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南巡답사에 담긴 의미

“김정일 위원장은 지금 웃고 있을 겁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극비 중국 방문일정이 대략 마무리돼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는 17일 현지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성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숱한 얘깃거리를 남기고 중국 대륙을 비밀리에 횡보한 김 위원장이 당초 노렸던 목표를 상당히 효율적으로 달성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방중(訪中) 이전과 방중 이후 북한에 쏠리는 세계의 관심 방향을 돌려놓은 점을 들 수 있다.

먼저 서방권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도깨비 방문일정’을 소화하는 김 위원장을 향해 한때 쏟아졌던 비난여론은 그가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의 남순(南巡) 코스를 밟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일거에 사라졌다.

북한식 개혁.개방을 선언하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게됐다.

그리고 지난 2001년 1월 상하이(上海)를 다녀간 이른바 ‘천지개벽’ 행보 이후 북한측이 추진한 ‘경제개선조치’를 상기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남부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선전(深천<土+川>) 등을 거친 이른바 ‘남순 코스’ 답사 이후 보다 획기적인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그 내용으로는 서해안 경제특구 벨트에서 부터 중국식 시장개방조치와 유사한 외자투자유치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상하이의 한 소식통은 “비밀행보를 거듭하는 북한 지도부와 이를 방조한 중국정부에 대한 비난이 사라지고 향후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게 만든 것이 가장 큰 성과로 보인다”면서 “어쩌면 신비주의적인 김 위원장의 행보가 이런 기대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수행원 가운데는 혁명 원로 등 보수층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식 개혁정책을 가로 막으려는 흐름을 차단하려는 김 위원장의 의중을 현지 외교가에서는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행보를 분석해보면 김위원장은 중국내 첨단 공업단지 및 기업방문에 많은 시간을 썼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올초 북한의 관영 매체의 보도경향을 보면 북한은 지난해 거둔 농업.공업 부문의 성과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6자회담이나 위조달러 문제 등 안보 현안이 부각되면서 일부 강경보수파들이 목소리를 높이자 개혁.개방의 중요성을 효율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중국방문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또 북한의 개혁.개방의 모델을 중국에서 찾겠다는 것은 중국을 향한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그동안 이룩한 개혁.개방의 성과를 북한이 수용할테니 그에 대한 지원을 보다 확실하게 해달라는 얘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중국 정부를 향해 경제적 지원을 강화해달라는 김 위원장의 간접적인 메시지가 효율적으로 전달됐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메시지는 보다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 경제적 문제 뿐 아니라 여러 현안과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정보통들에 따르면 이번 방중은 중국 최고지도부의 권유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중국에 온 만큼 중국 수뇌부와 만나는 자리가 보장돼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제적 분야에서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를 과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북한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현안을 일거에 처리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 핵심에는 역시 북핵 6자회담과 위조달러 문제가 있다. 최소한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제스처 속에는 두 현안에 있어 미국편을 들지 말아달라는 사전 정지작업의 효과가 느껴진다.

여기서 순서를 생각해보면 우선 위조지폐 문제가 시급한 문제임을 알 수있다. 현재 미국은 ‘모종의 증거’를 들이대며 북한 정권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내 한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위조달러 문제에 있어 변화조짐이 있다”고 전했다.

다시말해 “위조달러 제조 혐의를 완전 부인하던 과거의 모습과 약간 다른 얘기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만일 미국이 제시한 위조달러의 증거가 확실한 것이고, 중국을 비롯한 한국 등 북한에 `도움을 줄 수있는 나라’들이 미국의 증거에 동의하는 상황이 오면 북한으로서는 모든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우리도 자체 조사를 해보니 일부 실무진의 개입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별 실무진의 문제이고 조직적인 위폐제조가 아니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가정을 전제로 북한이 이런 입장을 표명했다면 이는 과거 일본정부에 시인한 납북자 문제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실제로 최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최근 북한의 위폐 문제를 언급하면서 ‘북한의 개별기업’을 언급한 것은 시사할 만한 대목이다. 북한에 개별기업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다고 한다면 미국측이 굳이 ‘개별기업’을 언급한 것은 북한의 의중을 헤아린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전병호 당비서 겸 국방위원이 줄곧 베이징에 체류하면서 중국 외교당국자들과 위폐 문제, 나아가 6자회담에 대해 의견을 나눴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위폐문제 등에 있어 모종의 대안을 제시하면서 중국을 북한에 우호적으로 만들려는 노림수를 썼을 수있다. 그리고 만일 미국이 북한의 대안제시를 적극적으로 수렴할 경우 6자회담의 속개로 이어진다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일각에서 2월초에 6자회담이 속개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근거이다.

상하이 외교 소식통은 “결국 김 위원장은 위기국면에서 전격적인 중국행으로 물줄기를 바꾸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이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워낙 변수가 많은 북한 문제인 만큼 향후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의 대응 방향이 주목된다”고 말했다./상하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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