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核없이 살 수 있다’ 확신 서야 신고

▲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 ⓒ연합

‘똑딱~똑딱’ 시간은 흘러 남은 시간은 ’13일’, 이제 북한은 영변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를 이 남은 시간(12월 31일) 안에 해결해야 한다.

불능화 작업의 경우 영변 원자로의 핵연료봉을 근처의 수조(水槽)로 옮기는 작업이 지난 주 후반 개시됐으며, 작업이 완료되기까지는 약 100여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교도통신이 소식통의 말을 빌어 보도했다.

8천여 개에 달하는 핵연료봉은 총 중량이 50t에 달해 3월 이전에는 작업을 완료하기가 힘들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작업이 일단 완료되면 이를 원자로에 재충전하기에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어 핵 불능화 과정에서 획기적 단계로 평가된다.

불능화 작업 완료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이달 6일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기술적인 문제로 연말까지 북한의 핵 불능화가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이날 “(불능화가)12월 31일이 될지 또는 아닐지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고 있다”며 “불능화가 본질상 기술적인 문제로 성급하게 밀어붙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때문에 미국은 불능화 작업이 이미 시작된 만큼 한두 가지 작업에 있어 시간이 연장될 가능성에 대해선 이해의 폭을 넓힌 상황이다. 하지만 핵프로그램 신고는 전혀 다른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이미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그동안 김정일에 한 번도 보낸 적이 없는 친서를 보내면서까지 연말까지 북한의 성실한 신고를 촉구한 바 있다.

즉, 2002년 2차 핵위기의 단초가 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의혹과 플루토늄 추출량, 시리아와의 핵커넥션 의혹 등에 대한 확실한 신고를 할 경우, 대북 테러지원국 삭제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와 체제안전, 경제적 지원 등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제기됐던 UEP문제와 핵확산 의혹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북한이 과거 러시아 업자로부터 150t 안팎에 달하는 고강도 알루미늄관을 수입한 사실이 밝혀졌고,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도 지난해 자서전에서 ‘원심분리기 20개’를 북한에 넘겼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북한은 UEP 문제의 핵심인 수입 알루미늄관과 관련해 ‘미사일 부품에 썼다’거나 ‘항공기 제작용으로 썼다’는 얘기를 비공식 협의 자리에서 ‘흘리듯이’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 언급한 용처에는 이 알루미늄관이 쓰일 수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이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신고 없이 ‘비핵화 2단계’를 뛰어 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17일(현지시각) “내가 알고 있기로 중국은 특사급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그 자세한 일정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이후 꾸준히 진전해온 북핵 6자회담의 향배가 연내 완료해야 하는 ‘핵프로그램 신고’에 달려 있다는 상황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중국의 우다웨이 부부장이 17일 방북 길에 올랐다. 우 부부장이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최대 난제인 핵신고 문제와 관련한 돌파구를 열 수 있을 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중국이 북한을 설득할 만한 레버리지(지렛대)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의 신고 수준에 따라 6자회담의 긍정적 ‘모멘텀’을 유지하느냐 못하느냐가 걸려 있을 만큼 중요한 시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제출한 신고서에 대한 만족도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 다만 알맹이 없는 신고서로 미국을 자극하지 않고, 상호 타협점을 모색할 수 있도록 우 부부장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신고서에 담는 모든 핵프로그램은 폐기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김정일이 비핵화에 대한 결단을 내리고 핵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것. 김정일이 핵을 내려놓고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때에나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