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핵무기=강성대국 기초’라는 迷妄 버려야

북한이 함북 길주에서 2차 핵 실험을 강행한데 이어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단거리미사일도 발사했다.

노무현 전(前) 대통령의 장례가 진행 중이며, 온 국민이 애도하는 이때에 북한의 도발은 비상식적이고도 비도덕적인 행위라 규탄 받아 마땅하다.

북한이 핵 실험, 단거리 미사일 발사의 강수를 둔 것은 두 가지 포석으로 보인다.

첫째는, 핵보유국으로서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며, 대미협박을 통한 유인전술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는 핵무기를 반드시 보유하겠다는 의미이며, 메가톤급 협박을 통한 통큰 협상판을 벌려 보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핵무기 보유’와 ‘대미협상력 강화’를 위해서라면 남한의 조문 정국쯤은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조문 정국으로 어수선한 남한의 상황을 역(逆)으로 이용해 보자는 계산이 깔린 듯하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강수에 쉽게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과 이명박 정부를 난처한 상황으로 몰아 갈 수 있다는 어설픈 판단을 한 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북한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오히려 국제사회의 한층 강화된 대북제재를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입지를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기간 동안 행하여진 북한의 도발은 오히려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의 강한 반발까지 불러올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왜 이러한 악수와 비상식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그 답을 북한의 내부 사정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김정일의 최대 관심사 ‘정권과 체제 유지’

최근 북한 내부 정세는 친정체제 구축과 내부통제 강화, 대외 긴장 조성과 남북관계 속도조절 등으로 요약된다. 이는 김정일의 건강 이상과 내부 동요 우려, 외부 정보 유입과 시장경제의 확대, 대미·대남 관계의 재정립과 속도조절에 따른 나름의 대응책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일의 건강 악화로 후계 문제가 본격화 된 상황에서 강력한 통제장치의 유지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김정일로서는 자신의 건강 악화가 주민동요와 민심이반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걱정을 안 할 수 없고, 후계문제를 중심으로 촉발될 권력투쟁에 대해서도 신경 써야 한다.

특히 후계자로 지명된 것으로 알려진 김정운의 나이가 어리고, 3대 세습이 갖는 정치적 부담의 문제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봤을때 김정일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정권과 체제 유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김정일은 자신의 생명선을 첫째 군부와 당에 대한 확고한 장악, 둘째 각종 독재기구를 통한 주민들에 대한 엄중한 통제, 셋째 핵⋅미사일 개발과 외부와의 단절 등으로 생각하고 있다.

결국 김정일은 대내적으로는 친정체제 구축과 내부통제 강화, 대외적으로는 군사도발과 위협으로 ‘체제유지’에 올인(All-In)하는 모양새이다. 외부협박과 긴장조성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과 체제단속,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위기관리 카드를 다시금 꺼내든 것이다.

김정일이 이러한 선택을 한 이유는 첫째, 외부협박과 긴장조성을 통한 경제지원 획득이 효과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외부세계와 정상적인 방법의 거래로 인한 이익보다 위협전략을 통한 이익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방법이 체제유지에도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김정일은 외부와의 관계를 주기적으로 냉각시키려 하며, 이를 통한 경제지원의 방안을 찾는데 우선적인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경제난 극복 실패와 이에 따른 체제이완으로 김정일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에선 최선의 카드인 셈이다.

둘째, 김정일은 외부위협과 긴장조성을 과장하여 내부통제에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정한 위기 상황을 만들어 민심이반에 대한 주민통제와 체제유지를 위한 군부장악에 적극 이용하려 한다.

독재기구들을 통한 강압적인 단속과 통제만으로는 대세가 되어버린 외부정보의 유입과 시장경제의 확대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또한 후계문제로 인한 군부의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고, 대미·대남 관계 개선에 불만을 품을 수 있는 군부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강력한 선군통치의 기반을 강화하여 체제유지를 도모할 수 있다. 이처럼 김정일의 권위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인민과 군부에 대한 확고한 장악력을 계속 유지해갈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위기조성이다.

이 방법은 김정일이 수십 년 동안 써먹던 방법이지만, 이외의 다른 특별한 대안을 찾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위협에 절대 굴하지 않고 강력히 맞서나가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도 효과적이다.

핵과 미사일 개발 통한 2012년 강성대국 건설 선포

북한은 김일성 탄생 100주년인 2012년을 강성대국 건설 원년으로 선포했다. 때문에 김정일 정권으로서는 앞으로 남은 3년 내에 뭔가 결실을 보여주어야 하는 부담이 매우 커졌다.

경제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2012년까지 ‘군사강국’ 건설 약속에 대해서는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려 한다. 때문에 북한은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 개발을 어느 정도 궤도까지 올려놓고 2012년에 강성대국을 선포 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야만 인민들과 국제사회에 자신의 체면이 선다.

일각에서는 김정일 정권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려는 것이 ‘협상용’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꼭 그렇게만 봐서는 안 된다. 물론 김정일 정권의 입장에서는 무덤덤한 오바마 정부를 향해 자신이 위협적인 존재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기회를 갖고자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정일 정권이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이런 것을 추진했던 것은 오바마 정부를 길들이고 시험해보자는 것도 있겠지만 이는 부차적인 것이고, 오바마 정부가 정권교체기에 이 문제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악용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은 ‘협상용’으로서의 의미 보다는, 체제방어와 체제선전을 위한 ‘보유용’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그 자체를 개발하려고 하는 측면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기회를 보면서 결국은 지속적인 개발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통해 북한 주민들을 긴장 분위기로 몰아갈 수 있고, 군부에 대한 장악력을 더 강화 할 수 있으며, 군사위협을 통한 외부지원을 도모할 수 있는 ‘꽃놀이패’를 김정일 정권이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김정일 정권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것이며, 필요에 따라 강력한 ‘체제유지’의 도구로 적극 활용하려 들 것이다.

개성공단 쥐락펴락 하며 이명박 정부 길들이기

김정일 정권은 남북관계에 큰 기대를 하지 않으며, 후계 기반 조성과 군부통제를 위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상황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북한 내부의 필요에 따른 남북 간의 긴장조성이 용이하지 않은 면이 있었지만, 보수적 성향의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서 긴장조성이 쉬워지게 되었고, 그러한 상황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정권은 시간을 끌면서 남남갈등에 따른 한국 내 여론 분열을 즐기며 이명박 정부가 상황타개를 위해 과감한 양보를 결심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대화중단과 긴장상태가 장기화될수록 한국 정부의 정치적 부담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앞으로의 남북관계는 개선도 아니고 악화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개성공단 등을 통한 현금수입도 김정일 정권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필요하기는 하지만 꼭 개성공단에 매달려야 되는 것은 아니며, 또 거기에 매달린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특히 다양한 통제 장치를 마련해가며 개성공단을 관리해 왔지만, 통제가 용이하지 않아 체제불안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김정일 정권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성공단을 통해 ‘황색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는 조건에서 마냥 개성공단의 확대를 두고만 볼 수 없다. 아무리 통제를 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틈은 생기기 마련이고, 공단에 출근하는 주민들을 일일이 감시하자면 그 인력도 만만치 않다. 김정일 입장에서는 과도한 남북교류가 체제유지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내부 통제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한, 개성공단 사업은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김정일은 앞으로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취하기보다 공단 폐쇄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통제 수위를 높이는 식으로 운영을 지속하려 할 것이다. 당장은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는 달러 수입이 아쉽기는 하겠지만 체제안정과 맞바꿀 정도는 아니다. 김정일 정권으로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의 지원이 없는 조건에서 체제불안의 요인이 될 개성공단 사업에 계속 매달릴 이유가 없다.

김정일은 소소한 외부 지원으로는 체제유지와 경제난 극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는 ‘화끈한 담판’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한 김정일은 북미관계가 개선만 되면 단절된 남북관계 복원쯤이야 자신들의 입맛대로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때문에 김정일은 개성공단에 크게 미련을 두지 않는 것처럼 모습을 보이면서, 개성공단을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려 들 것이다.

美北관계-南北관계, 체제유지 위한 수단과 도구로 활용

김정일이 대남·대미관계 속에서 무엇인가 고도의 전략을 구사하는 듯 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고 의외로 단순한 접근을 하고 있다. 김정일은 ‘체제유지’를 가장 중요시 여긴다는 점 ‘체제유지’를 위해 대남·대미관계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김정일이 취하고 있는 대내·외 정책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김정일은 대미, 대남관계와 같은 대외정책에 있어서는 상황에 따라 긴장시키기도 협상에 나서기도 하지만, 대내정책에 있어서는 어떠한 변화도 시도하지 않고 단속과 통제로만 일관하고 있다. 김정일에게는 남북관계가 좋든 나쁘든, 미국의 위협이 있든 없든 ‘체제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여타의 것들은 절대적인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김정일에게는 체제유지를 위한 수단과 도구이며, 활용 대상에 지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정일이 친정체제 구축과 내부통제 강화, 대외 긴장조성과 남북관계 속도조절에 나서는 것은 체제 안정화를 꾀하는 북한 내부 정세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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