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뭘 좀 알고 농사를 말하라

▲ 군부대 농장을 시찰하는 김정일<사진:연합>

9월 1일 <조선중앙방송>은 최근 김정일이 내각 총리 박봉주, 농업상 리경식 등과 함께 인민군 제534 부대 산하 1116호 농장을 시찰한 자리에서 “나라의 농업발전에서 지침으로 되는 강령적 과업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그 ‘지침’으로 언급된 것이 ▲종자혁명 ▲적지적작(適地適作), 적기적작(適期適作)의 원칙에 의한 품종 배치 ▲감자농사 혁명 ▲두벌농사(이모작) 등이다.

‘종자혁명’과 ‘적지적작, 적기적작의 원칙에 의한 품종배치’는 김일성이 살아있던 때부터 제시되어 오던 것으로 다 실패로 귀결됐다. 이번에 약간 새롭게 등장한 것이 있다면 ‘감자혁명’과 ‘두벌농사’다.

그런데 과연 ‘감자혁명’과 ‘두벌농사’가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금 북한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의미가 있을까? 김정일이 주민들의 실생활을 전혀 모른 채, 외부세계에 보여주는 허황된 성과에만 집착하고 있음을 여기서도 발견할 수 있다.

감자만 많이 먹어서 뭐하나?

‘감자혁명’이란 말 그대로 감자농사에서 혁명을 일으킨다는 말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감자를 ‘많이’ 생산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1991년 남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가 인공 씨감자 대량 생산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하여 감자혁명을 일으켰듯이 말이다.

현재 북한에서의 감자농사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함경북도, 양강도, 자강도와 같은 북부지방에서는 4월 중순에 파종하여 8월말~9월초에 수확한다. 함경남도 남단, 평안남도, 평안북도, 강원도, 황해북도, 황해남도에서는 3월말에 파종하여 6월 말에 수확한다.

남부지역은 북부지역에 비하여 수확을 빨리 하지만 감자에 전분함량이 적기 때문에 식량으로 대용하기는 어렵다. 남부지역의 감자를 식량으로 대용하는 경우 영양분이 모자라 금세 허기지고 활동에 지장을 준다. 칼로리(calorie)가 적다는 말이다.

감자를 식량대용으로 쓰자면 춘궁기인 6월에 생산되는 남부지역 감자를 대량생산하여야 할 텐데, 맛은 달콤해도 칼로리는 없어 남한처럼 ‘웰빙용 간식’으로 쓰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식량으로는 안 된다. 그렇지 않고 북부지역의 감자를 많이 생산할 수도 있으나, 특별히 수출의 의미도 없는 북부감자를 대량 생산해서 뭐하겠는가? 김정일은 주민들이 특정 시기에 뭘 먹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불가능한 이모작, 닦달한다고 되나?

북한에서 ‘두벌농사’라고 하는 ‘이모작(二毛作)’의 의미는 동일한 논밭에 두 종류의 농작물을 연중 서로 다른 시기에 재배하는 농법을 말한다.

한국의 논에서는 벼―보리, 벼―유채, 벼―감자 등의 2모작이 시행되고 있다. 주로 경기도 이남 지역이 안전한 이모작 지대이며, 밭의 경우에는 강원도의 산간 고랭지(高冷地)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여러 형태의 이모작이 실시되고 있다.

북한에서 이모작의 목적은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식량이 될만한 감자, 보리, 밀 등 알곡작물을 심어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알곡작물은 빨리 심어 수확을 한다고 해도 6월 중순, 즉 보릿고개를 넘겨야 한다. 따라서 이모작의 의미가 없다. 경기도 이북 지역이므로 실제로 이모작을 하기도 어렵다.

그러면 김정일이 말하는 이모작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말은 이모작이지만 사실은 ‘사이짓기’다. 즉 강냉이를 심고 그 이랑 사이에 감자나 보리 등 6월 중순에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을 심는 것이다. 만약 김정일이 완고하게 완전한 이모작을 실시하라고 과학자, 기술자, 주민들을 닦달질한다면 그 보다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에서 생산하는 감자로는 먹을 수 있을 뿐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대용식량은 못 된다. 이모작도 사실은 사이짓기다. 김정일은 이런 의미 없고 불가능한 일을 늘어놓으면서 자신이 농업에 대해 좀 아는 듯 행세할 것이 아니라, 그냥 집단농을 철폐하고 개인농을 허용하면 된다. 그러면 감자혁명이고 이모작이고 할 필요 없이 식량문제 해결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체제인 것이다.

이주일 논설위원 (평남출신, 2000년 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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