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보낸 생일상에 주민 더 불안

▲ 북한 유도선수 계순희 결혼식 때 김정일이 결혼상을 내렸다.

노동신문을 보면 김정일이 북한주민들에게 생일상을 차려주었다는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열심히 충성하는 사람들에게 ‘장군님’이 친히 내려주는 생일상이다. 봉건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21세기 대명천지에서도 버젓이 일어난다.

지난 6일 노동신문에도 ‘공로 있는 대학교수들이 받아안은 생일 여든돐, 일흔돐상’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실었다. 노동신문은 “우리당과 우리 인민의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보내신 생일 여든돐상이 김책공업대학 원사, 교수, 박사 김창익에게, 일흔돐상이 평성의학대학 과장 교수, 박사 윤명수에게 전달되었다”며 “그들은 친어버이의 은정에 격정을 금치 못해 하며 당의 선군령도를 높이 받들어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에 적극 이바지할 굳은 결의로 가슴 불태웠다”고 선전했다.

그러면 김정일의 생일상을 받는 사람은 기뻐할까. 천만에. 도리어 안절부절 못한다. 한가지 실례를 들어 보자.

음식상 받고 전 교직원, 학생들 모여 둘러봐야

1987년 경 필자가 다니던 대학의 한 교수가 김정일이 보내준 환갑상을 받았다. 그는 북한 최고의 인공수정학 권위자였다. 그런 이유로 김정일이 환갑상을 보내주었는데, 상을 받은 교수를 지켜보는 학생들이 더 안타까운 심정이 되었다.

당국은 교수 부부를 세워놓고 전 교직원과 학생 앞에서 환갑상 전달식을 진행한다. 모임이 끝나면 김정일이 보내온 환갑상(길이 1.5m, 너비 1m 정도) 음식들을 전시한다.

음식전시가 끝나면 두 사람은 상 앞에 꼬부리고 않아 수많은 교직원, 학생들이 다 둘러볼 때까지 2~3시간이 지나도록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 고통까지는 견딜 수 있겠지만 마음은 더 불안하다. 학생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나누지 못한다. 음식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본인들의 심정도 그러할진데 동물원에 온 사람처럼 구경만 하는 주변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선물상, 생일상에는 먹거리도 별로 없다. 그저 빛좋은 개살구란 말이 꼭 들어 맞는다. 필자가 함경북도 당 3대혁명소조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초급당 비서가 김정일의 선물을 받았다. 선물은 부부 양복지, 내복 한 벌씩, 고급술 2병, 사탕과자 몇 봉지, 귤 한 박스였다.

그런데 김정일의 선물을 받았다고 상급기관에서 떠들어대니 당간부는 선물 한 조각이라도 맛을 보여줘야 했다. 그래야 체면이 선다. 하는 수 없이 당 간부는 자기의 개인 돈과 공금을 털어 별도의 음식을 만들어 간부들만이라도 초청하여 대접해야 했다. 결국 김정일이 보낸 선물은 애물단지가 된 셈이다.

필자는 남한에 와서 구청이나 시민단체, 교회들에서 주관하여 합동결혼식을 올려주는 모습을 많이 보아 왔다. 그 의미는 남다른 데가 있다. 남한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바라는 마음에서 합동결혼식을 해준다면 김정일은 자기의 우상화 선전을 위해 떠들면서 본인들과 주변 사람들을 더욱 괴롭힌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소문난 잔치 진짜 먹을 게 없다”는 속담이 딱 들어 맞는다.

노동신문이 김정일 우상화 선전을 위한 매체라는 것은 다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인민들의 마음을 괴롭히며 선전을 해대니 주민들이 어찌 지겹지 않겠는가? 필자도 남한에 와서 남한 사람이 된 것만큼 남한식으로 바라보면 너무도 유치하다.

이주일 기자(평남출신, 20002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