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수립 60주년을 맞아 북한이 당초 예정됐던 것으로 알려진 조선인민군 열병식을 취소하고, 김정일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구체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은 9일 당초 예상을 깨고 ‘꺾어지는 해’(정주년)에 진행하던 인민군 열병식 대신, 붉은청년근위대와 노농적위대 등 비정규 군사조직이 동원된 행사로 축소했다.
최근 중국 의사 5명이 방북했다는 첩보와 김정일이 3주 이상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사실이 맞물리면서 ‘김정일 건강이상설’이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8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22일 (건강 악화로) 쓰러졌다는 첩보를 입수했다”면서 “본부(외교부)에 보고하고 지속적으로 관련 첩보를 수집 중”이라고 밝혔다.
대사관 관계자는 이 첩보를 중국측 소식통으로부터 입수, 자세한 사실을 확인 중이며 북한 내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北京)의 북한 소식통들은 “만일 김 위원장이 북한 정권 창건 60주년 기념일인 9일에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경우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일은 정권 수립 1998년 50주년과 2003년 55주년, 이른바 ‘꺾이는 해’ 행사 때는 모두 참석해 북한군 열병식을 지켜봤다.
현재 김정일의 건강문제와 관련, 어느 정도까지 진상이 파악되었을까.
지난해 일본에서 김정일의 심장 관상동맥 풍선시술 사실이 알려지고, 이 사실이 데일리NK 등 국내 언론에 의해 확인되면서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이 더욱 구체화 되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최근 김정일의 건강 이상은 지금까지 알려져 온 내용보다 ‘심각한 상태’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 당국이 올해 4월 배포한 ‘비밀을 엄격히 지키자’는 제하의 강연제강(주민 대상 강연자료)에서 ‘비밀을 철저히 지키지 못하면 수뇌부(혁명의 수뇌부=김정일)의 안전에 엄중한 후과가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대목도 이와 관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본지 9월 1일자. 北 “김정일 안전 관련 비밀 엄격히 지키자” 기사 참조).
김정일은 2006년 1월 중국 방문 시 베이징 시내 인민해방군 간부용 ‘301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4월 25일 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행사에 나타난 김정일은 주석단에 등장하면서 다리를 휘청거린 장면이 위성에 포착되어, 정보당국은 건강악화를 의심할 만한 징후를 보인 것으로 파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일이 노대통령을 맞이하면서 안색이 안 좋은 장면이 TV에 비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객관화된 사실관계 즉, ‘팩트’로 밝혀진 것은 김정일이 2007년 5월 중순 독일심장재단(DHZB) 의료진으로부터 ‘풍선확장술’(경피적 관상동맥확장술, PTCA)이라는 심장 질환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정보원이 확인 후 국회에 보고한 사항이다.
이외 김정일 관련 건강이상설은 어디까지나 설(說)에 지나지 않아 왔다.
하지만 정권수립 60주년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군사 퍼레이드도 취소된 것은 하나의 ‘사태’로 간주할 수 있어서 김정일의 건강이상이 단순한 ‘설’이 아닌 ‘사실’의 무게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