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정동영 면담, 6ㆍ15대축전 대미 장식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 3박 4일 일정으로 평양에서 진행된 6ㆍ15민족통일대축전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로써 정 장관은 2002년 5월 13일 유럽-코리아재단 이사 자격으로 방북한 박근혜 현 한나라당 대표 이후 김 위원장을 접촉한 최초의 남측 인사가 됐다.

김 위원장의 정 장관 면담은 올해로 5주년을 맞는 6ㆍ15남북공동선언에 대해 북측이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북측이 5, 10, 15년 등 이른바 주년(週年)에 찾아오는 기념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대대적으로 행사를 치르는 관행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김 면담은 예상을 뛰어 넘은 것이다.

물론 면담 성사의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는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북측은 미군의 스텔스기 배치를 빌미로 당초 615명으로 합의됐던 민간 대표단의 방북 인원을 300명 선으로 줄여 실망을 안겨주기도 했지만, 막상 행사가 시작되자 남측 정부 대표단의 숙소를 국가원수급 외빈이 주로 묵는 백화원초대소로 변경하는 등 ’최고의 예우’로 대했다.

특히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2인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예정에도 없이 정 장관을 만나 20분에 걸쳐 단독 면담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이런 환대는 역으로 북측이 김 위원장과 면담이 불발될 경우 남측 대표단이 행여 느낄 수 있는 실망감을 달래려는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관측도 낳았던 것이 사실이다.

김 위원장이 2003년 1월 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직후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정상회담의 주역 임동원 대통령 특보를 끝내 만나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 것도 면담 불발 쪽에 무게를 두게 만들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막바지 깜짝행보로 정 장관과 함께 스포트라이트의 한 가운데에 서게 됐다.

김 위원장의 깜짝행보는 핵문제를 둘러싸고 북ㆍ미 양국이 극한적인 대치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남측 당국에 민족공조를 촉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행사에서 남측 당국대표단은 남북 화해 및 교류 확대에 주안점을 두었지만 북측은 유난히 ‘우리민족끼리’로 상징되는 민족공조, 특히 ’당국 간 공조’를 거듭 강조하면서 미국과 거리두기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김 위원장의 등장은 오는 21∼24일 서울에서 제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예정돼 있는 시점에서 북측 당국이 고립을 풀고 대화 의지를 대외에 과시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번 남북 당국자들의 접촉에서 북핵 해결을 위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북측 역시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언급을 내놓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남북 당국이 이번에 닦아 놓은 ‘스킨십’이 최대 현안인 핵문제 해결에서 남북이 함께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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