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공개총살 ‘3중효과’ 노린다

공개처형은 북한에서는 이른바 군중노선의 한 ‘교양방법’으로 행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어 ‘말 잘 듣는 인민’으로 만들기 위한 교양방법인 것이다.

북한은 실제는 봉건적 수령절대주의 국가이지만, 외부에는 구공산권 국가처럼 ‘프롤레타리아 독재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노농(勞農)동맹에 기초, 노동자와 농민은 동맹하고 반대파들(지주 자본가 종교인 등)에게는 독재를 실시하는 국가다. 또 주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군중노선을 실시한다. 군중노선은 북한주민들을 ‘교양대상’과 ‘포섭대상’ ‘타도대상’으로 나누어 계층별로 교양하고 있다.

공개처형 대상은 어떤 사람들인가

북한은 한반도 북반부에 공산주의를 완전히 수립하고, 전체 한반도에 민족해방(적화통일)을 실현하는 것을 최종목표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시대에 뒤떨어져도 한참 뒤떨어진 목표를 아직도 세워두고 있는 것이다.

나라의 성격이 노농계급에 기초한 계급투쟁이니까 당연히 반대파들이 많다. 김일성, 김정일은 여러 차례 안전기관과 보위기관을 찾아가 “계급적 원수들에게는 범(호랑이)이 되어야 한다”고 독재의 강도를 높일 것을 독려하곤 했다.

북한은 계급구성을 지금도 명백히 하고 있다. 광복 후 숙청당한 자산계급 출신들과 정치범들, 전과자들은 주요 독재대상이다. 가족도 연좌제에 의해 이른바 ‘줄 기압’을 받는다. 연고자들은 사회의 가장 열악한 사각지대에서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다.

독재대상들과 반체제 주모자는 바로 공개처형이다. 이번에 죽은 사람도 가족 중에 당 간부나 대남공작원, 기타 끗발있는 사람이 없는 순수한 ‘백수’였을 것이다.

그런데 독재대상들 외에 새롭게 총살당한 사람들이 많았다. 90년대 중반 극심한 식량난이 닥치자 먹을 것이 없어 범법자들이 많이 생겨났다. 1995년 10월 평양시 용성구역 마람동에서는 조선혁명박물관 해설 강사(講士) 두 명이 차고 있던 ‘김일성 시계’ 등 귀중품을 여러 명으로부터 강탈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일성 시계’는 스위스산 오메가 금시계인데, 외국에 나가면 엄청난 값을 받는다.

이 사실을 당시 박물관장 황순희가 김정일 관저에 찾아가서 알렸다. 사건 내막을 들은 김정일은 “이제는 평양에서도 총소리를 울려야겠다”며 공개처형을 직접 명령했다.

공개처형의 효과

공개처형을 함으로써 북한 당국은 다중(多重)의 효과를 노린다. 먼저 검찰 조사단계에서 ‘개준(전)성이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갈라놓는다. 즉 앞으로 김정일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자인가, 아닌 자인가를 가려내는 것이다.

공개처형 대상자는 결국 계급성분이 나쁜 ‘독재대상’으로 낙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첫째 주모자가 공개 총살당해도 무방한 ‘독재대상’이라는 사실을 알려 계급독재 체제를 지키고, ‘포섭대상’의 공모자들은 교화소로 보내 앞으로 김정일의 말을 잘 듣는 사람으로 바꾸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두 번째 효과는 총살형을 공개함으로써 군중들에게 엄청난 공포감을 심어주어 앞으로 반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살인으로 ‘교양하는’ 나라,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공개처형이 있기 전날 시내 곳곳에 건물이나 전봇대에 공고문을 붙인다. 보안서에서 공장, 농장의 책임자들에게 휴업을 지시하고, 모두다 구경하도록 한다. 담당 보안원들은 거리와 골목을 막고 주민들에게 한 사람이라도 더 구경시키도록 독려한다.

처형장소도 사형수의 고향이나 범행장소로 정해진다. 되도록 사형수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고향에서 처형하는 것이다. 이는 부모와 친척 고향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죽게 만들어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공포감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만약 사형수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면 피해자 가족들로 하여금 형이 집행될 때 돌을 던져 원한을 풀게 한다. 사형수 가족들은 처참한 광경을 보기도 전에 까무러치고 만다. 김정일은 서로가 서로에게 원한을 품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김정일 개인에게만 충성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과거 히틀러도 이 정도로 악질적이지는 않았다. 후세인은 김정일에 비하면 ‘어린이 독재자’ 정도밖에 안 된다.

주모자만 죽이는 효과

90년대 중반에는 공모자가 열 명이면 열 명을 다 총살형을 시켰는데, 나중에는 너무 죽이면 원수가 많아진다고 생각했는지 주모자 한두 명을 총살했다. 그러면 여덟 명은 ‘바지에 오줌을 쌀 정도로 교양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도 노림수가 있다. 공모자들 중 누가 ‘주모자’로 판결되어 사형되는가 하는 것은 재판이 끝날 때 쯤 알게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판장으로 나온 공모자 전원이 얼굴이 새까맣게 탄다. 사형수에게는 처형장에 나갈 때까지 총살된다는 사실을 일체 알려주지 않는다. 사형수는 재판정이 실내가 아니고, 외부일 때 비로소 총살형이라 직감하게 된다.

김정일은 사람의 간을 말리면서 독재를 유지하는 것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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