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핵 계산법

국제사회의 압박과 반대에 불구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핵 계산법은 뭘까.

김정일 위원장의 ‘비공식 대변인’이라는 총련계 재일교포 김명철 박사는 국제사회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북한의 행보가 나름대로 ‘주체적’ 논리를 갖고 있다고 10일 홍콩 경제일보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압박에 반발해, 또는 반기문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당선에 불만을 품고 북한이 핵실험을 밀어붙였다는 외부의 추정을 수긍할 수 없다며 김정일 위원장은 단지 북한의 실력을 외부에 과시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핵실험의 첫번째 의도는 김 위원장이 초강국 미국과의 핵전쟁도 두려워하지 않는 한민족 역사상 최고의 영웅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김 박사는 주장했다.

북한은 특히 주 전장(戰場)을 미국 본토의 대도시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첨단 무기를 통해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위성도 격추, 요격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두번째는 과거 50여년간 미국의 핵위협과 제재를 받아온 상황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주권을 유지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외부 관측처럼 북한의 핵개발은 협상을 위한 카드가 아니며 국가 주권을 방어하는 무기로 여기고 있다.

이런 입장에서 국제사회의 제재와 고립은 북한의 핵개발 계획을 중단시킬 수 없다. 미국이 북한정권을 전복하려는 기도를 포기하면 김 위원장도 핵개발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김 박사는 보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중국과 러시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게 김 위원장의 세번째 의도다. 중국과 러시아는 언젠가 미국과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고 이 경우 핵무장한 북한은 이들의 동맹국으로 미국과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중국이 겉으로는 핵실험을 비난하고 있지만 북한의 핵무장이 양안문제로 인한 미국의 군사적 압력과 충돌 가능성을 줄여줄 수 있다는 속내를 품고 있을 것이라는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라고 김 박사는 주장했다.

네번째는 북한의 핵무장이 일본, 한국의 핵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정일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의 주둔기지에 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는 이유는 한국과 일본이 독자적으로 핵개발에 나서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장기적으로 미국의 핵우산속에 들어와 있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주적은 미국일 뿐으로 한국을 겨누지 않고 있다.

다섯번째는 김정일은 북한이 아닌 미국이 핵비확산조약(NPT)을 파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엄청난 핵무기로 북한과 다른 국가를 위협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장을 선언한 이후 많은 반미(反美) 국가들이 핵개발을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계속 대북제재에 나선다면 핵기술 수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사회과학원에서 학위를 받은 김 박사는 일본 국적의 총련계 교포로 ‘조선미국평화센터’를 창립, 활발한 저술활동을 벌여왔으며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김명철은 나의 의중을 잘 이해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질 정도로 북한과 김 위원장의 의중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 박사는 최근 북한이 이미 핵실험을 실시한 바 있으며 300여기의 핵무기와 미국 본토를 공격할만한 사거리 능력을 확보하고 있고 파키스탄의 핵탄두도 ‘북한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홍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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