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강냉이밥 먹는 인민이 진정 불쌍한가?

“아직 우리 인민들이 강냉이밥을 먹고 있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우리 인민들에게 흰 쌀밥을 먹이고 밀가루로 만든 빵이랑 칼제비국(칼국수)을 마음껏 먹게 하는 것이다.”


누구의 말일까? 얼핏 보면 어느 마음 따뜻한 군주(君主)가 나라에 흉년이 들어 헐벗고 굶주린 인민을 보며 가슴 아파하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일이 한 말이라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일 소개했다.


이 매체는 지난 9일에도 김정일이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사상적 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군사 면에서도 강국 지위에 올라섰지만 인민생활에는 걸린 것(부족한 점)이 적지 않다”며 “수령님(김일성)은 인민들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는 이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정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 살게 해야 한다’는 김일성의 유훈을 받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지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즉 지도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훈 관철에 실패했다는 뉘앙스다.


특히 “아직 우리 인민들이 강냉이밥을 먹고 있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는 대목은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목민관의 덕목으로 제시한 ‘애민'(愛民)의 정신이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김정일은 1990년대 중반 약 200만 명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김일성의 시신을 영구 보존하기 위해 8억9천만 달러를 쏟아 부은 이 시대 최고의 효자(?)다. 이 돈이면 옥수수 600만 톤을 구입해 대량 아사를 충분히 막을 수도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임금님의 수라상은 12첩이 기준이었다. 특히 홍수나 가뭄으로 흉년이 들면 임금도 반찬을 크게 줄여 백성과 고통을 함께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정일은 어떠한가?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가 쓴 ‘김정일의 요리사’라는 책에 따르면 김정일의 저녁식단에는 ‘야자상어날개탕, 뱀장어 캐비어, 코야(새끼돼지 통구이), 물고기 용정차, 염소고기 샤슬리크(러시아식 바비큐) 자라 찜 등이 올라왔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식량난이 한창이던 1990년대 중반에도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일이 좋아하는 캐비어와 일본 모찌, 열대과일을 구하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그리고 인민들에게는 ‘장군님은 고난의 행군 기간에 줴기밥(주먹밥)을 먹고 새우잠(쪽잠)을 잔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일은 남측에서 경제협력자금으로 지원한 70억 달러의 자금을 핵무기 개발에 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민들은 강냉이밥을 먹고 있는 것이 진정 가슴 아프다면 핵개발 비용을 인민들에게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도 너무나도 뻔뻔한 김정일은 또 다시 ‘쌀밥에 고깃국’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인민들을 속이고 있다. 앞서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일이 이처럼 잇따라 인민생활 안정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결국 북한 내부에 현 체제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표출되고 있다는 것의 반증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건강 문제와 함께 안정적인 3대 세습의 완성을 위해 말 뿐인 레토릭(수사)으로 인민들을 다독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유야 어찌됐든 간에 인민들에게 “흰 쌀밥을 먹이고 밀가루로 만든 빵이랑 칼국수를 마음껏 먹게 하겠다”는 데 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어떻게 이를 실현할 것인가에 있다. 답은 간단하다. 핵개발을 포기하고 굳게 닫힌 문을 활짝 열면 된다. ‘쇄국은 곧 망국의 길’이라는 것은 인류 역사를 통해 증명됐다. 그게 중국식 개혁·개방이든 베트남식 개혁·개방이든, 또는 김정일식 개혁개방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혹시라도 일련의 행위처럼 북방한계선(NLL)에서의 군사적 도발이나 ‘보복성전’ 운운하며, 대남위협을 통해 남한 정부의 대북지원을 뜯어내겠다는 심산이라면 일찍이 포기하는 게 낫다.


그러한 얄팍한 셈법에 대해 남한 정부는 잘 알고 있을 터이다. 또한 만에 하나 그게 일시적으로 통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결코 인민들에게 ‘쌀밥에 고깃국’을 먹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니라는 것을 김정일 자신도 잘 알 것이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일은 “최단기간 안에 인민생활 문제를 풀어 인민들을 남부럽지 않게 잘 살도록 수령님의 유훈을 반드시 관철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정말 최단기간 안에 인민생활 문제를 풀고 싶다면, 정말 인민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핵개발을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개혁·개방에 나서야 한다. 그게 바로 김정일도 살고 인민들도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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