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核 장사’, 어디까지 가나?

제5차 6자회담이 막을 내렸다. 물론 1단계 회담의 종료이고, 2단계 회담이 열릴 전망이다. 그러나 그 일정은 잡지 못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이후 개최될지, 내년으로 넘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회담은 북한이 마카오 은행 거래금지 해제, 자국 기업에 대한 자산동결 해체, 마약밀수 및 위조화폐 제작 의혹 철회 등을 미국측에 제기하면서 난항이 예상됐다. 미국은 ‘6자회담 외(外) 의제’라며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다.

북한의 주장은 미국측의 대북제재조치와 각종 의혹 제기가 ‘공동성명의 정신을 훼손하는 말과 행동’이라는 것이다. 즉 북한의 주장은 북핵문제는 미북간의 불신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이것이 해결되어야 핵문제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북핵문제는 북한의 핵개발에서 비롯되었고, 핵폐기가 최종 목표라고 못박는다. 북한은 6자회담에서 ‘모든 것’을 다루고 싶어하고, 미국은 ‘핵문제’로 명확히 선을 긋고자 한다.

‘불법의 특권’을 달라는 북한

회담에서의 합의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엉뚱한 의제를 제기하여 회담 범위를 자꾸 확대해 결국 어떠한 것에도 합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북한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지난 제4차 회담 합의문 제1항을 통해 “6자 회담의 목표는 한반도에서 평화적 방식으로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이루는 것이라는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물론 북한은 미국의 경제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면서, 이것은 ‘평화적 방식’이 아니라며 6자회담의 의제에 포함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는 것 자체가 지극히 자의적인 해석임을 스스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지난 합의문에서 미국은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사가 없다’라고 함으로써 평화적 방식을 구체적으로 약속하기까지 했다.

또한 북한이 주되게 제기하고 있는 마카오 은행 거래금지 조치문제는 미국측에 따질 일이 아니다. 마카오에 있는 은행들이 북한의 불법자금을 세탁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는 의혹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 왔으며, 돈세탁 방지법안을 만들어 불법자금의 유통을 차단한 것은 마카오 의회와 정부다. 따라서 크게 보면 북한은 중국에 이 문제를 따져야 옳다.

마카오 의회가 제정한 돈세탁 방지법의 내용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은행이 의뢰인과 거래할 때 그 목적을 확인하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도록 하는 등 돈세탁 방지를 위한 조치를 마련하였다. 북한이 마카오 은행을 이용하고 싶다면, 국제사회의 상식에 해당하는 이러한 절차를 밟기만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북한 기업의 자산동결 문제도 그렇다. 투명하고 합법적인 기업활동을 했다면 이를 제재할 어떤 이유도 없다. 마카오 은행을 통해 세탁되는 자금과 기업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못하면서, 이를 경제제재라며 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북한에게 ‘불법의 특권’을 달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김정일, 핵공갈 이쯤하면 됐다

북한이 이번에 각종 경제제재 조치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사실 지루한 싸움의 초입부에 불과할 수 있다. 핵폐기를 명확한 목표로 내세우게 되면 북한은 자꾸 논리가 소진할 수밖에 없고, 시종일관 수세에 몰리게 된다. 따라서 계속 논점을 흐리고 회담을 질질 끄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애초에 이것이 북한의 분명한 전략이었다.

김정일은 핵을 통해 더 큰 장사를 하고 싶어한다. 전기도 얻고, 중유도 얻고, 불가침 보장도 받고, 남한내 군사시설도 사찰해보고, 대북지원금도 늘리고, 주한미군도 철수시키고, 남한 정부도 친북적으로 묶어놓고, 국제범죄 행위도 더욱 대담하게 벌여보는 것이 그의 ‘큰 꿈’일 것이다.

경제제재 문제 이후에는 인권압박 문제를 제기하고, 그 뒤에는 또 무슨 발언의 꼬투리를 잡으면서 회담을 10년이고 20년이고 끌어가고 싶을 것이다. 누구든 앞장서 6자회담의 판을 깨고 싶지 않다는 약점을 이용해 국제사회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꿈이 크면 실망도 큰 편이다. 시간은 결코 북한 편이 아니며 국제사회의 인내심도 무한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핵만 포기하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이 쏟아지게 된다. 이제 핵공갈도 이쯤 하면 되었다. 핵이 ‘상한가’를 칠 때 매도하는 것이 올바른 투자(?)의 방법이라는 것을 김정일에게 조언한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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