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차베스, ‘반미’로 하나되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북한에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 눈길을 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11일 주례 방송연설에서 “우리는 곧 북한에 있을 것이고 조만간 이란에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23일에는 파나마 방문중 기자들과 만나 “양국간 과학.기술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내달 25일 수호이 전투기 구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방러를 전후해 북한을 방문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과 베네수엘라의 관계는 작년부터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 작년 9월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이 베네수엘라를 방문했으며 11월에는 림경만 무역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경제대표단이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무역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또 베네수엘라는 1974년 수교를 하고도 평양에 상주대사관을 열지 않고 있었지만 올해 4월 첫 상주대사를 파견했으며 5월에는 베네수엘라 외무부 대표단이 방북하기도 했다.

북한과 베네수엘라는 왜 가까워지는가?

우선 미국과의 적대관계에서 오는 ’전략적 협력’이라는 점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차베스 대통령은 집권 이후 미국과의 대립각을 곧추세우고 중남미 국가에 좌파정권 창출 도미노 현상을 이끌고 있을 뿐 아니라 이란의 핵문제 등 국제적인 현안에서 미국과 정반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1년 조지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악의 축’ 국가로 규정되면서 핵이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문제 뿐 아니라 인권, 위조화폐 등 각종 사안에서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차베스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반미’ 공동전선의 구축에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양형섭 부위원장은 작년에 베네수엘라 방문 과정에서 미국의 압력과 협박에 대항해 양국간 단결을 강조하기도 했고 차베스 대통령은 작년 9월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북한과 이란을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북한과 베네수엘라에게 미국은 ’공동의 적’인 셈이고 이같은 공감대 위에서 협력하는 방안에 의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양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메울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4년 체결된 북미 기본합의에 따라 미국이 매년 50만t씩 공급해온 중유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세계 5대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북한의 에너지난에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근 미국과 대립을 가속하면서 군사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베네수엘라로서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 뿐 아니라 미사일 등에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북한과 베네수엘라의 협력은 ’반미’라고 하는 일시적 이해관계와 상황적으로 비슷하다는 점에서 시작된 것으로 본다”며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보다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나 베네수엘라가 희망하는 반미전선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유럽 국가의 동참이 이뤄져야만 한다”며 “현재로서는 반미전선에 균열구조가 생길 가능성이 큰 만큼 양국간의 협력이 지속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