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잔머리, 국민 ‘큰머리’로 제압하자

때로는 한물 간 연장이 쓰임을 다시 찾을 수도 있다. 오디오 매니아들은 진공관 앰프의 부드러운 소리를 즐기고, 프로펠러 비행기도 연료절감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다시 사용되기 시작한다.

필자가 “개성공단 인질 해결방법”이란 주제를 걸어 놓고 이런 한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대북정책에서 한물 간 연장이 어쩌면 김정일의 망나니 버릇을 따끔하게 고쳐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렇다면 그 한물 간 연장은 무엇인가?

그러나 대답에 앞서 도대체 “개성공단의 인질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인질극이 벌어지면 해결책은 ‘제압하든지’ 아니면 ‘빌든지’ 두 가지 방법 이외에는 없다. 시간을 끌고 협상을 해도 궁극적으로는 위의 두 가지로 끝나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개성공단에서 김정일이 벌이는 저 인질극의 해결방법은 작금에 통일부가 그러하듯 ‘호소’ 이외에는 없는 듯하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의 엔테베 공항 작전처럼 개성에 특공대를 보내 구출해 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성공단 인질사건을 잘 들여다보면 다른 방도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4일 개성에서 돌아온 김향희씨는 “정부나 정치권은 (이번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불만을 표출했다고 한다.

바로 이 점이 북한정권이 노리는 바임도 분명하다. 한마디로 개성공단 직원을 억류했다 풀어주었다, 또 억류했다 풀어주기를 반복하면, 처음에는 한국 국민들은 북한의 저질 인질극에 분노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인질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질이 아닌 것도 아닌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이유야 어떻든 한국정부의 무대책에 항의를 시작할 것이다.

여기에 야당들과 친북좌파 시민단체들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개성사태의 원인이다”고 거들고 나올 것은 뻔하다. 설사 20일에 키 리졸브 작전이 끝나더라도, 언제라도 북이 남에 불만이 있으면 이런 식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국정부의 속수무책에 대해 불만이 고조될 수가 있다. 벌써 그런 조짐은 있다.

그렇다면 김정일이 개성 인질극으로 노리는 바는 바로 한국 국민 흔들기이고 결국 김향희씨의 반응 같은 것이 좍 퍼지기를, 남남갈등의 수위가 확 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

필자가 볼 때, 김정일의 개성공단 인질극은 서해 NNL에 대한 도발 위협이 한국국민의 무관심에 가까운 의연한 태도와 정부의 단호한 결의로 전혀 먹혀들지 않자 다음 카드로 들고 나온 것이다. 이번에는 군인들 간의 분쟁이 아니라 북한 인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한국의 민간인을 들들 볶아서 한국 국민들과 정부가 의연할 수도, 무관심할 수도 없도록 만들겠다는, 한마디로 같은 민족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만큼 한심한 카드를 들고 나왔다.

그렇다면 인질을 직접 구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지만, 김정일의 인질극을 좌절시킬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것은 인질극을 벌이면 벌일수록 남남갈등이 아니라 대북 환멸만이 국민들에게 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여기에 지금은 사라진 ‘국민궐기대회’라는 옛날 연장의 쓰임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관제 데모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우선 필요한 것은 국회가 여야 만장일치로 개성공단의 성공을 위해 자유왕래를 촉구하고 북한의 인질사태에 대해 엄중한 유감을 표시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여야 만장일치’라는 점이다. 민주당도, 민주노동당도 이 결의에 참가해야 할 것이다.

만일 야당이 정치적 이유로 이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나머지는 국민에게 맡기면 된다. 다음으로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전경련과 중소기업회 등 경제계, 이어 한국교총과 전교조,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등등, 이어서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모든 시민단체들이 개성공단 자유왕래 촉구 성명을 낼 것이다. 나아가 사법부도 이 결의안에 동참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결의안은 매우 신중하고, 이념·정파에 무관하고 점잖지만 단호한 의지를 담아야 한다.

이쯤 해서 서울시청 광장과 경기도 도라산역 근처에서 남북 자유왕래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이어서 지방으로 국민궐기대회를 연이어 갖는다. 이때 시간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져 김정일 정권 규탄대회가 되더라도 상관없다. 분명한 것은 현시점에서 개성공단 인질극을 해결하려면, 통일부가 하듯이 ‘북한에 엄중히 항의하는 방식’으로는 전혀 가망이 없다.

북의 통전부는 수십 년 동안 한국을 뜯어먹고 흔드는 방법만을 밤낮으로 생각하는 인간들이 모인 곳이다. 이런 잔머리들은 노도와 같은 한국국민의 분노로 쓸어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같이 잔머리를 굴려봐야 해답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일의 잔꾀는 남쪽의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제압하고, 이럴 때 가장 바빠야만 할 곳은 통일부가 아니라 ‘국민궐기대회’라는 옛 연장을 다룰 줄 아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