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실패했다해도 중국과의 관계는…

최근 김정일 방중의 목적과 의미에 대한 추측이 많다. 핵협상의 드라마틱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행보인가 아니면 다른 도발의 예고인가? 갈수록 빈번해지는 김정일의 방중은 북중간 끈끈해진 연대감을 의미하는가, 또는 경제적 원조의 실패를 뜻하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북한 리더십의 성공과 관련된 것일까?


이에 대한 정답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전의 방문들 모두 북한의 극단적인 외교적 방침에 의해 더욱 팽팽한 긴장상태로 이어졌기 때문에 위에 나열된 추측들에 대한 근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좋건 나쁘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북한 측의 전략적 움직임에 따른 것이지 김정일의 기차 여행만이 발단이 된 것은 아닐 것이다.


당초 김정일이 아닌 그의 후계자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북한의 미래 지도자로서 중국의 승인(blessing)을 받기 위해서건, 그의 지위향상을 위해서건, 이러한 관측에 의해 이번 방중은 1983년 김정일이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기 앞서 중국을 방문했던 일과 흡사하다고 해석됐다. 


하지만 밝혀진 바와 같이 김정은은 방중에 동행하지 않았고, 아버지가 자리를 비운 동안 북한에서 자리를 지켰다. 이 같은 사실이 김정은의 후계자로서의 위치를 흔드는 것은 아니나 이전에 비해(적어도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에 비해) 건강해진 모습의 김정일을 봤을 때 후계 승계 문제는 시급히 거론될 것 같지 않다.


북한이 김정일의 방중을 대남관계의 전환점으로 삼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은 지난 4월 방북 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일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담을 생각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일부 학자들은 2000년 김정일의 중국 방문 후 개최된 남북간 첫 정상회담을 그 예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일의 중국 방문이 끝나자마자 평양은 서울과의 군사적 접촉 및 통신을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남한의 반공화국 심리전에 대항해 인정사정 보지 않고 때를 가리지 않는 군사적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는 북한의 전형적인 선전 활동과 별반 차이는 없지만 한반도의 긴장관계를 해소하자는 최근 평양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이와 같은 행동은 남한과 미국으로부터의 식량지원을 받아내려는 평양 측의 노력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북한은 지난 1일 남북대화의 완전히 문을 닫아 버리겠다는 듯 남한 당국자들이 남북정상회담을 구걸하면서 자신들을 뇌물로 매수하려 했다는 비밀접촉 내용을 폭로했다.   


북한이 계속해서 ‘배신자 이명박 패거리들과는 더이상 거래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서울도 평양과의 협상에 연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명박 정부는 이 일을 계기로 악화된 남북관계를 북한의 잘못으로 돌릴 수 있게 됐고, 그 정당성 또한 얻게 됐다. 


같은 맥락에서 워싱턴 또한 남한을 위협하는 북한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이어갈 이유가 없게 됐다. 로버트 킹 미 북한인권특사가 지난 5월 말 식량지원 조사단의 신분으로 북한을 방문하기는 했지만 워싱턴 측은 북한을 위한 구체적인 경제적 지원에 대한 결정을 미뤄둔 상태이다.  


김정일 방중 기간 중 베이징 측은 북한이 건설적이고 우호적인 외교관계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중국 언론은 “한반도의 관계를 개선하고 비핵화를 향해 노력하며 6자회담을 조기재개를 주장한다”는 김정일의 발언을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김정일이 또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줄곧 진정성을 갖고 있으며, 북한은 현재 경제 건설에 집중하고 있으며 매우 안정된 주변 환경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이 6자회담이 재개에 긍정적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북한이 호전적이고 도발적이지 않게 비핵화를 진행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것을 지지하는 중국의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서다. 두번째로는 북한의 호의적인 태도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남한과 미국도 그들의 전제조건을 버려서 6자회담이 재개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비핵화 문제를 협상하는데 있어 중국이 주장한 것 보다 훨씬 비타협적이었다. 북한 정부가 운영하는 조선중앙통신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일이 ‘장애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지역 비핵화에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평양이 주장하는 ‘장애요소’란 주한미군 병력과 한미동맹, 그리고 워싱턴의 대북제재 전략일 것이다. 북한은 또한 지난해 남한에 대한 공격(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채핵무기 국가로써의 지위만을 인정받으려 하고 있다.


이전 방중 때와 마찬가지로 김정일은 자동차나 전기기기 공장들과 같은 경제시설들을 시찰했다. 중국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의 발전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들(북한)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김정일을) 초청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일들은 북한이 경제적 개혁을 비로소 시작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하지만 김정일은 2001년과 2006년 중국 방문 때도 비슷한 형식의 경제시찰을 했다. 그러나 그 후에도 북한은 경제적 개혁을 하지 않았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투자에 대한 예상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협력 프로젝트는 두 차례나 취소됐다. 북한과 중국은 황금평을 산업지대로 개발할 계획이 있었으나 진행되고 있지 않다. 나선에서 추진하려고 했던 비슷한 구상 또한 취소됐다.


김정일 방중의 표면적 목적는 중국의 식량지원, 경제적 원조, 무기 지원 그리고 후계자 김정은에 대한 지지 등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확한 보도가 없는 것으로 봤을 때 김정일이 이번 방중에서 크게 얻은 이익은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점이 북중 관계의 악화라던가 베이징이 앞으로 평양을 압박하는데 있어 더 적극적일 것이라는 섣부른 가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에 언짢은 입장을 보이면서도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을 변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의 불법활동을 담은 유엔 대북제재 위원회 리포트 공개를 적극적으로 막기도 했다. 중국 고위 관계자들 또한 북한에 비핵화를 압박하기보다는 6회담을 재개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정일 방중 기간 동안 베이징이 보여준 태도를 통해 조심스러운 설득을 통해 북한을 바꿔보려는 중국 지도층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실패했음은 물론이고, 더 강도높은 전략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듯한 기차 여행을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간 김정일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있다. 우호적인 입장으로 돌아서거나, 아니면 또 다른 도발을 획책할 수 있고, 또 한번 베이징 행 기차에 올라 탈지도 모른다. 항상 그래왔듯 북한의 다음 행보에 대해서는 구체적 실체보다 추측만이 난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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