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건재’라면 왜 사진 안 나오나?

와병설 속에 공개행보를 보이지 않던 김정일이 축구경기를 관람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4일 보도에 대해 탈북자들은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만약 사실이라면 내부체제 결속을 위한 행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탈북자들은 보통 김정일이 현지지도를 나갈 경우나 경기, 공연관람을 할 경우 ‘기념촬영’을 했으며, 이를 중앙통신이 보도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책공업대학 출신 탈북자 정철용(남 50세)씨는 “구체적인 시간이나 장소 등이 보도되지 않아 의문”이라면서 “김정일이 구태여 큰 국가적 행사도 아닌 대학 축구경기를 봤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그동안 김일성종합대학이 평양철도대학과 기념체육대회를 개최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탈북자 김모 씨는 “혹 김일성대와 김책공대간의 행사라면 모를까 두 달 가까이 ‘건강 문제’가 내외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난데없이 김대와 평양철도대학과의 축구 경기를 직접 관람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책공대 출신 김상영 씨(남 60세)도 “김정일이 참석한 김대 창립 50주년 행사 때에는 참석자들에 대한 사전 검문, 검색을 통해 특정 사람만 입장하게 했다”면서 “서류심사 등을 통과한 일부 학생들과 선수들만 참여해 농구경기 후 김정일과 기념사진을 찍었다”며 ‘사진촬영’이 공개되지 않은 점을 의문시 했다.

반면 탈북자 한철혁 씨(남 39세)는 “사진이나 구체적인 장소가 보도되지 않았지만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며 “작은 규모의 축구경기는 얼마든지 신변안전 등의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내외 홍보용 활동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난 한 씨는 “김정일이 건재했다면 기념 촬영을 했을 것”이라며 “사진 등의 보도 여부에 따라 김정일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사진 등이 공개되지 않을 경우 북한 내부는 더 혼란스러워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일의 경기 관람이 사실일 경우 탈북자들은 국외 선전용 또는 내부 체제 결속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 씨는 “국내외에서 제기되는 ‘와병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내 통신이나 신문 등에서 보도되면 국외에서 다투어 떠드니까 자동적으로 외부에 자기가 건재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고, 국내 소문도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씨도 “김정일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북한 내부에 복잡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일 수 있다”면서 “‘와병설’로 내부가 혼란해질 것으로 생각해 건재를 느끼도록 하기 위한 행보”라고 주장했다.

다만 한 씨는 “왜 첫 행보로 군부대를 방문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면서 “김정일이 군부대를 방문하지 않은 것은 멀리 현지지도를 가지 못한다는 말이며, 이는 곧 건강상태가 나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는 김정일의 치밀한 ‘시나리오’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씨(김책공대 출신)는 “북한은 모략이 많고, 거짓을 유포하더라도 검증이 될 수 없는 사회”라면서 “김정일은 자신의 ‘와병설’을 퍼뜨려 미국, 중국, 일본, 남한 등과 얽힌 문제들에 각국의 대응을 지켜보기 위해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김정일은 자신의 ‘와병설’에 따른 북핵문제, 미·중과의 관계 등에 대한 국외적 상황 변화와 국내 리더십 부재에 따른 혼란상황에 따른 대처 등을 종합 평가하기 위한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였을 것”이라며 “이번 보도도 국내외 여론을 주도하기 위한 수순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또 “남한, 미국, 중국의 판단에 혼돈을 주기 위한 치밀한 시나리오일 수도 있다”며 “자신의 건재함을 확실히 알리려면 ‘사진합성’ 등을 통해 노동신문에 보도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판단을 흐리게 만들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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