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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는 북한 김정일이 남한 말을 따로 학습하고 나올지 주목된다.
김정일은 지난 2002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한의 언어 차이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을 80% 정도 밖에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2002년 2월과 8월에 김정일을 곁에서 지켜본 러시아 언론인 올가 말리체바가 김정일의 숨겨진 이야기를 담은 저서 ‘김정일과 왈츠를’ 통해 공개하면서 밝혀졌다.
말리체바는 저서에서 김정일이 “북한말은 남한 말과 차이가 많다. 김대중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나는 그의 말을 80% 정도만 이해할 수 있었다. 남한 말에는 영어에서 빌려온 말이 많다”고 풀리코프스키 전권 대사에게 한 말을 소개했다.
실제 반세기에 걸친 분단의 시간은 남북의 언어는 적지 않은 이질감이 생겼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외래어들을 북한에선 찾아볼 수 없다.
남한 용어가 북한에 쓰이는 것을 보면, 볼펜→원주필, 아이스크림→얼음보숭이, 노크→손기척, 냉주스→찬단물, 리듬 체조→예술 체조, 모자이크→쪽무늬그림 등으로 다르게 불린다. 북한은 대부분 고유어 및 한자어로 표현하고 있다.
남북간에는 공용어 정의도 다르다. 남한은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 표준어이다. 그러나 북한은 ‘근로 인민 대중이 사용하는 현대 평양말’을 문화어라고 한다.
1979년부터 80년까지 김일성대학에서 공부한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알렉산더 보론소프 박사는 “북한 사람이나 남한 사람이나 90%는 똑같다”면서 나머지 10%의 차이는 “분단 때문에 언어가 다르다”고 말했다.
보론소프 박사는 “이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대화에서도 언어적 차이로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북한은 정치·경제 영역뿐만 아니라 언어 정책에 있어서도 폐쇄적인 정책으로 일관했다. 언어 정책도 혁명의 무기라고 생각한 북한은 김일성 ‘주체사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언어를 개조하는 정책을 펼쳤다.
북한은 1966년부터 문화어 다듬기에 나서 한자어 외래어 등을 한글고유어나 새로운 풀이말로 바꿨다. 이로 인해 5만개 이상의 단어를 새롭게 만들어 냈다. 결국 이러한 정책이 언어의 작위적인 변화를 더욱 가중시켰다.
국립국어연구원과 한국어문진흥회가 실시한 ‘북한주민이 모르는 남한외래어 조사’결과 우리가 쓰는 외래어중 북한주민이 모르는 단어는 8천여 개에 이른다. 국어연구원이 펴낸 ‘북한문학작품의 어휘’에 따르면 70년대 이후 북한에서 사용되는 말중 우리사전에 없는 어휘 또한 2천5백 개가 넘는다.
이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간 이질적인 언어로 인해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일의 몸짓과 어휘, 북한의 정치용어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숙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2000년 정상회담 당시 언어의 장벽을 느낀 김정일도 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심히 남한 말을 공부하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