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은 1월 24일자 ‘日 과거 죄행 대가 끝까지 받아낼 것’ 제하의 논평에서 일본의 식민지 배상금을 무조건 받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연일 일본에 대해 비난하며 대일청구권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왜 그럴까. 김정일은 대일청구 자금을 과연 경제살리기에 쓸 것인가. 다음은 24일자 논평요약.
<요약>
– 일본의 과거청산은 회피할 수 없는 역사적 책임이며 도덕적 법적 의무이며 우리 군대와 인민은 일제의 과거 죄행을 끝까지 계산할 의지를 굳게 가다듬고 있다.
– 일본이 납치 피해자 문제에 대해 요란하게 떠들며 반공화국 적대분위기를 더욱 짙게 조성하고 공화국에 대한 제재니, 법안채택이니 하며 분주탕(소란)을 피우고 있다.
– 첨예한 조일 적대관계 속에서 본의 아니게 발생된 몇 명의 납치피해자 문제는 일본이 지난날 우리 인민에게 감행한 막대한 불행과 고통, 재난에 비하면 그 천만 분의 일도 안 되며 이미 영(零)으로 된 것이다.
<해설>
북한이 요즘 일본에 대해 격렬한 비난과 함께 무력사용 불사까지 거론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은 과거 식민지 보상에 대한 책임을 받아내려고 하지만 뜻대로 안되고, 요코다 메구미 의 ‘가짜유골 사건’으로 국제망신을 당하게 되자 오래된 ‘과거사 청산’을 또다시 들고 나오고 있다.
북한과 일본은 그동안 수교교섭을 위한 회담과 결렬을 거듭해왔다. 일본은 식민지 배상을 재산청구권 범위 안에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다가, 북한공작원 교육에 납북 일본인이 개입했다는 단서를 쥠으로써 ‘납치문제’ 해결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북한은 처음에는 그런 일이 없다고 완강하게 부인했다.
김정일은 2002년9월 고이즈미 수상을 만난 자리에서 ‘납치의혹’을 풀어주면 일본이 순순히 배상해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일본은 피납인들을 하루빨리 일본으로 송환하며, 희생됐다고 하는 일본여성 2명의 유해를 보낼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생존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메구미를 보내자니 또 다른 납치사건이 드러날 것이고, 안 보내면 배상금을 놓칠까봐 북한당국은 ‘가짜’ 유골을 보냈다. 일은 그때부터 꼬인 것이다. 일본의 유능한 연구기관은 DNA 감정결과 메구미의 유골은 두 사람 분의 뼈가 섞인 다른 사람의 것으로 판정했다.
이 뉴스에 일본열도에서 또다시 폭발적인 반향이 일어났다. 김정일을 증오하는 목소리가 울려 나오고 일본은 진행 중이던 식량지원을 당장 중지시키고, 계획된 지원품목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열 받은’ 일본은 북한을 조여가면서, 미국의 일본 의회에서도 북한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울러 메구미의 가짜 유골에 대한 공정한 해명을 요구했다.
북한은 가짜 메구미의 유골을 다시 보내줄 것을 요구하면서, 이제는 “일본의 몇 명 안 되는 피납자들은 과거 일제 식민지 시대의 수백만 명에 비하면 보잘것없으며 이미 영(零)으로 된 문제”라면서 초점을 과거사 청산쪽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식민지 배상금을 받으면 실제로 북한주민들을 살리고 경제재건을 위해 돈을 쓰겠는가 하는 것이다.
북한 관영통신들은 김정일과 고이즈미 총리와의 회동시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한 ‘종자돈’으로 쓰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북한경제는 완전히 파탄되어 공장을 멈추고, 심각한 에너지난에 처해 있다. 국가경제가 원활이 작동하기 힘든 상태이며 자체적인 경제복구는 거의 불가능하다. 또 급격한 인플레 현상은 주민들을 더욱 굶주림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북한당국은 또 핵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인데, 김정일 정권은 체제유지를 위한 핵개발에도 턱없이 돈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일은 식민지배상금을 당장의 체제유지를 위한 군사력 유지와 독재정권 유지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으로부터 배상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국가경제에 쓰일 수 없고 북한주민을 살리는 데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결국 일본이 식민지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은 독재정권을 연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며, 북한주민은 더 힘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