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경호작전’, 용천사고 겁먹었나?

▲ 2001년 김정일이 러시아 방문중에 타고간 특급 열차를 러시아 경찰이 호위하고 있다.

김정일의 중국방문이 한 편의 첩보영화처럼 진행되고 있다. 김정일은 10일 오전까지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특별열차 대신 전용 비행기로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김정일의 중국 방문을 파악하느라 각국 대사관과 언론은 큰 혼란을 겪었다. AP통신은 당초 김정일이 전용열차 편으로 평양을 출발 중국 상하이에 도착한 것으로 보도했었다. 11일 오전에는 전용열차 편으로 러시아로 향했다는 오보까지 나왔다.

북•중 양국은 김정일의 방중을 극비 보안으로 다루면서 김정일이 평소 외국여행에 이용하는 전용 열차를 먼저 출발시키는 치밀한 연출력까지 발휘했다. 여기에 중국 외교 관계자들이 확실치 않은 정보까지 흘리고 다니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김정일이 비행기를 타고 중국을 방문한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한 변화는 2004년 일어난 용천 폭발사건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해외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대형 폭파사고가 일어난 것이 기차여행을 기피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김정일이 비행기를 이용한 것은 1965년 김일성과 함께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것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진다. 1983년부터 2004년까지 중국을 4회에 걸쳐 방문하면서 매번 전용열차를 이용했다. 2001년과 2002년 러시아 방문 때도 기차여행을 즐겼다.

열차이용 예상 뒤집고 허 찔러

당시 열차여행에 대해 김정일은 스스로 “비행기를 타고 가면 내가 뭘 볼 수 있겠소. 나는 내 눈으로 러시아의 장•단점을 직접 보고 싶은 거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평양에서 베이징까지 매번 창문 너머로 중국의 발전상을 파악하기 위해 기차를 이용한다는 주장은 석연찮다. 기차 여행은 대형사고 발생 위험이 적고 철길 확보를 통해 사전에 위험 요소를 제거할 수 있다. 전용열차는 방폭장치가 모두 갖춰져 웬만한 폭발에도 끄덕 없다는 증언도 있다.

그동안 김정일이 비행기를 기피해온 이유는 일부의 관측처럼 고소공포증 때문이 아니라, 비행기 테러를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돼 왔다. 김정일은 KAL기 폭파지령을 내리는 등 직접 비행기 테러를 해본 경험이 있다. 테러의 무서움을 잘 아는 것이다. 비행기를 기피한 것은 오로지 신변안전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번 전용기 방문도 신변안전에 최우선을 두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열차이용을 예상하고 있던 터에 전용기로 허를 찌른 것이다.

김정일에 대한 경호는 아랍권의 왕에 대한 경호를 능가한다. 김정일이 경호에 어느 정도 집착하는지는 김정일 경호원 출신 탈북자 이영국 씨의 증언에서도 드러난다.

“김정일이 움직이는 행사는 사전에 보도되는 법이 없다. 현지 시찰 시 기본은 기관차로 이동하지만, 거리가 짧고 도로가 좋은 곳은 자동차를 이용한다. 모든 행사는 비밀리에 진행된다. 김정일의 출발에 앞서 선발 열차가 출발하면 북한 철도는 전 구간의 전원을 끄고 일반열차를 정지시킨다.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6∼8시간 동안 발이 묶여 있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김정일의 극비 외국 방문이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면서 주변국들은 그의 소재를 파악하느라 애를 먹어왔다. 비행기를 통한 중국 방문은 김정일이 용천폭발 사고를 예사롭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번 방중에서 알 수 있듯이 이후 김정일의 해외 방문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특급 경호작전이 계속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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