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군사이슈…‘개방·인권’ 전략으로 거세하자

정부가 대북정책에 성공하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그것은 ‘지금 김정일 정권에게 가장 절실한 게 뭐냐?’를 파악하는 일이다. 압축하면 ‘지피’(知彼), 즉 상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지금 김정일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정권(체제)유지’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정일은 정권유지를 위해 300만 명이 굶어죽는데도 체제 개방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 김정일이 자기 정권을 유지하려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할까. 체제 단속? 맞다. 모범생 답안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들어간다면? 김정일이 ‘자신의 정권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김정일 정권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들’이란 무엇일까. 물론 크고 작은 요인들이 많다. 하지만 쉽게 나눠본다면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내부 요인들이란 이를테면 수령체제 누수현상, 시장 확대 등등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내부 요인들은 김정일이 철저한 감시와 통제로 단속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럼, 외부 요인들은? 여기에서부터 김정일은 이른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김정일 정권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외부 요인은 무엇인가? 핵문제? 아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당사자는 결국 김정일이다. 따라서 김정일이 끝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외부에서 핵무기를 강제로 제거하는 방법, 즉 군사적·준(準)군사적 방법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하지만 미국이든, 한국이든 북한 핵무기를 없애기 위해 전쟁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김정일도 93~94년 제1차 북핵위기 경험을 통해 전쟁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김정일에게 가장 위협적인 외부 요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북한인권’과 ‘체제개방’ 요인들이다. 김정일이 가장 싫어하고 또 내심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 두 가지다.

김정일 입장에서 핵, 미사일 등 여러 북한문제들 중에서 인권과 개방문제가 대형 국제이슈화가 되는 사태가 가장 불리하다. 북한인권문제가 유엔총회의 어젠더가 된 것은 김정일에게 큰 치명타였다. 이 때문에 북한은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하면 모든 남북교류를 다 끊어버리겠다고 협박했던 것이다.

요컨대, 김정일은 안정적인 정권유지를 위해 국제사회의 ‘북한 이슈’를 계속 선점해둘 전략이 필요하다. 모든 전략전술의 제1조 1항은 자신의 강점으로 상대의 약점을 계속 두들기는 것이다. 자신의 강점을 이슈화하는 것이다. 김정일 정권의 강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군사 이슈’다. 핵과 미사일로 대표된다.

김정일 입장에서 국제사회의 대북 이슈가 핵과 미사일에서 인권과 개방 이슈로 옮겨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다시 말해, 김정일은 국제사회의 북한이슈가 ‘인권과 개방’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군사이슈의 유지·보전·업그레이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김정일이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대(大)전략’ 비슷한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생존하려면 ‘개방’을 국가 대전략으로 선택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개방을 선택하면 2300만 주민들은 살지만 김정일은 죽는다. 김정일은 2300만 주민들의 생명보다 자신의 정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개방할 수 없다. 그래서 군사 이슈가 계속돼야만 한다. 선군정치가 정권 생존전략이라는 사실은 이 각도에서 보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이 같은 김정일의 전략을 무력화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김정일이 깔아놓는 멍석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유리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전장(戰場)을 선택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이미 수천 년 전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이 포에니 전쟁에서 그 사례들을 많이 보여줬다. 또 시저의 갈리아 전기, 손자병법, 클라우제비츠 전쟁론 등에서도 불리한 전장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은 전략전술의 ABC에 해당한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김정일의 핵, 미사일 등 군사 이슈의 멍석에 올라가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 김정일이 장난치는 핵·미사일 문제를 마냥 무시하라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물론 문제 삼아야 된다.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하고 6자회담에서 북핵폐기 프로세스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6자회담은 ‘북핵폐기를 위한 회담’이지만, 지금의 북한정권이 있는 한 핵문제 해결은 안된다. 핵무기가 정권유지의 생명선인데 김정일이 어떻게 포기하겠는가?

김정일의 전략을 무력화하면서 우리에게 유리한 멍석(戰場)으로 김정일을 밀어 넣으려면 핵문제 해결과 병행하여 반드시 개방과 인권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한·미·일·중·러 등 각국 정부는 핵문제 해결 노력(트랙 A)과 함께 반드시 ‘북한 개방화 전략’(트랙 B)이라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으로 가야 한다. 또 유엔과 각국 의회 및 민간 차원에서는 북한인권문제를 대형 국제이슈로 만드는 운동을 계속해야 한다.

따라서 6자회담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지 않을 경우 북한을 제외한 5자가 합동으로 북한의 개방을 강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5자 포럼’을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방안은 또 북한으로 하여금 제발로 6자회담으로 돌아오게 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문제는 중국의 태도다. 중국은 북핵폐기가 진전되면 좋지만, 설사 진전되지 않더라도 북한이 나와 주기만 하면 항상 6자회담의 주석(主席)이 된다. 미·일·러 등 초강대국을 베이징에 불러놓고 자신이 주석이 되어 국제적으로 지위가 올라가는 6자회담이 중국으로선 왜 즐겁지 않겠는가? 중국은 6자회담 자체를 즐기기만 해도 나쁠 게 없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무거운 엉덩이를 좀 바쁘게 만들려면 한국이 먼저 북한 개방정부 수립 등을 포함한 북한 개방화 전략 로드맵을 만들어 미국 및 일본과 합의한 다음, 한미 합동으로 중국에게 들이밀어야 한다. 한국은 그런 프로젝트의 ‘간사’ 또는 ‘총무’를 맡아 능동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자신의 국익에 근본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 아니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때문에 때로는 한국과 일본이 합동으로 “김정일이 끝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데, 그렇다면 우리도 살기 위해서 핵무기를 만드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는 전술도 필요하다. 북한문제는 중국이 제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해결이 쉽지 않다. 한국 혼자 힘으로 김정일 정권을 2300만 주민으로부터 분리해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반드시 국제협력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동안 김정일은 한반도의 ‘군사 이슈’로 생존전략을 구사해왔다. 김정일의 그 정도의 전략은 사심이 없는 사람들 눈에는 뻔히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사심이 생기면 그런 뻔한 것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은 그동안 “PSI 참여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논란을 부추겼다. 그러나 지난 21일 남북간 개성접촉에서 북한의 진짜 관심은 ‘현금’에 있었고, 한국의 PSI 전면참여와 관련한 대응은 한국정부를 흔들기 위한 ‘카드’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PSI 전면참여는 북한이든 다른 나라든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꼭 북한에만 연결시켜야 할 이유도 없다. 타이밍으로 볼 때는 2006년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바로 전면참여 했어야 했다. 오히려 북한당국자들은 ‘남조선이 PSI에 전면 참여하는 것은 자주권에 속하는 문제인데 왜 우리 눈치를 보나? 우리는 핵 만드는 것도 자주권에 속하는 문제라고 주장해왔는데…’라며 내심 비웃을지도 모른다. PSI 전면참여는 우리가 유리한 타이밍에 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PSI 문제로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북한당국자들의 수준만도 못한 하수(下手)들이다.

북한 핵문제는 핵문제 자체만을 겨냥해서는 해결이 어렵다. 북한에 핵무기가 근본적으로 필요가 없는 환경과 조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에 개방정부를 세워 주민들이 스스로 먹고사는 길로 나가도록 국제사회가 도와주는 것이 핵문제를 비롯한 각종 ‘북한문제들’을 해결하는 정도(正道)이자 동시에 상도(常道)라고 할 수 있다.

이우백 바이칼경영전략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세상과 역사를 보는 ‘전략안’(戰略眼)의 관점에서 최고위급 전략은 공자, 순자 등의 경세적(經世的) 전략이라고 한다. 또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친 예수, 싯다르타 등 4대 성인들은 적어도 2천년~3천년 앞을 내다본 인류의 대전략가들이었다.

한국은 1948년 정부 수립 후 이승만과 박정희라는 걸출한 두 전략가를 배출했다. 그 이후의 대통령들은 고만고만했고 최근에는 이름도 입에 올리기 싫은 수준 낮은 대통령까지 나왔다. 그나마 먹고살만 해지니까 이제는 훌륭한 지도자들도 안 나오는 것인가?

김정일은 그동안 ‘군사 이슈’로 자신의 생존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그런 생존전략이 결국 자신과 주민들을 죽이는 하책(下策)이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또 김정일의 군사이슈 생존전략도 곧 그 효력을 다해 갈 것이다. 꼼수는 상대방에게 간파당하는 순간 더 이상 ‘꼼수’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앞으로 그리 머지않은 장래에 북한정세도 크게 변할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한반도의 미래도 전개될 것이다. 이제 한반도에도 대형 전략가가 나올 때가 됐다. 데일리NK는 앞으로 독자들과 함께 그 대형 전략가를 열심히 찾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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