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鄭통일에 최고 생일선물?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쉰두번째 생일에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왜냐하면 정 장관이 김 위원장과 면담 및 오찬을 한 지난 17일이 정 장관의 주민등록상 생일이기 때문이다. 정 장관의 주민등록 앞번호가 ’530617’인 것이다.

정 장관은 김 위원장과 5시간 가까이 동석하면서 북핵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동시에 지난 1년간 정체된 남북관계를 단 번에 복구할 만한 합의를 했다.

이산가족상봉 및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재개, 수산회담 개최, 이산가족 화상상봉 추진 등 정 장관의 제안을 김 위원장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이뤄진 합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일 선물이 된 셈이다.

게다가 이날 대동강 영빈관에서 레드와인까지 곁들여 마련된 오찬은 미역국은 없었지만 더없이 화려한 생일상이었다.

2000년 6.15공동선언 당시 환송 오찬에 나왔던 ’곰발통찜’이 재등장한 것을 비롯해 칠면조 꽃바구니, 상어날개인삼탕, 숭어냉수탕, 들쭉아이스크림 등이 올랐다.

그러나 이날은 정 장관이 평소 생일을 기념하는 날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의 한 핵심 측근 인사는 “정 장관의 주민등록상 생일은 6월 17일이 맞지만 이는 음력 생일”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등록상에 올라 있는 6월 17일은 음력 생일이며, 정 장관이 집에서 쇠는 생일은 양력 날짜인 7월 27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1953년 7월 27일이 정전협정이 체결된 역사적인 날이어서 이 날에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정 장관은 평소 별로 의미를 두지 않던 주민등록상의 생일을 남측의 대북 수장으로서 의미심장하게 평양에서 보낸 것은 물론 남북관계 회복이라는 잊지 못할 ’생일’ 선물까지 받은 셈이 됐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19일 북측이 정 장관의 김 위원장 면담 결정을 통보한 시점 과 관련, “16일 밤 북측의 누군가가 ’김정일 장군님 면담’ 결정을 우리측에 통보하면서 오전으로 잡혀 있던 비행기 시간을 늦춰달라고 요청, 이 사실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만찬 중이던 정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17일 오전 정 장관이 조깅하고 있을 때 북측이 식사도 안하고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빨리 식사하고 (면담)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달, 정 장관이 조깅을 중단하고 숙소로 돌아온 것 같다”면서 “정 장관은 그 전날 대강의 일정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고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