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개성공단’ 못 버려…배짱갖고 협상 주도해야

지난 22일 남북 당국자간 개성 접촉을 북측이 먼저 제기한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왜냐하면 이미 예견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지금 자기나라의 국민에게 쫓기고, 시간에 쫓기고, 잘 못 살아온 자기 운명에 쫓기우는 매우 바쁜 인간이다. 남한에서 이명박 정권의 출범과 함께 불어닥친 냉대는 그를 절망을 구덩이로 몰아갔다. 그나마 오바마 정부의 탄생을 물에 빠진 놈이 잡을 지푸라기 마냥 크게 믿었건만 그것마저도 끊어져 가고 있다.

그래서 남은 돈과 마지막 힘을 깡그리 모아 쓸모도 없는 ‘미사일’을 올려 쏘았건만 오히려 유엔에까지 끌려가 전 세계의 미움만 받고, 미국의 관심 따위는 받지도 못했다. 게다가 이제는 6자회담 탈퇴를 외쳐봐도 누구도 들은 체도 안 한다.

세월은 흘러 농사철이 당장 눈 앞에 닥쳐왔다. 어느 나라도 쌀과 비료를 준다고 하지 않는다. 북한의 전국을 다 뒤져도 휘발유 한 방울도 없다. 올 봄의 가뭄은 북한의 전기마저 말려 버렸다. 무엇으로 농사를 지으며, 내년에는 무얼 먹고 산단 말인가.

한마디로 김정일은 지금 개성공단을 버릴 처지가 아니며, 더욱이 개성공단을 가지고 장난이나 칠 여유 따위는 더욱 없는 인간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왜 개성을 택했는가?

북한은 개성공단 임금 인상을 주된 안건으로 제기하면서, 그 외에 몇 가지 부차적인 안들을 더 제기했다고 한다.

이 문제를 놓고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일방적으로 폐쇄하고 싶지만 외자유치에 해를 끼치기 때문에 남측이 자동적으로 물러나도록 수를 쓰고 있다”거나 “북한이 남측 정부에 고통을 주고 서로 싸워 분열하도록 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는 식의 추리들을 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참으로 답답한 ‘대북 전문가’들이다. 북한이 아무리 ‘외자유치’를 바란다고 해도 김정일의 저 정신 나간 ‘핵장난’과 ‘미사일 장난’ 속에서 북한에 투자를 할 나라와 자본가가 어디에 있겠는가?

또한 김정일이 체제 유지를 위해 개성을 버리고 싶다고 하다면 외국 투자자들의 눈이 두려워서 못 버릴 인간인가? 개성공단은 남한을 위협하는 ‘정치적 카드’이자 세계 앞에서 남북한 민족이 화합한다는 ‘눈속임 카드’이며, 나아가는 김정일의 ‘운명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버릴 수 없는 곳이다.

개성공단 입주자들에게 제일 긴박한 문제는 북측이 제기한 문제의 해결일 것이다. 이번에 북측이 제기한 토지 이용료 문제와 시기 같은 것은 정부 차원에서 남북간이 서로 조금씩 양보를 해 줄 수도 있는 문제다. 남측 정부가 할 소리를 하면서, 북측에도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라도 들으며 토지이용료 문제와 시기 같은 것을 책임져 준다면 국민들이 무슨 말을 하겠는가.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임금 문제도 겁부터 먹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런 식으로 계속 시달리면 당장 그만두어도 좋다는 든든한 배짱을 김정일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이번에 북한이 제기한 대로 중국만큼 임금을 올려준다면 얼마 후에는 또 남한 노동자들만큼 올리라고 할 것이다. 때문에 언제든 개성에서 쫓겨날 일이라면 지금 당장 그만 두겠다는 배짱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김정일의 속심을 정확히 알고만 있다면 겁이 날 것도 없다. 당장 북측이 공단을 폐쇄하지 않겠는가라는 강박감을 버리고, 그들과 마주앉아 노동자들의 임금 문제를 토의한다면 풀지 못할 것이 없다.

국제관례 대로라면 노동자들의 임금은 철저히 그 노동자가 일하며 생활하는 현지의 국민소득과 생활수준, 그리고 주재국 노동자의 최저임금 이상 수준을 주게 되어 있다. 그런데 북한 노동자들은 지금 남한이 아닌 북한 땅에서 일하고 있으며, 생활도 북쪽에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측 정부에서도 남측이 준 임금 중에서 오직 2달러 만을 실지 임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국 노동자들과 같은 임금을 줄 바에야 경제적으로 더 유리하고 정치적으로 안전한 중국으로 가지 왜 더 위험하고 불리한 북측에 가겠는가 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북측도 더는 중국만큼 임금을 올리라는 요구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김정일이 당장 요구하는 것은 개성 노동자들의 임금 몇 푼보다도 남한 정부의 큰 지원이다. 오랜만에 북측이 먼저 입질을 해 왔다고 해서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거나 너무 고맙게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남측이 칼자루를 잡고 있다는 자세로 천천히 회담에 응한다면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구석에 몰려있는 북측을 얼마든지 끌어안을 수 있을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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