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체제 존속 인정’…누가 철지난 궤변을 퍼뜨리나?

아마도 사실이 아닐 것이다. 또 사실이 아닐 것으로 믿고 싶다. “한미 정부가 북핵 폐기를 대가로 김정일 체제를 보장하는 빅딜을 할 것”이라는 17일자 아사히 신문 보도 말이다.

오늘(18일) 아침 조선일보는 “北核 폐기까진 ‘채찍’ 있고 ‘당근’은 없다”는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 청와대 당국자는 “앞으로 9·19 성명과 같은 단계적 합의나, 2·13 합의처럼 돌이킬 수 있는 불능화를 담은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곧바로 본론인 검증 가능한 폐기 단계로 가서 북한이 핵 무기와 핵 물질, 핵 시설 등을 북한 밖으로 완전히 옮기면 체제 보장과 함께 북한판 ‘마셜 계획'(대규모 경제 지원) 등을 진행하는 협상을 할 것이란 의미”(김성한 교수)란 관측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 아사히 신문이 이날 “한·미 정부가 북한의 핵 폐기 대가로 김정일 위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북한의 현 체제 존속을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복수의 6자회담 소식통을 인용, 보도해 눈길을 끈다. 신문은 현재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고, 대규모 경제 지원 등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한편, 오늘 동아일보는 한국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하여 “핵 폐기와 김정일 체제 보장으로 빅딜을 시도한다는 얘기는 한미간에 논의된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또 데일리NK가 18일 별도로 취재한 바에 따르면 “김정일 체제 존속 인정은 정부에서 내부 검토조차 된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양국에서 ‘인센티브’ ‘빅딜’ 등이 계속 나온 것은 사실이다. 어제 유명환 외교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이 핵 폐기를 행동으로 옮기기 전까지 보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인센티브를 주고 지원하는 것은 ‘불가역적 핵폐기’ 이후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장관의 말은 6자회담 내 북핵 폐기 방식에서 볼 때 맞는 말이다.

그런데 어찌 해서 ‘북핵 폐기와 김정일 체제 존속 인정’이라는 빅딜설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해,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김정일 체제 존속을 인정해주겠다”는 이른바 빅딜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논리적인 측면이다. 김정일 체제가 존속하느냐 마느냐는 김정일과 북한주민들에게 달린 것이지, 주변국이 결정해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북한은 유엔 회원국이며 국제법적으로 독립 주권국가다. 따라서 법적으로 외부에서 체제 존속을 인정해주느니 마느니 할 ‘권한’이 없다. 쉽게 비유해서, 미국이나 중국, 일본이 “우리가 이명박 체제의 존속을 인정해줄게”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는 말이다.

둘째, 현실적인 측면이다. 앞으로 만에 하나, 한미 정부가 북핵폐기의 대가로 김정일 체제의 존속을 인정해준다면 김정일 전체주의 수령독재정권이 아니라, 2300만 북한 주민들을 우리의 주적(主敵)으로 만드는 돌이킬 수 없는 반역 행위가 된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하게 망하는 지름길이 된다.

지금 2300만 북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하루라도 빨리 개방되어 먹고사는 걱정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다시 말해, 개방정부가 세워지는 것이다. 북한에서 개방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김정일 1명과, 김정일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극소수의 사람들뿐이다. 현재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죽든 말든 전쟁이나 확 터졌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라고 한다. 전쟁을 하자는 말이 아니라, 전쟁이라도 터지면 어떻게 되던간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변할 것만은 확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핵폐기, 개방, 인권, 평화통일이라는 ‘4대 북한문제’를 풀어가는 첫번째 순서는 ‘전체주의 수령독재체제를 바꿔주는 것’이다. 이 전제가 성립되지 않으면 북한문제들을 풀어가기 어렵다. 이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는 전문가와 대충 알고 있는 사람, 모르는 사람의 차이를 의사에 비유한다면, 전문의-일반의-돌팔이의 차이가 된다.

‘북핵 폐기와 김정일 체제 인정 빅딜설’은 지난 10년 햇볕정책 기간 동안 이미 수차례 나온 이야기다. 햇볕론자들, 또는 남한내 친김정일파들이 만들어 유포시킨 대표적인 궤변이다. ‘김정일에게 자신의 체제를 인정해주면 핵을 폐기할 것’이라는 궤변은 한마디로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 걸린다’는 소리와 다를 게 없다. 아무런 논리도 없고 북한 현실도 모르는 돌팔이들이 만들어낸, 그렇게 해서 항상 김정일에게 주고 빰맞은, 또 빰을 맞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한심한 사람들이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다.

외교부에서는 아시히 신문의 ‘빅딜설’ 같은 이야기는 검토조차 된 적이 없다고 한다. 일단은 안심이 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잠복성이 없지 않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정부는 조언을 해준답시고 엉터리 논리를 만들어내는 일부 3류 전문가들을 경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3류 지식인들의 결정적인 맹점이 사안의 본질을 못보고 절충주의, 봉합주의를 ‘중도합리주의’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중도합리와 아무 상관없는 착시현상일 뿐이다.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김정일 체제를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논리가 바로 DJ-盧 시기에 나온 무식한 절충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정부는 ‘김정일 체제 존속’ 발언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국제법적으로 북한은 독립주권국가이며, 우리 헌법상으로는 미수복 지역이고, 남북기본합의서에는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로 돼 있다.

따라서 정부는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이 북한과 대화할 것은 대화하고, 핵을 폐기시키는 국제공조 압박은 계속 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김정일 체제를 개방정부로 바꿔주는 ‘트랙 B’ 활동을 체계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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