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지금 유화전술로 이동중”

상황이 묘하게 전개되고 있다. 북한 핵문제 말이다.

2월 10일 북한이 핵보유, 6자회담 무기한 불참, 핵무기 양산체제 돌입을 선언한 후 3개월이 지난 지금 관련국의 움직임은 북한을 6자회담에 불러내기 위한 국면으로 완전히 바뀌어 있다. ‘북핵 폐기’라는 당연한 목표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북한을 6자회담에 불러내는 것이 목표인 것처럼 국면이 바뀌어 있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 준비 움직임이 포착되었고, 이어 북한은 ‘8천 개 폐연료봉 인출완료’를 발표했다. 미국은 북핵문제의 유엔안보리 회부를 언급하면서 중국에 대북 석유공급 중단을 요청했으나 중국은 거절했다.

아주 가까운 시일내 핵실험 없을 듯

상황이 묘하게 바뀐 것은 5월 10일 중국이 미-북 양자회담 유용성을 언급한 이후부터다. 북한은 지난달 중국을 통해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6자회담과 별개로 미-북 양자회담 개최와 양자회담을 통한 북한의 주권국가 인정 등 2개 항 수용을 미국에 요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잠시 미-북 뉴욕채널에 관심이 쏠렸다.

북한의 주장은 “우리는 이미 ‘핵보유국’이므로 6자회담을 군축회담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반도 군축문제는, 북한의 논리대로라면 미-북 또는 미-북-중의 회담에 국한된다.

현재 회담 관련국들은 6자회담 내 미-북 양자회담 또는 양자접촉은 가능하지만 6자회담 틀을 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역시 6자회담 내 양자회담을 선호하고 있는 만큼 회담의 모양새 자체가 바뀔 가능성은 없다.

요(要)는 이 국면에서 북한이 무엇을 노리느냐 하는 것이다. 북한은 핵실험 준비 움직임을 ‘노출’시키면서 폐연료봉 인출완료를 발표했다. 이 대목은 거꾸로 읽을 필요가 있다. 김정일의 속성대로라면, 만약에 진짜 핵실험을 한다면 어느 날 갑자기 할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북한은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는 핵실험 계획이 없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김정일, 미-북 양자협상 ‘작업중’

그렇다면 지금 김정일의 시야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김정일의 시야는 미-북 양자회담 또는 6자회담 내 ‘배타적 양자회담’에 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즉 한, 일, 러가 실권 없는 들러리를 서고 중국이 ‘심판’을 보는 가운데, 미국과 직접 거래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김정일은 이미 이 ‘작업’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현재 미국의 ABC 방송이 평양에 들어가 있는 데 김정일과의 ‘방송사상 최초 인터뷰’를 할 가능성이 추측되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는 “북한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북한을 방문해 고위급 대화로 핵과 미사일 문제를 일괄타결하는 방안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16~17일에는 개성에서 남북 차관급 회담이 열렸다.

김정일의 이 행보는 핵실험 준비, 폐연료봉 인출 등의 강성전술 구사에서 외형상으로는 일시적으로 유화전술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남한으로부터는 어차피 비료만 받아먹으면 되는 것이고, ABC와의 인터뷰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면 김정일은 인터뷰에서 ‘매우 합리적인 인물’로 포장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김정일은 “우리는 동북아의 긴장된 정세를 평화적으로 풀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데, 미국이 핵전쟁을 일으켜 우리를 전복하려고 하기 때문에 우리도 자위적 수단으로 핵보유국이 되었다”는 식으로 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 상황은 미국에 불리하게 전개될수도

국면이 이렇게 전개될 경우, 중국, 한국, 러시아는 미국에게 좀더 양보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는 2월 10일 핵보유를 선언하면서 애당초 노렸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과 6자회담을 둘러싼 세력구도를 미, 일 對 중, 러, 남, 북으로 갈라놓으며 미-북 간 양자회담 성사 쪽으로 몰아가려는 김정일의 의도에 부합된다.

설사 이러한 김정일의 의도가 제대로 관철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김정일은 그 책임을 미국에 뒤집어 씌우면 북핵문제가 안보리로 가더라도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의 양시위 북핵문제 판공실 주임은 최근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유관국들이 핵문제 해결에서 현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주요원인은 미국 측의 협력이 결여된 데 있다”고 비판했다. 북핵문제 상황은 안 좋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손광주 편집국장 sohnkj21@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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