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얼리어답터?…”한글 컴퓨터책 구해오라”

“김정일은 진정한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이 전자기기를 비롯해 최신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철지난 타이퍼와 비서를 옆에 두고 산더미 같은 비준 문건을 검토하고 있는 모습이 오히려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로 북한에 13년간 머물렀던 후지모토 겐지 씨는 “김정일은 컴퓨터 뿐 아니라 새로운 제품을 빨리 도입했다. 사용방법을 모르면 전문가를 호출해 바로 알아냈다”며 김정일이 정보통신기기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후지모토 씨는 지난해 김정일의 사생활을 주제로 발간한 세번째 책 ‘핵과 여자를 사랑한 장군님’에서 김정일의 컴퓨터 사용 모습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정일의 대표적인 정책 결정 방법 중에 하나가 간부들이 올려 보낸 보고서에 사인하는 ‘비준정치’이다. 김정일은 1장당 13글자 9줄로 서식을 갖춘 종이 문건들을 하루에 5백~1천여건 검토했다고 한다.

후지모토 씨가 어느날 김정일의 집무실을 엿보니 그가 검토하는 팩스 문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부터 컴퓨터가 팩스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후지모토 씨는 “당시 김정일은 일본 NEC의 컴퓨터를 사용했다”며 “아직 간부들조차 컴퓨터 사용에 익숙하지 않던 때로 김정일은 최측근 간부들에게 컴퓨터를 지급하고 스스로 사용방법을 가르쳐줬다”고 전했다.

“김정일은 컴퓨터를 이용해 메일로 온 보고서를 체크했고, 대답이 필요한 것은 전화로 직접 지시를 내렸다”며 “양 손으로 키보드를 치는 모습도 몇 번인가 본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김정일은 지방의 초대소(별장)를 갈 때도 컴퓨터를 항상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주로 차로 이동을 하기 때문에 컴퓨터 고장을 막기 위해 두꺼운 천으로 만들어진 컴퓨터 케이스에 넣고 가지고 다녔다.

후지모토 씨는 일본에 음식 재료를 구입하러 갈 때마다 한국어로 된 컴퓨터 잡지나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오라는 명령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올해 초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김정일이 첨단기술에 관심이 많고 흡연자, 음치와 더불어 컴맹을 `21세기 3대 바보’로 손꼽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000년 북한을 방문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에게는 이메일 주소를 물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김정일은 지난 10월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의 인터넷 개통 문제를 얘기하며 “나도 인터넷 전문가”라고 말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편, 후지모토 씨는 김정일이 고영희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인 정철과 정운 뿐 아니라 87년 태어난 딸 여정을 ‘공주’라고 부르며 아주 예뻐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김정일에게는 둘째이자 막내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첫 번째 아내인 김영숙과의 사이에서 낳은 설송이 첫째 딸이다.

그는 “김정일은 식탁에서 밥을 먹을 때 오른쪽에는 부인인 고영희를 왼쪽에는 여정을 앉히고 ‘귀여운 여정’이라고 부르며 자주 말을 걸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김정일의 아이들은 파파(아이들은 어렸을 때 김정일을 ‘파파’라고 부름)의 식성을 닮아서인지 다랑어 살코기를 좋아했고, 일본풍의 카레라이스나 햄버거도 좋아했다”고 전했다.

후지모토 씨는 “김정일은 일부러 베이징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사가지고 와서 시식을 했다”며 “요리사들에게도 시식을 시켜 같은 맛으로 만들라고 명령했는데 간단히 맥도날드 햄버거 맛을 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일이 햄버거 맛을 보고 화를 냈던 기억이 난다”며 “요리사들이 그 후 몇 번이나 도전해 결국에는 ‘합격’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후지모토 씨는 또한 둘째 아들인 정운은 남성적인 성격으로 김정일과 많이 닮았으며, 10대 때부터 담배를 폈으며 술도 즐겨했다고 회상했다.

정철과 정운은 특히 스포츠를 좋아했는데 겨울에는 스키와 스노우보드 여름에는 수상스포츠를 즐겼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농구를 가장 좋아했는데, 매년 스위스의 농구팀을 초청해 북한의 대표팀과 대전을 시키고 관람하기를 즐겼다고 한다.

후지모토 씨는 초대소를 자주 방문해 두 아이의 놀이 상대가 되었던 것은 키가 240cm 되는 거인선수였다고 증언했다. 아마도 북한의 농구스타인 이명훈(235cm)인 것으로 추측된다. 후지모토 씨의 이 책은 아직 국문으로 출판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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