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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기 북한에 취해야 할 가장 효과적인 대북전략은 자유와 인권에 대한 외부의 관심,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북한 내부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이치는 간단합니다. 이것은 북한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고, 김정일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노벨상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김정일에게 애걸복걸하며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이 무엇입니까? 돈이 몹시 궁하니 달러를 먼저 요구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김정일은 대북방송과 삐라 살포용 풍선 날리기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DJ가 사리사욕에 눈이 가려 이를 중단한 것이 2000년 4월입니다. 그 다음 요구한 것이 달러입니다. 김정일은 5억 달러 현찰과 미래의 금강산 비용으로 추가 5억 달러가 확실해지자 그 해 6월 15일 정상회담에 응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미국의 금융제제로 돈줄이 막혀 꼼짝 못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미사일을 쏘고 핵시험을 했습니다. 일종의 무력시위인 셈이죠. 외부 지원이 끊긴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러한 행동을 감행한 속내가 궁금해집니다. 필자처럼 그 곳에 살면서 김정일 정권의 생리를 경험해본 사람들은 감각적으로 내부안정용임을 직감하게 됩니다.
그만큼 북한 내부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내부 사정이 파탄직전인 상황에서 김정일은 체질상 미사일과 핵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비정상적인 절대독재정권의 체질은 마치 자전거 페달을 밟듯 항상 긴장을 유발해야 연명합니다.
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도 식량난으로 내부가 극심하게 혼란되었을 때입니다. 요즘 평양도 배급을 못주는 지겨운 북한정치에 민심이 이완된 것을 무엇보다 우려해서 미사일이나 핵실험 같은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내부가 안정돼야 김정일이 세계를 향해서 협박도 하고 위협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부 동요를 막는 것이 김정일의 가장 큰 관심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김정일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북한 내부를 동요시키는 외부의 방송과 유인물입니다.
최근 북한 내부로 풍선을 보내는 활동에 10 차례나 남한정부에 항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풍선 보내기와 자유북한방송은 김정일에게 미국 금융제재 이상으로 무서운 대상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정일이 개혁개방이나 남한과의 교류를 할 때도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북한 주민들을 외부세계로부터 차단시키는 것입니다. 김정일이 소위 개방을 추진하는 지역에서 가장 먼저 하는 첫 작업이 주민소개(추방)와 함께 철조망을 치는 것입니다. 또 외제차를 수입할 때 제일 먼저 제거하는 것이 차에 설치된 라디오입니다. 국경세관에서 먼저 검열하는 것이 외국출판물입니다.
이것은 김정일 정권 붕괴 전략을 똑바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김정일은 내부 주민들이 외부소식을 알게 되는 것이 가장 두려운 것입니다.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은 김정일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김정일의 폐쇄전략을 뚫고 주민을 깨우쳐 일어나게 하는 것이 개혁개방이든 북한정권의 변화든 가장 현실적인 해답이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풍선 보내기와 자유북한방송을 더욱 적극화 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김정일의 통치수법인 국가폐쇄에 대응하는 근본 전략입니다.
북한주민의 처지를 고려할 때 지금은 방송보다는 삐라가 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 무선 라디오는 제한돼있고, 주요 통제 대상입니다. 따라서 보통 주민에게는 라디오 자체가 없고 또 자유롭게 듣기도 어렵습니다. 풍선으로 라디오를 함께 보내야 대북방송 효과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라디오 보내기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민간에서 추진하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설사 라디오가 있다고 해도 전기나 전지가 필요합니다. 또한 방송을 정기적으로 청취하면 들키기 쉽고 정치범으로 끌려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본래 북한사람은 폐쇄된 의식구조로 단순 명료해야 겨우 이해를 하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풍선삐라는 라디오보다 좀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풍선삐라는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고 소리도 안나기 때문에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폐쇄된 나라 북한의 면전에서 이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전파와 풍선입니다. 북한 당국의 코 앞에서 거의 유일하게 뚫고 들어가는 풍선삐라는 김정일의 최대 약점인 거짓을 폭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거짓이 아무리 강성한 것 같지만 진실 앞에서는 반드시 무너진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새겨 봅니다.
탈북자 이민복/전 북한농업과학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