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日 오락채널 즐겨 시청, 인민은 중앙방송 고정

북한정권은 이른바 ‘김정일의 위대성’을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시골의 어느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고 ‘장군님의 헌신적 사랑’ 등으로 포장하여 선전하는 것이다.

<노동신문> 3월 2일자에 ‘김정일의 위대성’ 일화가 120번째로 소개됐다.
이 날짜 <노동신문>은 “김정일이 어느 산골 군부대를 현지지도 하가 TV 안테나가 산중턱에 높게 세워진 것을 보고, 전파가 안 좋아 TV가 잘 안 나오겠다고 걱정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를 두고 “누구나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을 장군님은 꼭 집어낸 천리혜안의 안목을 지녔다”고 찬양하고, 김정일이 TV 중계탑을 세워주도록 지시한 것이 군인들에게 베푸는 또 하나의 배려라고 미화했다.

알다시피 북한은 주민들을 외부세계와 단절시키기 위해 위성중계를 못하게 하고 있으며, TV채널도 조선중앙방송 하나에 고정시켜 놓았다. 김정일의 인민 우매화 정책의 일환이다.

김정일 日 오락채널 WOWOW 본다

김정일은 이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부터 남한 TV를 봤다고 한다. 김정일 측근들에 따르면 김정일은 관저와 전국에 산재한 별장마다 위성을 설치하고 미국의 CNN과 일본 NHK방송, 오락프로 전문 WOWOW를 본다고 한다.

북한에서 외부소식을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은 따로 정해져 있다. 중앙당(당중앙위원회) 비서국 대상들만 본다. 비서국 대상이라면 김정일의 측근들이다. 이들은 A3 크기의 4면으로 된 ‘참고자료’를 보고 있다. 통신루트는 조선중앙통신사에서 먼저 위성으로 정보를 받아 이를 분류하여 원본 그대로 김정일에게 바친다.

간부들에게 내려 보내는 ‘참고자료’에도 객관적인 사실을 싣기도 하지만 보여줘도 무방한 것만 추려서 보낸다. 참고자료를 보는 사람은 시(市)에서 시당 책임비서, 조직비서, 인민위원장, 보위부장, 보안부장 등 몇 사람뿐이다.

남한방송은 절대 안돼

특히 남한방송은 철저히 통제한다.
1998년 11월경 필자는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녹음기 한 대를 구입한 적이 있다. 낮에 경비가 심해 밤에 집에 몰래 가져갔다. 밀수품으로 들여온 것이기 때문에 회수당하기 쉬웠다.

그런데 이날 밤거리를 순시하는 비(非)사회주의 규찰대와 마주치게 되었다. 규찰대장은 안전부 감찰과 요원인데, 이들은 대개 낮에는 술을 먹고 자다가 밤에 돌아다닌다.
밤에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어쩌다 ‘큰 놈’ 한 사람 잡으면 봉급의 수십 배나 되는 뇌물을 뜯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다짜고짜 내 녹음기를 빼앗더니 이리저리 주파수를 돌려보는 것이었다. 당시는 밤 11시라 남한의 KBS 라디오방송이 선명하게 들려왔다.

“이 녹음기는 어디서 났는가?”
“중국 친척이 가지고 나온 것이다”
“안전부에 등록했는가?”
“못 했다. 다음에 등록하려고 한다”
“이 녹음기는 언제 넘어왔는가?”
“나도 모른다”

여기까지 말하자 그는 판 사람과 산 사람이 다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내일 가지러 오라고 을러댔다. 그리고 다짜고짜로 녹음기를 빼앗았다.

다음날 중국사람과 함께 가니 “세관을 통과할 때 회수됐어야 할 물건”이라며 “강제노동을 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는다. 아무리 사정해도 안되고 결국은 중국사람의 뇌물을 먹고야 유야무야 되었다.

그 녹음기가 내 손에 다시 왔을 때는 이미 라디오 주파수 조절끈이 잘려져 있었고 조선중앙방송 하나만을 고정시키고 납땜이 되어 있었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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