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의 마지막 관문으로 예상됐던 미국과 북한간의 추가 접촉이 지연됨에 따라 김정일의 방중 시기가 북핵 국면의 최대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올 초부터 일본 언론들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정일의 ‘방중설’은 이달 들어서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베이징 외교가를 중심으로 김정일의 방중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도 북한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에 따라 김정일이 방중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일의 방중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는 쪽에서는 화폐개혁 실패 후 악화되고 있는 북한 내 경제상황을 근거로 들고 있다. 화폐개혁과 시장통제에 따른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국가재정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지원이 절박한 상황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은 지난해 북중 수교 60주년을 맞아 북한에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하기는 했지만 대부분 시설 투자에 집중됐었다. 따라서 김정일이 이번 방중을 통해 식량 및 에너지 등 실물 지원을 받아내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6자회담 재개를 앞둔 상황에서 북중 동맹을 재확인하고 관련국들을 견제하는 동시에, 최근 확산되고 있는 북한 체제 불안정설(說)을 잠재우려고 하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6자회담 복귀에 관한 이야기는 중국 쪽을 통해서 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북간에는 실무적 접촉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중국에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김정일의 건강 상태를 감안할 때 직접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재작년 뇌혈관 질환으로 한 차례 쓰러졌던 김정일은 일단 회복 단계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각종 합병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정일의 방중 시점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초 외교가를 중심으로는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끝나는 3월 중하순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왔었다.
이와 관련 중국 지도부들의 외교 일정을 감안했을 때 이달 25~30일 사이에 방중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가능성은 있지만 모든 게 북한의 결정에 달렸기 때문에 시점을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25~30일 사이의 방북이) 개연성은 있고, 김정일이 중국에 가면 6자회담에는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8일 베이징에서 중국 양제츠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6자회담 재개 방안 등 북핵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김정일의 방중 일정이 확정된 상황이라면 이날 면담에서 이와 관련한 구체적 협의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