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건강악화 권력세습 동기 부여 못해”

지난해 말부터 와병설에 휩싸여온 김정일이 아직까지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고 있는 것은 김정일 스스로가 세습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한나라당측 간사인 황진하 의원의 의뢰로 이수석 현대북한연구회 회장, 경남대 현성일 박사, 매봉통일연구소 한규선 연구위원 등이 4일 발간한 ‘김정일 이후 북한의 연착륙을 위한 한국의 대응전략 연구’ 보고서는 “김정일의 건강 악화가 3대 세습에 동기를 부여할 가능성은 매우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김정일이 세습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게 된 이유로 ▲세습에 대한 콤플렉스 ▲아들들의 자질 ▲주민들의 불만 고조로 현 상황이 세습에 부정적 ▲후계자 지명시 권력누수에 대한 우려 ▲이복형제들 사이의 갈등에 대한 우려 등을 꼽았다.

특히 “김정일 건강 이상에도 불구하고 북한체제 및 권력구조의 변화는 오직 김정일의 의지에 달렸으며, 김정일 정권 승계 및 후계 문제 역시 동일하다”며 “북한이 김정일의 건강이상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북한이 후계체제나 집단지도체제와 같은 권력 구조의 변화를 본격 추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정일 측근 권력세력들도 북한 체제 및 권력구조의 변화가 자신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자명한 사실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을 높여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김정일이 후계 문제에 몰두할 경우 아들 혹은 제3자 최측근 중 한 사람을 고려할 것”이라며 “후계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정일 유고시에는 핵심권력층에서 김정일 아들을 내세운 3대 세습 혹은 제3자의 권력승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차기 지도부는 기존 북한 정책의 갑작스런 변화보다는 계승에 주안점을 둘 것이기 때문에 급진적 대외개방이나 핵포기, 시장경제로의 이행과 같은 체제변화는 당분간 거부할 것”이라면서도 “체제붕괴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사회와의 관계정상화, 중국과의 혈명관계 계승, 미국 및 일본 등과의 관계정상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급변사태 가능성에 대해서는 “김정일의 생존상황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개연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김정일의 유고는 급변사태의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보다는 급변사태의 원인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북한 권력층이 김정일의 유고가 급변사태로 이어지는 것을 절대로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김정일 이후 급변사태의 가능성보다는 점진적인 변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며 “북한에서 정권과 체제, 국가붕괴로까지 초래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급변사태는 상층부가 아니라 하층의 광범위한 대중이 주체가 될 때에야 비로소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고서는 북한의 연착륙을 위한 방안으로 “김정일 주변 인사나 간부들 중 친자본주의, 개혁개방 인사가 생기도록 사전에 인맥을 관리하는 등 정치엘리트들에 대한 설득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체제 또는 중국식 사회주의체제로의 전환시 처벌·보복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사적 측면에서는 북핵과 대량살상무기 해결과 북한 군부의 정치개입을 방지해야 하고, 경제사회적 측면에서는 인도적 차원의 긴급식량지원을 제공하되 북한의 체제 내구력과 자생력이 육성되는 방향으로 경제가 재건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의 이러한 주장은 혈통승계를 중시하는 북한 권력의 속성상 김정일의 친자가 권력을 세습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전망해온 다수 북한 전문가들의 주장과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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