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을 뭐라고 부를까?…때아닌 호칭 논란

김정일의 호칭을 ‘국방위원장’이 아니라 ‘노동당 총비서’로 해야 한다는 이색주장이 제기됐다.

18일 연합뉴스는 세종연구소 정성장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한국정치정보학회지 기고문에서 “북한은 당이 국가기구 위에 군림하고, 당이 군대를 직접 지휘하는 체제”라며 김정일의 호칭을 당의 최고 직책인 ‘총비서’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정 실장은 “(선군정치도) 노동계급보다 군대를 앞세우는 것이지, 당보다 군대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다”면서 “김정일이 갖고 있는 직책 중 당 총비서직보다 국방위원회 위원장직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의 ‘국방위원회’는 “약간의 인원과 조직을 갖고 있지만, 비상설 협의기구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국방위원회의 권한이 실제보다 과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당을 대표하는 ‘당 총비서’라는 명칭만으로는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직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일성이 사망하기 전 북한은 구공산권 체제처럼 주석직이 국가를 대표하고, 당 총비서직은 당을 대표했다. 따라서 외국 정상과의 회담에서 주석직으로 국가를 대표하여 참석한다. 물론 이론적으로 볼 때 공산권 나라는 당-국가체제, 즉 당이 국가를 지도하면서 사회주의-공산주의로 나아가기 때문에 당 총비서의 지위가 절대적인 것은 맞다.

또 마르크스주의 이론에 따르면 공산주의 높은 단계에 이르면 국가는 없어지는(폐절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유진영에서 사용하는 ‘국가’와는 그 의미도 다르다.

한편, 김일성 사망 후 김정일은 당의 역할을 현저히 약화시키고, 군의 역할을 강화하면서 국방위원장, 또는 최고사령관 자격으로 국가를 통치했다. 이 때문에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직잭으로 ‘국방위원장’을 내세운 것이다. 전통적인 공산권 체제에서 보면 변칙임에 틀림없다. 주석직이 없다면 최고인민회의 상임의장직이 국가를 대표하는 것이 덜 변칙이다.

이렇게 볼 때, 현 김정일 체제는 남한사회와 직접 비교하기는 불가능하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김정일이 계엄 하에서 계엄사령관 자격으로 통치하는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동안 ‘선군정치’를 앞세워 온 북한은 ‘국방위원장’이라는 호칭을 대내외적으로 공식화 해왔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이 국방위원장 이름으로 서명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을 부를 때 쓰는 ‘장군님’이라는 호칭도 ‘선군정치’를 내세워 사회 긴장감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군대 내에서도 김정일을 ‘최고사령관 동지’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김일성과 차별화 노려…’주석’직 승계 안 해

김정일은 김일성의 3년상이 끝난 1997년 10월에야 당 중앙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추대형식으로 당 총비서직에 취임했다. 김일성 사망 한 해 전인 1993년 4월 최고인민회의 제9기 5차 회의에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됐다.

김정일은 국가 최고지도자였던 주석직을 수행하던 김일성이 사망한 후 ‘어버이 김일성 수령님은 죽지 않고 우리 안에 살아계신다’는 유훈통치를 빌어 부자 권력 승계를 정당화했다.

한편, 김정일은 이외에도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과 극심한 식량난, 불안정한 내정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김일성으로 대표되는 혁명 1세대 시대와의 차별화에 나서게 된다.

항일무장투쟁의 선봉장이었다는 배경을 뒤에 업고 대중의 지지를 얻어온 김일성의 카리스마에 빗대어 봤을 때 부자세습을 통해 권력을 손에 얻게 된 김정일로서는 주석직 계승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김정일은 ‘주석직은 영원히 김일성 하나’라는 방침 아래 1998년 주석직을 폐지하고, 국방위원장의 지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통치 체제를 이끌어왔다.

비록 헌법에는 명문화하지 않았지만 북한의 선전 매체들과 고위 간부들의 발언을 통해서도 북한의 최고위직이 ‘국방위원장’이라고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다.

1998년 9월 10일 평양중앙방송 정론에서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김정일이 북한의 ‘정치, 군사, 경제 역량의 총체를 통솔 지휘하는 국가의 최고 직책’에 취임되었음을 밝혔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의장도 1998년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장은 국가의 최고 직책이며 우리 조국의 영예와 민족의 존엄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성스러운 중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