 퇴색하고 잎의 일부가 떨어지거나 벌레를 먹어 구멍이 숭숭 뚫리고 얼룩반점이 나타난다”며 사진상 정확한 판독이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잎의 색이 진녹색이라기보다 연한 녹색인 점을 들어 “5월 중하순에서 6월 초 정도, 늦어도 8월 중순 이후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른 산림 전문가 B씨도 “강원도 쪽이면 잎들이 일부는 푸른 색이어도 풀은 색이 변해야 하는데 앞쪽의 아카시아 나무나 그 뒤의 풀도 10월 것으로는 판단이 안되며 오히려 봄쪽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반도 산림생태를 연구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사진에는 소나무나 대나무가 주종인데, 최성기가 지난 10월에 맞지 않게 상당히 힘이 있어 보인다”며 여름철 모습이라고 지적하고 “잔디 역시 10월은 최성기가 지나 힘이 없어지는 시기인데 사진의 잔디는 꼿꼿하게 서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에 드러난 김 위원장의 모습과 관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낸 정남식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전문의는 “마비가 오면 보통 입이 처지는데 그런 모습은 사진상 보이지 않고 자세 역시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여러 장을 찍어 그런 증상이 없는 것만 골라 보여줬을 수도 있고, 이전에 찍은 사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은정 강북삼성병원 내분비과 교수는 “사진상 머리를 봐서는 뇌수술은 없었던 것 같고, 특별한 후유증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 10일밤 공개한 김정일 위원장의 9월5일자 ‘담화’를 12일에도 군부대 시찰 소식과 함께 거듭 보도하고 있다.

북한 매체는 이 담화가 한달전 것이라고 설명한 만큼 북한의 이러한 행태는 와병했던 김 위원장의 현 신체상태를 감추려는 것보다는 북한 체제의 안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 전문가는 “이번 사진이 8월 중순 이전의 것이라고 해도 날짜를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 이 여성포중대 군인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으로 되지는 않는다”며 “시점과 관련해 군 보위사령부 등이 나서 포병중대 군인들에게 김 위원장의 신변안전을 운운하며 입단속을 시킨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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