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농간질은 중국의 뒤통수를 향하고 있다

3일 새벽 김정일이 4년여 만에 중국 땅을 밟았다.


명색이 한 나라의 지도자란 사람의 해외 순방길이 동틀 무렵 새벽을 틈타 황급히 도강(渡江)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를 처음 맞이한 사람들은 중국 인민들이나 지도자들이 아니라 보안을 위해 급조된 수백 여명의 중국 공안들 뿐이었다.


세계 언론들이 단둥(丹東)을 거쳐 다롄(大連)의 한 호텔까지 그의 행적을 추적 보도하고 있는 동안에도 중국이나 북한, 그 누구도 왜 이시점에서 김정일이 이런 모양새로 중국 방문길에 올랐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정일의 동선(動線)을 취재하려는 언론들과 이를 뿌리치려는 중국 당국간 숨바꼭질 과정은 북한체제와 그 지도자란 사람의 격(格)이 얼마나 허약하고 저질인지를 똑똑히 보여줬다.       


지금 세계의 눈길이 중국 다롄으로 쏠리고 있는 것은 늙고 병든 이 사나이를 중국이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한반도 역내 미래가 180도 바뀔 수 있다는 기대와 우려 때문이다. 2천3백만 인민들을 20여년째 굶기면서도 버젓이 ‘위대한 지도자’라는 선전문구로 온나라를 도배하고, 핵폭탄과  대량살상무기로 동족과 주변국가를 위협하며, 이웃 나라와 국제사회에 구걸하면서 연명하는 허약한 정치 권력을 또다시 자기 아들에게까지 물려주겠다는 망상을 하고 있는 김정일을 과연 중국정부가 제대로 교정할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전 세계가 품고 있는 이러한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중국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6자회담은 북한의 일방적인 불참선언 후 18개월째 ‘휴점’ 상태다. 그동안 북한은 두번째 핵실험을 강행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이제는 한국-중국-북한이 인접하고 있는 서해바다에서 멀쩡히 순찰중이던 한국 초계함이 군사적 공격에 의해 침몰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김정일은 이번 방중길에서 ‘6자회담 복귀’라는 카드를 만지작 거리며 중국의 경제지원을 대가로 요구할 것이다. 화폐개혁의 후유증을 수습하고 3대 권력 승계를 위한 물질적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긴급처방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내친김에 자신을 향해 좁혀 들어오는 천안함 공격 혐의를 ‘한미 합동의 자작극’이라며 강변하고, 더 나아가 유엔의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구하는 배짱도 부릴 것이다.


중국 정부가 김정일에게 휘둘리지 않으면서 국제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천안함 사건 ▲6자회담 ▲북한의 개혁개방 등 ‘북한 현안들’이 김정일 체제의 ‘불량성’에 기인하고 있다는 원칙적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북한 현안들은 모두 ‘김정일 정권’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비롯된 문제들이므로 해결 방식 역시 하나로 묶어서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중국이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을 각각 독립된 사안, 즉 투 트랙으로 다루려 할 경우 대한(對韓), 대미(對美) 외교에 균열이 올 수 있을 것이다. 또 6자회담 재개와 대북 경제지원을 연계하여 처리하다보면 유엔 1874호를 수행해야 할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의 지위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지위가 서로 충돌하는 모순된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지금 김정일의 농간질은 중국의 뒤통수를 향하고 있다. 사고를 칠 때마다 중국 뒤에 숨어 결국 그 비난 화살을 중국에 떠넘기려는 수작이다. 13억 중국인의 지도자 후진타오 주석이 언제까지 이런 저급 독재자와 격(格)에도 맞지 않은 외교 무대에 나란히 서야 하는가? 세계는 지금 중국 외교력의 지혜와 뚝심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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