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과연 핵실험 강행할 것인가?

▲ 98년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미사일

지난 22일과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에 이를 저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하면서 뉴욕증시가 급락하는 등 북한 핵실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북한은 핵실험을 할 것인가? 한다면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가? 일단 핵보유국들이 핵실험을 왜 하는지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 핵실험의 목적

핵실험을 하는 목적은 크게 기술적인 목적과 정치적인 목적으로 나뉜다.

– 기술적 목적

기술적인 목적이란, 단순하고도 당연한 목적이지만, 만들었으니 확인을 해보자는 것이다. 핵무기는 고도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첨단과학의 결정체로, 특히 핵심은 고폭장치(高爆裝置;고성능폭발장치)다. 핵무기는 내부에 둘로 쪼개져 있던 핵물질을 1백만 분의 1초의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결합시키는 고성능 폭약을 통해 핵반응을 일으켜야 하는데 (느리면 불완전한 폭발로 효과를 얻지 못함) 실험을 통해 계속 그 성능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물론 내부에 핵물질을 넣지 않고 빈깡통을 터트리듯 고폭실험을 해볼 수도 있으며 이미 북한은 이러한 모의실험을 최소 70번 이상 해본 것으로 파악되지만, 일단 핵물질을 손에 넣으면 미량이라도 그 안에 집어넣어 정말로 핵실험을 한번 해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김정일과 같이 의심이 많은 사람은 제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북한은 현재 플루토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우라늄 핵무기보다 안정성이 낮아 반드시 실험을 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1945년 일본에 떨어진 두 개의 핵무기도 하나는 우라늄(히로시마 투하), 다른 하나는 플루토늄(나가사키 투하) 핵무기였던 바, 전자는 실험 없이 바로 실전에 투입됐으나 후자는 실험용을 하나 더 제작해 투하 20일 전 지상핵실험을 실시하였다.

– 정치적 목적

핵실험의 정치적 목적은 대외 과시와 견제를 위해서다. 이는 각국의 핵무기 보유 배경과도 관계가 있는데, 자국의 핵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상대의 도발을 저지하는 수단(억지력)으로 핵실험을 단행한다.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의 경우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지만, 핵무기는 정말로 사용하려는 무기라기보다는 정치적 상징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정치적 상징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측면이 큰 경우, 일정 능력이 되면 툭 까놓고 보여줌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북한의 경우 핵개발이 김정일의 핵에 대한 지나친 믿음 – 핵을 갖고 있으면 아마도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는 – 에서 비롯되었고, 현재 핵보유와 대량 생산, 심지어 외부 수출까지 경고했음에도 미국이나 중국이 ‘의도적 무시’ 전술 등 의연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는 상황에 있다. 때문에 김정일로서는 시간이 갈수록 외부에 대해 핵 압박 수위를 높여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핵실험은 내부결속용의 측면도 있다. 인도의 예를 보자. 인도는 1974년에 1차 핵실험을 했다가 24년만인 1998년에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1차 핵실험은 인도가 비동맹노선을 표방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미국과 소련 어느 측으로부터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자 극도의 고립감에서 실시한 것이다.

2차 핵실험은 앙숙인 파키스탄과의 관계 악화도 있지만 당시 19개 정당이 참여한 연립정부가 구성되어 강한 통치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고, 경기침체의 불만을 외부로 유도하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 역시 체제이완과 지도부의 상호 불신이 매우 고조될 경우 내부단속용으로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 핵실험의 종류

핵실험은 지하, 수중, 대기권 핵실험 등이 있다. 수중 핵실험은 물이라는 좋은 차폐물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거나 국지적인 해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중국이나 일본에 직간접적 피해가 가는 방식은 피하려 할 것이다. 더구나 한반도 주변 해역은 수중 핵실험을 할 수 있을 만큼 수심이 깊지 않다. 아니면 공해(公海)상으로 나가야 하는데 북한이 핵실험 장비를 가득 싣고 공해상에 나갈 동안 미국과 주변국이 앉아서 보고만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기권 핵실험은 주로 대규모 핵실험을 할 때 이용하는 방법인데 핵분열 생성물이 대기권에 그대로 방출돼 여러 나라에 영향을 미친다. 심각한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현재 대기권 핵실험을 하는 나라는 없으며 북한도 이런 방식을 택할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북한이 선택할 방법은 지하 핵실험이 유력하다. 지하 핵실험은 지하동굴을 뚫고 실시하게 되는데 폭발 후 동굴이 함몰되어 극소량의 가스만이 지상으로 방출된다. 소규모 지진을 일으키기도 하고, 실험 후 인근에서 풀과 나무가 전혀 자라지 못할 정도의 효과가 남는다고는 하지만 비교적 안전하고 주위 국가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그럼 북한이 이미 지하 핵실험을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소규모의 핵실험을 했다 하더라도, 한국이나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은 이것을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다. 핵실험으로 인해 발생되는 지진은 자연적인 지진파와 완전히 다르다. 앞으로도 빈틈없이 지켜봐야 할 것이다.

◇ 북한 핵실험의 가능성

앞에서 살펴보았듯 기술적, 정치적 측면에서 북한은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원론적으로 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WSJ 보도 이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되면 미래를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경고하고, 대체로 여론은 “설마 북한이 핵실험까지 하겠어?” 하고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현재의 추세는 핵실험 가능성이 점점 커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The Daily NK』를 통해 여러 차례 언급되었듯 북한의 핵개발은 애초부터 ‘핵무기 보유’를 위해 시작되었고 일관되게 거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1994년 제네바합의를 통해 “핵이 ‘장사’가 된다”는 또 다른 측면을 북한은 발견하게 되었고, 이번에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으려는 ‘큰 도박’을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지금 이것은 지나친 욕심이고 오판이자 망상이다. ‘1차 핵위기’라 불리는 1993~1994년에 미국은 ‘NPT 체제 보호’라는 측면에서 북한에 대해 시종 수세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고 북핵문제에 대한 주변국의 관심 역시 미미했지만 지금은 그때와 확연히 다르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대외전략은 대단히 공세적으로 바뀌었고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시범케이스로 올라와 있는 형편이다. 1차 핵위기 때는 그저 의혹뿐인 핵이었지만 지금은 북한 스스로 시인해버린 핵이고 완성된 핵이다. 이외에도 1차 핵위기와 2차 핵위기가 다른 점은 대단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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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핵에 대해 미국이 보상을 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은 겉으로는 외교관계, 주권보장 등 정치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핵보유를 통해 노리는 것은 경제적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선(先) 핵폐기 이전에 미국이 체제안전보장 등 정치적 보상을 해줄 가능성은 없으며, 또 문서상 또는 구두(口頭)로 정치적 보상을 해준다 하더라도 그것이 북한에 특별한 실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김정일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 미국이 먼저 경제적 보상을 해줄 리도 없지만, 경제적 보상 역시 해준다고 해도 미국으로서는 중유 공급, 경수로 건설 재개, 어느 정도의 차관 제공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지금껏 핵개발에 쏟아 부은 기회비용에 비해 이렇듯 핵폐기의 대가는 대단히 미미하다. 이는 북핵문제에서 한-일-중 등 주변국의 이해관계를 제외한 미-북 관계에서 볼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또 외부의 압박으로 막다른 길에 이르렀을 때 김정일이 커다란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핵을 폐기할 가능성도 상상해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김정일은 그야말로 빠르게 몰락하게 될 것이다. 아마 채 1년을 버티기 힘들 것이다.

지금 북한의 지도부 인물들은 김정일이 절대권력을 쥐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핵무기를 손에 쥐고 나름대로 배짱 좋게 국제사회를 협박하고 있으니 무언가 출로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 혹자는 김정일의 신통한(?) 능력에 감탄하면서 따라가고 있겠지만 특별한 실익도 없이 김정일이 핵을 놓는 모습을 보면 대단히 실망하게 될 것이다. 김정일은 ‘장군님’이고, 이러한 자신의 정치적 지위를 상실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핵폐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김정일이 전쟁을 도발할 가능성 역시 매우 낮다. 일부에서는 최후에 김정일이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전쟁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데, 독재자는 자신이 누려온 절대권력의 매력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완전히 놓칠 수 있는 섣부른 도박을 감행할 가능성은 역사적 사례로 봐도 매우 낮다.

하지만 핵실험 정도는 김정일이 선택할 수 있을 만한 마지막 카드로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봐라, 나도 할 수 있다”라고 큰 소리 한번 쳐보는 기회를 갖는 것인데, 그래서 북한이 만약 핵실험을 한다면 외부과시용보다는 내부단속용에 무게중심이 더 주어지는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일 정도의 판단력이면 핵실험을 하게 되면 모든 협상은 물 건너가게 되고, 핵실험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압력이 쏟아질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마 중국도 대북제재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순전히 외부 과시와 견제의 목적으로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은 비교적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외부의 압력을 감수하고서라도 체제 내부의 불만을 단속해야 할 필요성을 매우 강하게 느끼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경우, 즉 내외부의 압력이 임계점에 도달할 시점에서는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현 단계에서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 문제는 우선 북핵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되는 시점, 예컨대 대북제재가 구체적으로 협의되는 시점에서 면밀히 관찰해야 할 것 같다.

DailyNK 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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