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 실속은?…”목표엔 한계 역력”

4년 만에 찾은 베이징(北京)에서 김정일은 과연 방중 목적을 얼마나 달성했을까?


김정일의 이번 방중은 지난 4차례의 방중 때보다 대내외적인 악조건 아래서 추진됐다.


6자회담은 공전된 상태였고 천암한 침몰 사건의 배후로 북한이 지목되고 있었다. 2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정일은 아직도 왼쪽 다리를 저는 등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었다. 열차와 승용차를 이용한 장거리 이동이 아직은 무리였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은 다롄(大連), 톈진(天津)의 경제 관련 도시를 시찰하고 베이징에서 중국 지도부들과 만찬·회담을 갖는 등 4박 5일간 빡빡한 방중 일정을 소화했다.


이러한 강행군을 버텨내면서 김정일의 건강에 대한 내·외부의 시선을 불식시켰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만큼 북한의 절박한 내부 상황을 반증해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10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은 화폐 개혁 이후 경제난까지 겹치며 경제 회생의 길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6자회담 중단과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국제적인 입지도 좁아졌다. 그런 만큼 북중 동맹의 확인과 경제적 지원의 확보는 북한 체제의 생존을 보장하는 사활적 과제다.


김정일은 우선 이번 방중에서 북중간의 전통적인 유대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은 김정일의 이번 방중 동안 한 나라가 펼칠 수 있는 최대의 외교 의전을 보여줬다. 김정일 방중 일정 동안 중국 지도부의 핵심 인사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이 번갈아가며 극진한 대접을 펼쳤다.


특히 후진타오 주석은 김정일과의 회담에서 “양국 우호관계를 시대의 흐름과 함께 발전시키고 대대손손 계승하는 것은 양국이 가진 공통된 역사적 책임”이라고 말하며 전통적 우의 관계를 확인하는 동시에 사실상 북한의 후계 세습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 외에도 북중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고위층 상호 왕래 지속 ▲내정 및 외교,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전략적 소통 강화 ▲경제 무역 협력 심화 ▲문화·교육·인적·교류 확대 ▲국제 및 지역 현안 협력 강화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이 중 ‘내정 및 지역 문제에 대한 전략적 소통 강화’가 북한의 군사 모험주의적 행태에 대한 중국의 불만 표시라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관련 협의를 강화하자는 제안은 향후 북한의 행보에 공동 책임을 느낀다는 뉘앙스를 주기 충분하다. 


김정일의 방중 행보가 북중 양국의 협력을 강화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과시했지만, 중국이 정작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답은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천안함과 관련해 북한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중국 측에 납득시키고 지지의사를 듣길 원했을 수 있다.


그러나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김 위원장의 방중은 오래전부터 준비된 비공식 방문으로, 그 방문과 천안함 사건은 서로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입장은 정상회담에도 반영돼 김정일 또한 후진타오 주석에게 천안함 얘기는 직접 꺼내지 않고 돌아왔을 확률이 크다.


6자회담에 대해서도 북중간 뚜렷한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다. 당초 김정일의 방중을 통해 1년여 넘게 중단된 6자회담 재개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김정일의 6자회담 복귀 카드가 제시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김정일은 5일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어느 것도 바뀐 게 없다”고 전제 한 뒤 “북한은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를 희망한다”고만 밝혔다.


김정일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국무원 총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미국과의 양자회담 진전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 보다 진전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6자회담 관련 논의는 중국의 대북지원과 직결된다. 북한은 큰 기대를 걸었지만 6자회담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양국이 대외적으로 소개할만한 경제지원은 합의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일은 이번 방중으로 식량 10만t을 비롯해 생필품, 에너지에 걸쳐 1억 달러에 가까운 무상 지원을 중국측으로부터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병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일의 방중 결과에 대해 “북한으로써는 경제적 지원과 외교적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중국의 지지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북한이 원하는 최대치의 목표에 도달했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정일의 방중을 계기로 압록강 철교 건설이나 나선 항구 개발에 대한 협의가 있었겠지만 이 모든 것이 6자회담 진전과 연결이 돼 있다”며 “북한이 원하는 수준으로의 지원이나 북중 경협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6자회담에 대한 진전된 태도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표명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